ADVISORY / Weekly 부동산 ISSUE
2024. 02. 27
‘천 원짜리 집’ 한국에서도 나올까?
인구 감소와 집값의 관계
Weekly 부동산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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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1유로(약 1,440원)짜리 집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수백 년 전 이야기가 아닙니다. ‘1유로 주택’은 불과 10여 년 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등장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비보나(Vivona)는 지자체가 마을의 빈집 12채를 각각 1유로에 내놔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16세기 유럽 르네상스 시대에 번성했던 곳이지만, 급속한 인구 감소로 빈집이 증가하고 마을은 점점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주민을 찾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던 거죠. 비보나 외에도 인구감소를 겪는 이탈리아 여러 마을엔 1유로 주택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인구 감소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천18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까지 떨어졌고 출산율을 집계할 때마다 역대 최저점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방 소멸을 넘어서 국가 소멸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출산율 감소 추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구 감소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인구 감소에 근거한 집값 폭락론도 내놓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집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 집의 필요성이 줄어들면 집값이 내려가기 때문에 → 그러므로 집을 사지 말라는 논리입니다. 정말일까요? 인구 감소라는 상수는 필연적으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까요?
‘인구’는 줄어도 ‘가구수’가 늘면 집값은 오른다
인구가 감소한 후에도 당분간 가구수는 증가합니다. 집은 가구 단위로 거주하기에 가구수의 증가는 집 수요로 이어집니다. 통계청이 2022년에 발표한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가구수는 2039년에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인구가 감소한 후에도 약 20년 동안 가구수는 계속 증가한다는 얘기입니다.

인구가 감소해도 가구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가구원수의 감소, 즉 가구 분화 때문입니다. 서울 인구는 이미 2011년부터 감소했습니다. 2010년 1천31만 명이었던 서울 인구는 2020년 967만 명까지 64만 명(6.2%) 줄어듭니다. 반면 2010년 약 340만 호였던 서울 주택수는 2020년 약 378만 호까지 늘어납니다. 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 주택은 반대로 38만 호(11.2%)나 증가했네요. 하지만 서울에 빈집은 거의 없고 이 기간 집값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2010년 3.03명이었던 서울의 평균 가구원수가 2020년 2.56명까지 줄어들면서 가구수가 계속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인구가 감소해 빈집도 많아지는 곳이 있습니다. 반면 서울과 같이 지역 내에 있는 집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 어쩔 수 없이 감소하는 곳도 있습니다. 전자라면 장기적으로 집값의 상승 가능성이 제한적입니다. 후자라면 가격의 오르고 떨어지는 사이클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회복탄력성이 좋아 장기적 상승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구수’가 줄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아무리 가구 분화가 계속 이뤄진다고 해도,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 가구수도 결국 줄어듭니다. 이때는 정말 집의 수요도 감소하겠네요. 그럼 집값이 모두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요? 가구수 감소는 전국적인 집값의 하락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지역별 차별화의 심화로 이어질 겁니다.

이미 수험생 수(인구수, 가구수)보다 더 많아진 대학 정원수(주택수)에 비유해 볼까요. 2022년도 수험생 수는 약 41만 명이었어요.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정원은 약 53만 명이고요. 이미 수험생보다 대학 정원이 12만 명이나 더 많지요. 즉 누구나 등록금만 내면 대학에는 갈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공부를 설렁설렁해도 가고 싶은 대학, 학과에 갈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각자 적성은 다르지만 큰 줄기에서 보면 어느 전공의 전망이 좋은지 다 알다 보니 특정 학과, 특정 대학에 경쟁이 몰려 더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집도 비슷해요. 집 자체가 부족했을 때는 ‘내 집이 있다’가 중요했다면, 집이 많아져 집의 희소성이 줄어들수록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이냐’가 점점 중요해집니다. 각자 원하는 집은 모두 다르겠지만, 마치 대학처럼 어디가 좋은 곳인지 알기에 그곳에 수요가 몰리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인구와 가구수가 감소할수록 지역별 차별화는 점점 심화될 겁니다.
집값 오르는 지역의 핵심은 ‘일자리’와 ‘교통’
이런 지역적 차별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23년간의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겠습니다. 2000년 말 3.3㎡당 평균 679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3년 말 4천6만 원까지 무려 490%나 상승했어요. 반면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인천 아파트 가격은 327% 상승에 그치면서 서울 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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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지어진 1기 신도시를 볼까요. 2000년 말 3.3㎡당 655만 원이었던 분당 아파트 가격은 2023년 말 3천486만 원까지 432% 상승했어요. 분당과 함께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꼽히는 일산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275%밖에 상승하지 못했네요.

이런 상승률의 차이는 결국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는 ‘핵심 오피스 권역(도심 CBD, 강남 GBD, 여의도 YBD)’과의 접근성 때문에 발생해요. 분당은 판교테크노밸리도 접하고 있으니 직주근접 경쟁력이 더 높아졌지요. 이런 차별화로 인해 2000년 말 분당과 일산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1.24배차였지만, 2023년 말에는 1.75배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지역적 차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결국 풍부한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는 ‘핵심 오피스 권역’까지 지하철로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돼요. 단순하게 ‘인 서울(In-Seoul)’이 만능열쇠는 아니에요. 서울 안에서도 이런 좋은 일자리가 밀집된 지역과 먼 곳들은 경쟁력이 떨어지겠지요.

지금 주택시장은 사이클상 2차 하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장은 앞으로도 상승과 하락을 계속 반복할 겁니다. 그리고 인구와 가구수가 감소할수록 이미 발생한 지역적 차별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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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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