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Y / Weekly 부동산 ISSUE
2023. 08. 01
전세의 미래,
전세가 사라지면 집값이 떨어질까?
Weekly 부동산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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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워요.”
“귀신 하나 안 나오는 납량특집이네요.”
‘루나(본명 홍인혜)’ 작가가 SNS에 연재한 ‘전세사기 극복실화’ 만화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이 만화는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요.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해 임차인이 곤란을 겪은 얘기입니다. 루나 작가가 전세집에 들어가 산 지 한달 만에 압류장이 날라오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3년이나 걸린 오싹한 ‘공포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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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루나, <전세사기 극복실화> 웹툰
루나 작가뿐 아닙니다. ‘빌라왕’ ‘오피스텔왕’ 등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전세 제도에 대한 존폐 논의마저 나오고 있어요. “이미 수명을 다한 전세 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전세가 사라지면 주거 사다리도 없어지니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가 된 전세는 정말 사라질까요? 만일 전세가 사라지면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월세가 돼도 여전히 불안하다
전세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전제조건이 있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불한 전세 보증금을 임차인이 나갈 때 문제없이 반환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집값이 크게 하락하고 집값과 연동되는 전세값도 떨어지면 빌라는 언제든 깡통전세가 될 수 있어요. 그럼 전세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전세가 유지되기는 어렵겠지요.

특히 전세가율이 80~90%로 높은 빌라는 이런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에도 빌라 전세사기 사건은 언제든지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빌라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고 월세만 남는다면 전세 보증금 미반환 이슈는 당연히 없어지겠지요.

월세로 옮겨 간다고 해도 순수 월세(90만 원(월세))가 아닌 보증부월세(80만 원(월세)/1,000만 원(보증금))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여전히 보증금에 대한 미반환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증부월세의 경우 임대인이 은행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다면 집은 경매에 넘어가겠지요. 즉, 전세가 사라지고 보증부월세가 대세가 된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성은 남게 됩니다.

빌라 전세사기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 세 가지는 ①선순위 은행 대출이 있는 빌라에 후순위 전세로 들어가거나 ②확인이 어려운 빌라 시세를 감정평가사 등과 짜고 시세보다 높이거나 ③너무 높은 전세가율로 전세를 살기 때문입니다.

문제 안에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요?
빌라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증보험 등도 중요하지만 ①빌라 전세가 선순위인 경우만 빌라 전세계약이 가능하게 하고 ②KB아파트시세와 같이 KB빌라 시세를 개발해 개인이 임의로 시세를 조정할 수 없게 하고 ③전세가율의 상한을 KB빌라시세의 70%를 넘지 못하게 하면 빌라 전세사기의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빌라의 월세화는 가속된다
위에서 얘기한 빌라 전세사기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 변화가 없다면 빌라의 월세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으로 전세를 폐지하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전세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빌라의 경우에는 임차인이 전세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월세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겁니다.

반면에 시세 조정이 어렵고 빌라에 비해 전세가율이 낮은 아파트는, 아파트 가격 하락기에 역전세 이슈는 발생할 수 있어도 깡통 전세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갭투자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점도 있습니다. 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다달이 월세를 내지 않고 전세 보증금만 지불하면 되니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장 참여자 모두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기에 아파트는 빌라와 달리 월세가 대세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여전히 전세가 가장 보편적인 임대차 계약의 형태로 남고, 반전세나 보증부월세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서 조금씩 증가하겠지요.
전세가 사라진다고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주택에서 이번 기회에 전세를 완전히 없애는 게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근거가 뭘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전세 끼고 집을 미리 사두는 갭투자는 불가능해지겠죠. 그러면 가수요, 투자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매수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집값도 안정화된다는 거예요. 정말 이렇게 될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내 집에 살거나 월세로 살아야 합니다.
싼 월세로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공임대주택은 물량이 많지 않고,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덜 쾌적해요.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민간임대주택에 살아야 합니다. 민간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집주인들이 공공임대주택처럼 싼 월세로 임대를 할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매매시세와 시장 기대수익률에 맞춰 임대를 할 겁니다.

즉,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사라져 집값이 안정화되려면 월세 수익률도 낮아져야만 합니다. 집을 필요로 하는 임차인들이 많은데, 낮은 월세를 받겠다는 임대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임대주택은 상가에 비해 공실 리스크가 낮은 안정적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럼 투자수요도 증가하기에 전세가 사라진다고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죠. 전세가 사라진다고 집값이 떨어진다면, 전세 제도 자체가 없는 다른 나라들의 집값 상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 부담은 크게 증가한다
2019년 기준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거비 부담은 가처분소득 대비 14.7%로 OECD 평균인 20.5%보다 낮습니다. 영국은 23.2%, 이웃 나라 일본은 21.8%(2017년 기준)입니다.

2023년 4월에 발표된 무디스애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22년 4분기 평균 소득 대비 월세 비율(RTI, Rent-To-Income ratio)이 처음으로 30%를 넘겼습니다. 주요 도시들은 이미 30%를 넘겼지만 미국 전체가 30%를 넘긴 건 처음입니다. 뉴욕의 RTI는 무려 66.9%입니다.

한국의 주거비 부담이 다른 주요 나라들에 비해 낮은 건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어느 정도까지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까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기준으로 계산을 해볼게요.

먼저, 전세 시세가 4억 원인 5억 원짜리 빌라가 있습니다(전세가율 80%).
반전세로 임대차 시 전월세전환율 4.8% 적용하면 80만 원(월)/2억 원(보)이 됩니다. 그래서 순수월세로 전환 시 160만 원(전세금 4억 원에 대한 전환율 4.8%)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매매시세 → 전세가(전세가율 적용) → 반전세 or 순수월세(전월세전환율 적용)로 계산하지 않고, 매매시세 대비 기대수익율로 순수월세를 바로 계산하게 됩니다.
기대수익율 4%를 가정하면 순수월세는 160만 원이 아니라 166만 원이 됩니다. 빌라는 전세가율이 높아 월세화가 된다고 해도 현시점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아파트는 어떨까요? 전세시세가 6억 원인 매매시세 10억 원의 아파트가 있습니다(전세가율 60%). 전세가 6억 원에 전환율 4.8%를 적용하면 순수월세는 240만 원입니다. 하지만 전세 제도 자체가 없다면 전환율이 아닌 매매시세 10억 원 기준으로 4% 기대수익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순수월세가 333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빌라 전세라면 120만 원(전세금 4억 원의 3.6%)이면 가능했는데,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월 주거비 부담이 166만 원으로 46만 원(38%) 증가합니다. 아파트는 전세 시 월 180만 원(전세금 6억 원의 3.6%)에서 순수월세 시 월 333만 원까지 153만 원(85%)이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합니다.

이렇게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임차인 입장에서 거주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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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세가율은 빌라와 아파트의 장기적 평균 전세가율 적용
#2)   전월세 전환율은 2023년 7월 기준 평균 전환율 적용
#3)   수익률은 2023년 7월 기준 오피스텔의 평균 기대수익률 적용
#4)   월 비용 전환 시, 보증금에 대한 전환율은 2023.07.13 기준 3년 국고채 금리인 3.6% 적용
※ 본 자료는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수록된 내용은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글.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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