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Y / Weekly 법률 ISSUE
2024. 02. 14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전세 분쟁…
‘계약갱신요구권’ 법원 판단은 어떻게?
Weekly 법률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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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전세 제도가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정조 임금 시절 무관이었던 노상추(1746년~1829년)의 일기엔 전세 제도를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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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추 일기> 원문(좌), <국역 노상추 일기>(우). 이미지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무과시험을 통과해 한양으로 발령받은 그는 지금의 충무로역 인근에 있는 한 기와집 사랑채를 셋방으로 얻었습니다. 전세보증금은 27냥, 당시 노비 5명 살 수 있는 큰 돈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이 더 큰 돈을 내고 들어오겠다는 세입자가 있으니 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합니다. 큰 금액의 전세 보증금이 오가는 문제이기에 전세를 둘러싼 분쟁은 예나 지금이나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2020년 7월 31일부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한 이후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며 법원 판례도 하나둘 쌓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상반기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뒤에 해당 주택을 매수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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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엔 최근 선고된 계약갱신요구권 관련 판례들을 통해 주택임대차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임대인은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명확히 증명할 의무가 있다
임대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면서 처음에는 본인·배우자·자녀의 거주를 사유로 들었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는 본인 또는 부모님이 실거주할 예정이라고 사유를 변경한 사건이 있습니다. 원심에서는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를 인정해 계약 갱신 거절이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임대인이 주장하는 실거주 주체가 계속 바뀌었고(자녀→부모님 등),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만 하는 사유가 실거주 목적을 인정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주장 및 증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선 단순히 “실거주하겠다”는 통보나 의사 전달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직접 실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이 ‘법인’이어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법인이 임차인인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임차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임차인의 대항력을 인정하는데, 법인은 개인과 달리 주민등록이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법인 소속의 ‘직원’‘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택을 임차하고 그 직원이 전입신고(주민등록)을 하면 해당 법인이 대항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법인이어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받는 임차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물론 이때는 계약갱신요구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법인 소속 ‘직원’의 전입신고로 법인이 대항력을 취득하였는지가 쟁점이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한 사람이 그 회사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는 중소기업기본법령에 따라 ‘직원’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받는 법인에 해당되지 않아 계약갱신요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사택 이용을 목적으로 임대차를 체결하는 법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원’이 아닌 ‘직원’이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③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제1항을 준용한다.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그 직원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법인이 선정한 새로운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2조(정의) 이 영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6. “임원”이란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자를 말한다.
가.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 등기된 이사(사외이사는 제외한다)
나. 가목 외의 기업: 무한책임사원 또는 업무집행자
TIP. 법인이 ‘임대인’인 경우 실거주 목적의 계약갱신 거절이 가능한가요?
법인이 임대인인 경우 자연인과 달리 법인이 직접 실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 임직원의 실거주 등을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매매 계약 체결 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잔금 지급 거절사유
부동산을 매매할 때 임대인의 부동산 인도 의무와 매수인의 잔금지급 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에 이행되어야 하는 의무입니다. 같은 날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고 매도인이 열쇠나 비밀번호를 넘겨주는 것이죠. 그러나 각자 상황에 따라 계약 내용을 달리 정할 수도 있습니다. 두 당사자간 합의만 된다면 잔금을 먼저 지급하고 열쇠를 나중에 넘겨주거나, 혹은 그 반대로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에서는 이렇게 잔금을 먼저 지급하거나 부동산을 먼저 인도하기로 상호 약속한 경우에도, 후행 의무의 이행이 곤란해 보이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536조 2항)에는 선이행 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민법의 위 조항 및 계약갱신요구권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선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하여 매수인이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하면서, 잔금을 먼저 지급하고 임차인이 퇴거하면 매도인이 부동산을 인도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런데 계약 체결 후 잔금 지급 전에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자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원래 계약 내용대로라면 매수인이 잔금을 우선 지급하여야 매도인에게도 부동산을 인도해 줄 의무가 발생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임차인의 적법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인해 매도인이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하기 어려운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매수인이 잔금을 미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기간을 미리 파악하여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민법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①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전항 본문과 같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후 계약 해지를 통지했을 때, 계약 종료일은?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계약 종료에 대한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임대차 기간은 2년간 갱신됩니다. 다만 임대인과 달리 임차인은 갱신된 임대차 계약 기간 2년 내에는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에게 이 통지가 도달하고 3개월이 지나면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여 임차인은 적법하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위약금 없이 이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임차인이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에 계약 갱신을 통지하여 임대차 기간이 2년 갱신되었는데, 새로운 2년이 시작되기 전에 다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갱신된 계약에 대한 해지이기 때문에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 시작되는 날로부터 3개월 후에 해지가 된다고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계약 해지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 즉 기존 계약 기간에 속하는 그 날부터 3개월 후에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까요?

대법원은 임차인의 권리를 존중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임차인이 통지한 계약 해지 의사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이 새로운 계약 기간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실제로 도달한 그 날부터 3개월 후에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새로운 계약 기간이 시작되기 전이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이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이 행사된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3개월 이내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대비해두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명령 등 법률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같은 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契約解止)를 통지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 본 자료는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수록된 내용은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글.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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