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청구의 정의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경정 등의 청구’에 나와 있는데요. 요약하자면 기존에 신고된 세금이 세법에 따라 신고했어야 할 세금과 차이가 날 때,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 국세청에 해당 차액을 청구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때 일반적으로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면 ‘수정신고’라고 표현하고, 세금이 줄어들어 환급을 요청할 경우엔 ‘경정청구’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볼까요. 홍수철은 세법에 따라 신고했어야 할 세금보다 80억 원 더 많이 신고했고, 이에 백현우가 세금 환급을 위한 경정청구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홍수철은 어쩌다 더 많은 세금을 신고하게 된 걸까요?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세법을 잘못 적용해 경정청구를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적용해야 할 세법을 몰랐거나, 혹은 잘못 적용해 세금이 과대 계산·신고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세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해당 특례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봅시다.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했을 겁니다. 이런 경우 해당 특례가 특수한 사유로 경정청구에서 제외되는 대상만 아니라면, 특례를 적용해달라는 경정청구를 진행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퀸즈마트는 이 경우에 해당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의 세금 신고는 대부분 대형 회계법인이나 세무법인에서 수차례 검토를 거칩니다. 단순 오류나 실수로 세법이 잘못 적용되는 경우는 흔치 않죠.

두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경우 일단은 보수적으로 판단해 세금을 납부한 이후에, 이에 대한 국세청의 판단을 경정청구를 통해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출의 비용 인정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해봅시다. 이때 이를 무리하게 비용으로 처리하면 추후 세무조사를 받거나 가산세를 부담해야 할 위험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단 보수적으로 해당 건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은 채 세금을 납부한 뒤, 국세청에 해당 지출 건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하는 거죠. 많은 납세의무자들이 안전하게 이런 방법을 택하곤 합니다.

하지만 퀸즈마트는 이 같은 사례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만약 퀸즈마트가 이 경우에 해당했다면, 홍수철은 할아버지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었겠죠. 세무대리인은 어디까지나 대리인일 뿐, 세금 신고 전 반드시 경연진의 의사를 확인했을 겁니다. 홍수철이 기업 경영에 손을 놓은 게 아니라면 더 납부한 80억 원에 대해 ‘신고 후 경정청구’로 진행한다는 본인의 판단 정도는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는 세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실관계이거나, 해당 법에 논란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납세의무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일단 세금을 납부했다가, 본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선고되면 해당 판결을 인용해 경정청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세법에 대한 추가적인 해석이나 판단이 나와 기존에 납부한 세금이 과다하게 납부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시점에 경정청구를 하는 것이죠.

실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마일리지(혹은 포인트)로 발생한 매출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던 적이 있습니다.
이에 한 기업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판례를 처음으로 이끌어냈죠. 그러자 그동안 과세 처리해왔던 수많은 기업이 경정청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퀸즈마트는 이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백현우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유사 기업이나 경쟁 기업의 많은 판례를 보거나 들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퀸즈마트에 적용해볼만한 새로운 판례를 확인해 경정청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죠. 드라마 설정 상 백현우는 유능한 변호사기 때문에, 홍수철 혹은 퀸즈마트의 재무팀이나 법무팀보다 더 빠르게 해당 소식을 접했을 것이고,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단도 더 빠르게 했을 겁니다.

최근 “숨은 세금 환급액을 찾아 드립니다”라고 광고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바로 경정청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5년간 신고했던 내역을 확인해 세법에 따라 신고해야 할 세액과 비교, 과다 납부한 부분에 대해 경정청구를 진행해 세금 환급을 받아준다는 광고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광고에 현혹되기 쉽지만, 사실 일반적인 근로소득자는 해당 사항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근로소득자들이 이미 신고한 소득세에는 세법 적용에 오류가 있기 힘들고, 사실관계나 세법에 대해 수정할 사항도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로 일했다면 경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세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연말정산과 같이 이를 중간에서 검토해주는 절차도 없기 때문입니다. 종합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잘못 적용된 경우도 많습니다. 세법 적용에 오류가 있었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을 받을 수 있겠죠.

원래 정당하게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면,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억울할 수 있겠죠. 국세기본법에선 5년간의 경정청구 기간을 주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세무전문가와 함께 나의 세금을 잘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