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는 영고성쇠 사이클이 빨라 한 기업이 IT업계 1위로 계속 군림하기 어렵다. 이른바 ‘30년 사이클 한계설’이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300년 지속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 모델로 ‘군전략’(群戦略)을 내세운다. 군전략이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과 자본관계를 구축하고 각자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동지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진화·성장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미 AI는 모든 산업을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AI로 인해 각 산업을 변혁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2017년부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를 설립해 투자하고 있다. 그 수는 누계 473사(23년 6월 말, SVF1+SVF2+LatAm 펀드). 암의 주식도 일부 현물출자 형태로 이관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AI군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자율적이고 빠르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2018년 12월 도쿄증권 1부(현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통신사업의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SVF와 제휴해 신규 사업을 창출하고, 광범위한 사업기반을 살려 다양한 업계로 진출했다. 소위 ‘비욘드 캐리어’(Beyond Carrier, ‘통신회사를 넘어’라는 뜻) 전략에 따라 중장기적인 지속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행보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 위기 등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SVF가 보유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2021년에는 1조 4,621억 엔의 당기 손실이 발생했다.
사실 손정의는 2022년 10월 경영자와 사업가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이 정도로 끝나도 좋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펑펑 울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아키텍트(건축가)가 되고 싶다”며 경영자로서의 활동을 줄이고 AI와 관련된 사업 확장에 전념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침 그 무렵 생성 AI, 챗GPT가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패러다임 전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손정의는 2023년 주총에서 “AI 혁명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물밑에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AI 혁명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2023년 1분기 결산이 8월 8일 발표되었는데, 연결 최종손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1,627억 엔 적자에서 4,776억 엔 적자로 적자 폭이 크게 개선됐고, SVF는 전분기 975억 엔 적자에서 2조 2,745억 엔 흑자로 전환했다. 또 소프트뱅크 그룹이 중요 지표로 삼는 NAV(시가순자산)도 작년도 3월 말 14.1조 엔에서 2023년 6월 말 15.5조 엔으로, LTV(순부채/보유주식가치)는 11.0%에서 8.0%로, 보유 유동성은 5.1조 엔에서 5.8조 엔으로 개선됐다.
바야흐로 공세로 반전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다음 한 수가 주목된다.
마츠자키 다카시(松崎隆司)
경제 저널리스트. 기업경영이나 M&A, 고용, 사업승계, 비즈니스모델, 경제사건 등을 취재. 현재 니케이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프레지던트 등의 경제지나 종합지, 산케이비즈니스아이, 일간 겐다이 등에 기고하고 있다.
※ 본 원고는 외부 필자 의견으로 당사의 투자 의견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