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Y / Weekly 부동산 ISSUE
2023. 08. 01
전세의 미래,
전세가 사라지면 집값이 떨어질까?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워요.”
“귀신 하나 안 나오는 납량특집이네요.”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주택에서 이번 기회에 전세를 완전히 없애는 게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근거가 뭘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전세 끼고 집을 미리 사두는 갭투자는 불가능해지겠죠. 그러면 가수요, 투자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매수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집값도 안정화된다는 거예요. 정말 이렇게 될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내 집에 살거나 월세로 살아야 합니다.
싼 월세로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공임대주택은 물량이 많지 않고,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덜 쾌적해요.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민간임대주택에 살아야 합니다. 민간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집주인들이 공공임대주택처럼 싼 월세로 임대를 할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매매시세와 시장 기대수익률에 맞춰 임대를 할 겁니다.
즉,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사라져 집값이 안정화되려면 월세 수익률도 낮아져야만 합니다. 집을 필요로 하는 임차인들이 많은데, 낮은 월세를 받겠다는 임대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임대주택은 상가에 비해 공실 리스크가 낮은 안정적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럼 투자수요도 증가하기에 전세가 사라진다고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죠. 전세가 사라진다고 집값이 떨어진다면, 전세 제도 자체가 없는 다른 나라들의 집값 상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2019년 기준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거비 부담은 가처분소득 대비 14.7%로 OECD 평균인 20.5%보다 낮습니다. 영국은 23.2%, 이웃 나라 일본은 21.8%(2017년 기준)입니다.
2023년 4월에 발표된 무디스애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22년 4분기 평균 소득 대비 월세 비율(RTI, Rent-To-Income ratio)이 처음으로 30%를 넘겼습니다. 주요 도시들은 이미 30%를 넘겼지만 미국 전체가 30%를 넘긴 건 처음입니다. 뉴욕의 RTI는 무려 66.9%입니다.
한국의 주거비 부담이 다른 주요 나라들에 비해 낮은 건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어느 정도까지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까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기준으로 계산을 해볼게요.
먼저, 전세 시세가 4억 원인 5억 원짜리 빌라가 있습니다(전세가율 80%).
반전세로 임대차 시 전월세전환율 4.8% 적용하면 80만 원(월)/2억 원(보)이 됩니다. 그래서 순수월세로 전환 시 160만 원(전세금 4억 원에 대한 전환율 4.8%)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매매시세 → 전세가(전세가율 적용) → 반전세 or 순수월세(전월세전환율 적용)로 계산하지 않고, 매매시세 대비 기대수익율로 순수월세를 바로 계산하게 됩니다.
기대수익율 4%를 가정하면 순수월세는 160만 원이 아니라 166만 원이 됩니다. 빌라는 전세가율이 높아 월세화가 된다고 해도 현시점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아파트는 어떨까요? 전세시세가 6억 원인 매매시세 10억 원의 아파트가 있습니다(전세가율 60%). 전세가 6억 원에 전환율 4.8%를 적용하면 순수월세는 240만 원입니다. 하지만 전세 제도 자체가 없다면 전환율이 아닌 매매시세 10억 원 기준으로 4% 기대수익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순수월세가 333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빌라 전세라면 120만 원(전세금 4억 원의 3.6%)이면 가능했는데,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월 주거비 부담이 166만 원으로 46만 원(38%) 증가합니다. 아파트는 전세 시 월 180만 원(전세금 6억 원의 3.6%)에서 순수월세 시 월 333만 원까지 153만 원(85%)이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합니다.
이렇게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임차인 입장에서 거주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1)
전세가율은 빌라와 아파트의 장기적 평균 전세가율 적용
#2)
전월세 전환율은 2023년 7월 기준 평균 전환율 적용
#3)
수익률은 2023년 7월 기준 오피스텔의 평균 기대수익률 적용
#4)
월 비용 전환 시, 보증금에 대한 전환율은 2023.07.13 기준 3년 국고채 금리인 3.6%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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