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8. 10
WEB 3.0
웨이브가 온다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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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3(Web 3,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인터넷)가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것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는 최근 발간한 ‘스테이트 오브 크립토(State of Crypto) 2022’ 보고서 에서 “우리는 세 번째 인터넷 시대의 초입에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웹 3가 과장되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관련 기술과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말이다. 특히 디지털 저작물, 영상, 음악을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게 큰 기회가 생길 것으로 봤다.

a16z는 2009년에 만들어진 실리콘밸리의 유명 글로벌 VC 중 하나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Airbnb), 어펌(Affirm), 리프트(Lyft), 로블록스(Roblox), 슬랙(Slack) 등 다양한 기술 회사에 투자했다. 2013년 코인베이스(Coinbase)에 투자한 후 블록체인·암호화폐(crypto) 기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2년 5월 25일 45억 달러(약 5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웹 3 투자펀드를 설립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투자업체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는 2022년 초 올해 부상할 혁신 기술 및 고성장 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빅 아이디어’(Big Ideas)란 제목으로 발간하는 132페이지 분량의 연례 보고서를 통해서다. 아크 인베스트는 2017년부터 매해 1월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보고서의 특징은 ‘웹 3’(Web3) 분야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딥러닝·AI(인공지능),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비트코인, 전기차, 자율주행, 3D 프린팅, 우주 기술(Orbital Aerospace) 등 다른 주요 혁신 기술은 2021년과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졌다.

지난 3월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이하 SXSW) 2022의 주인공은 웹 3와 NFT(대체불가토큰)였다. SXSW는 본래 영화인, 음악인, 시각효과(컴퓨터그래픽)·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관계자 중심의 문화·기술 컨퍼런스다. 그런데 올해는 마치 블록체인 행사처럼 치러졌다. 웹 3 분야 최고 전문가 60명 이상이 발표자로 나섰고, 패널로 참여한 업계 관계자도 40여 명에 달했다. 3월 12일에 진행된 ‘NFT의 미래’(The Future for NFTs Beyond Art and Collectibles) 세션의 경우 청중이 몰리며 장시간 줄을 섰던 대기자들이 아예 입장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NFT 예술가로 유명한 ‘비플’이 주요 연사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앱을 내려 받으면 암호화폐를 준다는 길거리 전단이 붙었다. 관광용 인력거 광고 배너에는 블록체인 프로토콜 ‘알고랜드’(Algorand) 광고가 게시됐다. 블록체인 문화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보수적인 텍사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최근 미국 내 최신 테크 행사는 웹 3를 주제로 한 경우가 많아졌다.
웹 3란 무엇인가
웹 3는 웹 1(Web 1.0), 웹 2(Web 2.0)에 이은 ‘세 번째 인터넷’을 일컫는 말이다. 웹 3는 새로운 미래 인터넷 연결 방식을 말하는 용어다. 사용자들은 그동안 서로 교류를 위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카카오와 네이버 등을 이용했다.

웹 3는 거대 IT 기술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탈중앙화(decentralized)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준익명(quasianonymous)의 플랫폼에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인터넷의 새로운 비전이다.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뒷받침하는 미래의 인터넷을 말한다. 즉, 인터넷의 미래 중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이다. 웹 3는 NFT(대체불가토큰), DeFi(탈중앙화 금융),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웹 3는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로 등장한 개념일까? 왜 많은 기술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이 웹 3가 미래의 인터넷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발전해 온 흐름을 살펴보면 좋다.
웹 1.0 - 읽기 전용의 한 방향 흐름
‘웹’(Web)은 인터넷의 핵심 정보 검색 시스템인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줄임말이다. 월드 와이드 웹의 약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www’다. 1989년 12월에 개발되고 1년 뒤인 1990년 12월에 발표 및 보급된 월드 와이드 웹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미줄 (Web)처럼 엮인 공간을 뜻하는 용어다.

일반인에게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4년부터 사실상 인터넷과 동의어 취급할 정도로 가장 널리 보급된 인터넷 시스템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금은 대다수 일반인들에게 인터넷을 한다는 의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구글 크롬, 사파리 등의 웹 브라우저를 켜고 웹 서핑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 개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하이퍼텍스트 링크를 통해 상호 연결된 정보 및 리소스의 글로벌 ‘웹’을 지칭하기 위해 ‘월드 와이드 웹 1’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초창기인 1990년대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원래 정적 HTML 페이지로 구성된 몇 가지 간단한 스타일로 개발됐다. 인터넷 페이지는 텍스트 또는 간단한 이미지로 구성됐다. 사용자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아직 웹사이트 방문자 행동에 따라 변경되는 대화형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즉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 그대로만 볼 수 있는, 즉 사용자가 정보를 읽을 수만 있는 ‘읽기 전용’이다. 대부분의 웹사이트 콘텐츠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웹사이트 파일에 직접 저장됐다. 초창기 웹 1.0 시대의 이메일은 텍스트 즉 글 위주의 내용만 보낼 수 있었고 첨부 파일이나 사진은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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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후반까지는 이런 웹 1.0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웹사이트 기능이 발달하면서 웹 2.0의 시대로 넘어갔다.
웹 2.0 - 읽고, 쓰고, 양방향 정보 공유
웹 1.0에서 웹 2.0으로 전환하면서 인터넷 사용 방식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웹 2.0 시대로 넘어가면서 세상의 인터넷은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웹 2.0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며 동시에 서로 주고받는 방식 즉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콘텐츠가 사용자 생성 콘텐츠로 완전히 대체된 점이다. 인터넷 이전을 생각해 보면 당시의 콘텐츠는 일반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만드는 특정 소수 그룹이 있고 그것을 유통하는 채널이 한정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방송국, 신문사 등 특정 집단에서만 콘텐츠를 만들었다. 일반인이 뉴스, 드라마,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소수 집단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및 콘텐츠를 일반 대중은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설령 일반인이 콘텐츠를 창작하더라도 일반인이 그러한 콘텐츠를 거대 미디어 채널, 즉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은 없었다.

이런 정보 전달의 채널 독점으로 과거에는 소수의 미디어와 언론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부 엘리트 집단과 정부 등이 정보를 독점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인플루언서(Influencer), 크리에이터(Creator) 같은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형태로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

요즘 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는 대다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누구든지 녹음해 애플의 팟캐스트, 팟방 등을 통해서 전 세계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방송사 뉴스, 신문기자보다 더욱 빠르고 생생한 뉴스를 페이스북, 트위터로 공유할 수 있다. 콘텐츠를 생성하자마자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공유하면서 콘텐츠가 소비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는 기존 방송사, 신문사 등 거대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과 우리의 변화된 콘텐츠 소비 방식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웹 2.0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다수의 개인이 창작 활동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랫폼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교류, 소통, 공유하기 시작했다. 웹 2.0의 시대에는 사용자, 참가자, 창작자가 동일하며 이들이 생성한 콘텐츠가 시대를 주도한다.

즉 웹 2.0은 사용자의 참여, 창작, 공유가 주도하는 시대이다. 전 세계에서 유튜브 스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틱톡 스타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채널을 가진 전문가가 도처에서 등장하고 있는 반면 과거 영향력을 보유했던 집단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웹 2.0 기반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것이다.
웹 2.0과 모바일, 그리고 소셜미디어
상호작용이 가능한 웹 2.0이 웹 1.0보다 더욱 파급력 있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바로 모바일로의 전환 덕분이다. 웹 1.0 시대에 비해 빨라진 네트워크 속도와 기술의 발달도 큰 기여를 했지만 웹 2.0은 모바일의 보급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웹 2.0의 성장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인터넷 접속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부문에서의 주요 혁신을 통해 이뤄졌다. 이 혁신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의 모바일 장비 보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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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는 집, 학교, 회사 등에 위치한 데스크톱 또는 노트북에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후의 모바일 혁신으로 1인 1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단말기 등으로 집, 사무실 밖, 이동 중에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과거 가정에서는 한 대 정도의 PC에서 접속했다. 지금은 한 가정에 최소 1인 1대 이상의 단말에서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있다.

모바일로 인터넷에 연결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웹브라우저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넘어 앱(App)을 통한 연결을 의미하게 되었다. 웹 2.0 시대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설치된 ‘앱’이 지배하는 시대인 것이다. 에어비엔비, 페이스북(현재 Meta), 인스타그램(Instagram), 틱톡(TikTok), 트위터(Twitter), 우버(Uber), 카톡(Kakao), 유튜브(YouTube), 배민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은 응용 프로그램(앱) 하나로 수백만 명의 이용자와 연결되어 집을 임대하거나 음식과 식료품을 배달하거나 온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참여, 공유, 개방을 키워드로 하는 웹 2.0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급격한 부상과 관련이 깊다. 인터넷이 동적으로 변하면서 사용자가 정보를 소비하거나 읽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생성하거나 쓸 수 있게 됐다.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가 공급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최근 급부상한 틱톡 등 대다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공유할 뿐이다. 이러한 소셜미디어가 모바일과 결합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콘텐츠를 찍고, 편집하고, 창작하여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소통한다.

웹 2.0의 시대의 산업 구조에 새로운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다. 90년대까지 세계를 지배하던 전통 기업들이 이 단계에서 테크 기업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테크 기업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급부상했다.

2000년 후반부터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많은 웹 2.0 중심의 지배적인 플랫폼 기업이 경이적인 매출 성장으로 시가총액 기준 선두그룹을 형성하게 되었다. 모바일 전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웹 2.0은 단순히 변화 수준이 아니라 일부 산업을 뒤흔든 위협이 되었다.
웹 3 시대의 도래
이제 업계는 웹 2를 넘어 웹 3(Web3.0) 시대를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와 뉴욕을 중심으로 웹 3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웹 3는 사용자들이 기존의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기존의 여러 서비스 중개자를 통하는 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미래 인터넷 연결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다.

최근 벤처 캐피털과 기술투자 관련 자금이 대거 웹 3 기업으로 몰리고 있으며 “지금의 웹 3는 2000년대 중후반에 있었던 모바일 전환에 버금가는 엄청난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많은 스타트업, 빅테크 기업이 15년 만에 찾아온 이 기회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웹 3를 바라보고 있다. 웹 3란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로 등장한 개념일까? 많은 기술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은 왜 웹 3를 ‘미래의 인터넷’으로 부르는 것일까?

웹 3 시대의 도래와 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소유권과 빅테크 기업의 힘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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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3의 시작은 데이터 소유권 인식
소유권은 사전적 의미로 ‘물건을 전면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소유권은 재산권(財産權)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다. 우리 사회에서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다.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소유권은 구성원에게 끊임없는 동기를 부여해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법적인 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사업 아이디어, 기술적 혁신을 문서화해 특허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한다.

문화 예술 분야의 경우 저작권을 통해서 노래, 영상, 콘텐츠를 보호한다. 하지만 일반적 재화와 달리 데이터는 소유권 개념이 모호하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수한 데이터를 생산한다. 인터넷 검색, 쇼핑 목록, 내비게이션을 통한 이동경로 등 무의식 중에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개인이 생산한 재화, 노동, 서비스는 누구의 소유일까? 당연히 생산 주체 소유다. 하지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많은 사진, 짧은 동영상, 블로그에 작성한 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포스팅, 개인정보 등의 소유권이 엄밀히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아니라면 온라인상에서 생산, 소비되는 무수한 디지털 콘텐츠는 진정 누구의 소유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친구, 동료와 교류하기 위해, 재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소셜미디어에서 보낸다. 잊었던 친구를 연결하고 재미를 선사하며 종종 유익한 정보도 제공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유명 소셜미디어는 대부분 사용자에게 이에 대한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용자들이 동의한 ‘약관’(Term and Condition) 또는 ‘서비스 약관 및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단 한 번이라도 유심히 검토해 본 적 있다면 실제로 무엇에 가입하고 동의하였는지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자신이 지금 어떤 서비스에 가입 중인지 그리고 동의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2021년 나온 퓨 리서치 리포트(Pew Research Report)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인의 절반이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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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변호사나 개인 정보 보호에 민감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이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계정에 등록할 때 짧게는 몇 페이지에서 길게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깨알 같은 작은 글씨를 무시하고 빠르게 스크롤해 페이지를 넘기고 ‘동의’를 누른다.

현재 구글에서 제공하는 ‘개인정보 보호 및 약관’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개인정보 정책’(Privacy Policy)은 워드 파일로 옮겼을 경우 11페이지, 2,134개 단어로 이뤄져 있다. 세부 규정으로 들어가면 더욱 많은 정보가 있고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정보가 포함돼 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원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실상은 가입자에 대한 데이터 ‘소유권 정책’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가 공지하는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는 ‘데이터의 소유 권한 및 기업의 사용 범위’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부분 기업이 데이터 사용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사용자가 가입할 때 데이터 사용 권한을 공지하고 동의를 받은 후 사용자의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이용자는 이 ‘데이터의 소유 권한 및 기업의 사용범위’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너무 길기 때문에 읽기가 번거롭고, 이해가 명확하게 되지 않으며, 우리의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쉽게 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기업은 약관에 기재된 동의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웹 2 시대의 불평등한 데이터 소유권 구조
메타(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틱톡 등 대부분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회사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은 서비스 이용을 위한 등록 과정에서 서비스 약관 동의를 요구한다. 약관 동의는 일종의 법률 계약과 비슷한 효력을 가진다. 사용자가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특정 피해를 입었는데, 만약 이 내용이 가입 시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표시돼 있고 여기에 동의했다면 사용자는 회사와 법적으로 분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약에 준하는 약관에는 사용자가 플랫폼에 게시하는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라이선스를 회사가 확보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의 사용 약관에는 ‘귀하가 당사에 부여한 권한’이라는 섹션이 있다. 이 섹션의 시작 구절은 다음과 같다.

‘본 계약의 일부로서, 귀하는 또한 당사가 귀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권한을 당사에 부여합니다.’ 그리고 세부 항목에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귀하가 지식 재산권(사진 또는 동영상 등)이 적용되는 콘텐츠 또는 당사 서비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 게시 또는 업로드할 때, 귀하는 귀하의 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호스팅, 사용, 배포, 수정, 실행, 복사, 공개적으로 수행 또는 표시, 번역 및 그 파생 저작물을 생성할 수 있는 비독점적이고 양도 가능하며 2차 라이선스를 가질 수 있고 사용료가 없는 라이선스를 당사에 부여합니다.’

이 약관을 다시 해석하면 ‘인스타그램 에 포스팅(업로드)하는 모든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이 소유하고 당신이 그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인스타그램이 소유하기때문에 그것을 활용해서 다른 수익을 추구하더라도 그 라이선스는 인스타그램의 소유이며 인스타그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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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인스타그램 사용 약관에만 있는 내용이 아니다. 세부 내용과 표현법, 형식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사이트,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비슷한 이용 약관을 적용한다. 이런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통해 글로벌 소셜미디어, 온라인 빅테크 회사들은 자신의 플랫폼에 게시되거나 공유된 모든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

콘텐츠 내용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무료로 양도 가능한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는 사용자가 생산한 모든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개인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포기하는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소셜미디어 또는 플랫폼 기업은 가입자에 대한 법적 의무를 다했고, 사용자는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확인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웹 2.0 시대 데이터 소유권의 구조다.

실제로 웹 2.0 시대의 가장 성공한 기업인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인스타그램 등은 사용자들이 제공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생성 주체인 사용자가 데이터 소유권을 가지지 못하고 기업이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한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기술적, 환경적 제약으로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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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6z는 웹 3의 부상을 초래한 배경으로 이와 같은 ‘현재 인터넷이 가진 결함’을 내세웠다. 지금의 인터넷이 지나치게 중앙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가 인터넷을 검열·통제하고 있고, 서방 세계 역시 빅테크가 과점한 기형적인 상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16z는 특히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를 모은 후 그들이 만들어낸 콘텐츠 및 데이터를 추출(extract)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고 꼬집었다.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용자가 만들어 플랫폼에 올린 게시물과 창작물은 그들의 소유가 아니며 플랫폼 소유다. 창작물, 게시물에 대한 보상도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빅테크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외부 개발자, 서드 파티(third party) 기업을 착취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딕슨(Chris Dixon) a16z 파트너는 “중앙집중식 플랫폼은 초기에는 외부 개발자, 제삼자 기업과 협력하지만, 성장하면서 이들과 경쟁하는 관계로 바뀐다”고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혁신이 등장하고,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관련 법규 제정 등이 이뤄 지면서 웹 3로의 전환, 즉 데이터 소유권이 데이터 창작자에게 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웹 3 산업은 여전히 초기
‘웹 3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는 사실도 a16z가 이 분야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인터넷 발전 단계 및 과정과 비교해 봤을 때 웹 3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웹 3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블록체인 ‘이더리움’의 사용자 수는 700만에서 최대 5천만 명 수준이다.

이 숫자를 과거 인터넷 초창기 사용자 수와 비교하면 1995년 정도에 와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는 10년 뒤인 2005년 10억 명에 도달했고, 이 시기에 페이스북(2004년 설립), 유튜브 (2005년 설립) 같은 지금의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a16z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웹 3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도달하는 건 2031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성장 추세가 유지될 경우 웹 3 세계에서 새로운 페이스북, 유튜브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웹 3 기업, 프로젝트의 경우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서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독점 및 과점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터에게 웹 3 환경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빅테크가 플랫폼에서 부과하는 수수료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웹 3는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은 최근 가상현실(VR)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에서 거래되는 창작물에 47.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혀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튜브 역시 최대 45%를 부과하며 애플은 30%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웹 3 진영에 속하는 NFT(대체불가토큰) 거래소 ‘오픈시’(OpenSea)의 수수료는 2.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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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6z는 “NFT 크리에이터 2만2,400명이 벌어들인 수익은 39억 달러(1인당 17만 4천 달러)에 달한다”며 “1,100만 명이 70억 달러(1인당 636달러)를 벌어들인 스포티파이, 3,700만 명이 150억 달러(채널 당 2.47달러)를 번 유튜브와 비교하면 크리에이터 한 명이 버는 평균 수익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 창작자, 크리에이터가 된다
지금 테크 업계가 웹 3에 주목하는 것은 웹 2 시대처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계기로 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형 플랫폼에 데이터를 주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웹 3와 NFT라는 기술은 크리에이터 경제와 밀접하다. 무명 작가였던 비플의 NFT 작품이 6,900만 달러(약 890억 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같은 NFT 프로필 사진(PFP)이 억대 가격으로 팔린다. 밴드가 음악을 NFT로 발행해 판매하거나 멤버십 상품처럼 돈을 내고 NFT를 산 멤버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유명 갤러리에 걸리지 않아도 미술 작품을 판매하고, 직접 유통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창작자들에게 큰 변화다. NFT로 사진 같은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이 판매될 경우 소유권 이전기록까지 투명하게 블록체인에서 확인 가능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렸는데, 크리에이터들이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수집가 입장에서도 이런 변화는 반가운 현상이다. 디지털 수집품 (digital collectables)을 쉽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김인순 더밀크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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