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Y / Weekly 법률 ISSUE
2024. 07. 16
‘고도를 기다리며’ 저작권이 조카에게…
‘대습상속’ A to Z
Weekly 법률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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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입니다. 인생을 끝없는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그 속에 나타나는 인간 존재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사무엘 베케트는 50대,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자녀를 낳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사망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아내 곁으로 떠나면서 부부가 함께 안장됐죠. 베케트 사망 후 그의 모든 작품 저작권을 상속받은 건 조카 에드워드 베케트입니다. 베케트는 생전에 ‘고도를 기다리며’가 본인이 희곡에 쓴 지시사항에 충실하게 연출되길 원했습니다. 이에 삼촌의 뜻을 이어받은 에드워드는 ‘베케트 자산 관리기구’를 통해 저작권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사 수정은 물론이고 음악이나 특수효과를 더해도 공연 중단을 요구한 사례가 여러 번 있습니다.

이처럼 베케트의 상속인이 조카가 된 건 그의 사망 당시 아내와 자식을 비롯한 다른 가족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간엔 대습상속이 정확히 무엇인지, 특수한 상황에서 대습상속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대습상속 핵심요약!
1. 대습상속인도 이혼이나 재혼, 유언 위조 등으로 상속결격 사유가 발생했다면 상속 불가
2.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동시사망한 경우에도 대습상속은 그대로 발생
3. 대습상속분을 다시 대습상속 받을 수 있음
4. 대습상속인도 특별수익이 법정상속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추가적인 상속분 주장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라 특별수익 인정 여부가 달라짐
⇨ 대습상속 발생 전
  • 피대습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 인정
    대습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 아님
⇨ 대습상속 발생 후
  • 대습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 인정
    피대습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 아님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했다면 대습상속 못 받아
법정상속권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자가 된 경우,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대신 상속인이 되는 것을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민법1001조, 1003조 2항). 원래 상속인이 될 사람을 대신해 상속받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그 사람의 상속분만큼 상속받게 되며, 대습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그 상속분을 다시 법정상속분만큼 나누어 상속받게 됩니다(민법 1010조, 1009조).

아래 가족관계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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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사망하면 B C D가 각 1/3씩 A의 재산을 상속받지만, 피상속인보다 상속인이 될 B(피대습인)가 먼저 사망하면 B의 법정상속분 1/3을 B의 상속인들인 甲 乙 丙이 나누어 상속받게 됩니다.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하는 것이죠.

甲 乙 丙은 B에게 귀속될 1/3을 법정상속분대로 3/7, 2/7, 2/7씩 나누어 가지게 되므로 최종적으로 甲 乙 丙은 A의 상속재산을 1/7, 2/21, 2/21씩 대습상속 받게 되는 것입니다.

단, 대습상속인도 피상속인에 대하여 상속결격자가 아니어야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B가 A보다 먼저 사망했으나, 乙이 A의 유언서를 위조한 경우 乙은 상속결격자가 되어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B의 상속분 1/3을 甲과 丙이 1/5, 2/15 씩 대습상속받게 됩니다.

또한 주의하여야 할 점은, 피대습인의 배우자가 이혼을 했거나 사별 후 재혼을 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인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甲이 사별 후 재혼을 했고, 乙이 A의 유언서를 위조한 경우 B의 상속분 1/3은 丙이 대습상속 받게 되는 것이지요.
VIP+ TIP. 상속결격 사유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4.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5.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ㆍ변조ㆍ파기 또는 은닉한 자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동시에 사망해도 대습상속 그대로
자,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특수한 대습상속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동시사망의 경우입니다.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자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일어납니다. 피상속인이 먼저 사망한다면 일반적인 순서에 따라 상속을 받게 될 것이고, 피대습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면 대습상속이 발생하겠죠.

그런데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흔하진 않아도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에 민법 30조에서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A와 B C D 乙 丙이 가족여행을 가던 중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하였는데 사망 시각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동시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B의 유일한 상속인인 甲은 일단 B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겠죠.

그렇다면 A의 재산은 누가 상속을 받게 될까요? 일반적인 상속은 법정순위에 따라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A의 직계비속은 모두 같은 사고로 사망했으므로 그다음 순위인 A의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로 상속 순서가 넘어갈지 궁금해집니다. 만약 동시사망이 추정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이 인정된다면 A의 직계비속 B의 대습상속인인 甲이 상속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요? 우리 법원은 동시사망이 추정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판례에 따라 A의 상속재산은 모두 甲이 대습상속을 받게 됩니다.
판례① 동시사망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 가능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민법 제1001조의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습상속분을 다시 대습상속 받을 수 있다
대습상속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그러니까 손자녀인 丙과 자녀인 B가 사망한 후에 A가 사망한 경우입니다. 丙에게 배우자가 있는 경우, 丙의 대습상속분 2/21은 丙의 배우자에게 다시 대습상속 됩니다. 이를 재대습상속이라고 하고, 丙에게 자녀가 있었다면 자녀 역시 재대습상속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재대습상속은 피대습인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거나 형제자매일 때에만 인정되는 것이므로(민법 1001조), 피대습인의 배우자가 대습상속 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된 경우에는 그 배우자를 피대습인으로 하는 재대습상속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판례② 남편, 아내, 장인어른 순서로 사망한 경우, 남편과 전처 사이의 자녀들은 장인어른을 피상속인으로 하는 대습상속 불가
[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64318 판결]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있는 때에는 그들이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대습상속이 인정되는 경우는 상속인이 될 자(사망자 또는 결격자)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인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므로, 상속인이 될 자(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배우자가 대습상속의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다시 피대습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로 살펴보는 대습상속과 특별수익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았거나 피상속인이 남긴 유언을 통해 유증을 받게 된 사람을 특별수익자라고 하고, 그렇게 받게 된 재산이 본인의 법정상속분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큼 추가적인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민법1008조). 이는 대습상속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대습상속의 경우에는 셈법이 조금 복잡합니다. 언제, 누가 그 혜택을 보았는지에 따라서 특별수익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스를 나누어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CASE 1>
B가 사망하기 전 A가 B에게 증여한 경우
B가 증여를 받은 후에 A보다 먼저 사망하여 B의 상속분은 대습상속인들(甲 乙 丙)이 상속 받았는데, B가 받은 것을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을까요?
판례는 특별수익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대습인이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뒤 대습상속이 개시되었다고 해서 피대습인의 특별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대습상속인의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한다면,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인이 취득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되므로 그 생전증여는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67620 판결)고 하여 특별수익으로 보는 것입니다.
<CASE 2>
B가 사망하기 전 A가 乙과 丙에게 증여한 경우
이 경우는 B가 생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증여 당시에 손자녀인 乙 丙은 공동상속인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법원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대습원인 발생 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경우,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고, 피대습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특별수익이 아니었던 것이 특별수익이 되어버리는 불합리한 결과가 되므로 대습상속인이 직접 수증한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특별수익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31802 판결)고 보고 있습니다.
판례③ 대습원인 발생 전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이상 피대습자의 사망으로 대습상속인이 받은 생명보험금은 특별수익이 아님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스525, 526 판결]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로서 본인의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되 대습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서 보험료를 납부하다가 피대습인이 사망하여 대습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수령한 경우, 대습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때 이미 증여가 있었고, 이와 같이 대습상속인이 대습원인 발생 전에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이상 그 후에 피대습인의 사망이라는 조건 성취에 따라 생명보험금을 수령하였더라도, 그 보험금은 대습상속인이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상속분의 선급인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다.
<CASE 3>
대습상속이 발생한 후에 A가 乙 丙에게 증여한 경우
우선 A보다 B가 먼저 사망하였고 그 이후에 A가 乙 丙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乙 丙이 받은 수증재산은 당연히 특별수익에 해당이 됩니다. 이미 대습상속인의 지위에 있는 상태에서 받은 증여이기 때문이죠.
<CASE 4>
대습상속이 발생한 후에 A가 B에게 증여한 경우
그런데 B가 A의 유언서를 위조하여 상속권을 박탈당하여 甲 乙 丙이 대습상속인의 지위를 얻게 되었는데, 그 이후 A가 B를 가엽게 여겨 상속결격자인 B에게 증여를 하게 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상속결격사유가 발생한 이후에 결격된 자가 피상속인에게서 직접 증여를 받은 경우, 그 수익은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5. 7. 17. 선고 2014스206, 207 결정). 다시 말해 甲 乙 丙은 B의 상속분 1/3에 대해 온전히 대습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습상속과 특별수익은 상황별로 굉장히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라고 생각돼도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기존 판례에 대한 꼼꼼한 검토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본 자료는 미래에셋증권 Tax&컨설팅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수록된 내용은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글. 미래에셋증권 Tax&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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