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3. 12. 20
전기차, 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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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시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인도 내부에서는 그 영향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보조금 삭감은 언젠가 대비해야 할 일. 일부에서는 본질적으로 인도 전기차의 제한된 성능, 부족한 인프라 등 전기차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욱 신경써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전기차(EV) 분야에는 긍정적인 기대감과 부정적인 전망이 다소 혼재해 있다. 먼저 긍정적인 이슈2023년 3월 31일에 마감된 회계연도를 분석한 결과 인도에서 1백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인도 전기차제조협회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동안 약 115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되었다. 이 판매 기록에는 전기 이륜차(오토바이)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전기 이륜차의 경우 약 72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도 전기차 시장 현황
백만 대 이상의 판매는 분명 엄청난 기록이지만, 전기차 보급률과 성장 전망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직 모자란 수치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은 인도 국가변혁위원회 및 기타 연구기관에서 설정한 연간 최소 목표보다 약간 낮다. 국가변혁위원회의 ‘인도 전기차의 보급 확대 및 제조 계획 2단계’(FAME-II) 목표에 따르면, 전기 이륜차 보급 대수는 193만 대가 넘었어야 했다.

그렇다면 현재 인도의 전기차 시장 현황은 어떨까. 케어엣지 리서치의 탄비 샤이사에 따르면, 전기 이륜차 부문은 지난 수년간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전체 전기차 매출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 이륜차 매출은 전년대비 올해 188% 성장했고, 2019년부터 2023년 회계 연도까지는 92%의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마다 큰 편차가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탄비 샤 이사는 “주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과 중앙 정부의 계획은 델리와 마하라슈트라 같은 지역에서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지역들은 충전소 보급률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지만, 실제 수요보다는 여전히 한참 뒤처져 있다. 델리, 마하라 슈트라, 하리아나, 우타 프라데쉬, 펀자브가 가장 포괄적인 전기차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아루나찰 프라데시, 마니푸르, 히마찰 프라데시, 라다크, 케랄라, 우타라칸드 주의 전기차 정책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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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이륜차 부문은 지난 수년간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현재 전체 전기차 매출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 이륜차 매출은 올해 전년대비 188% 성장했고,
2019년부터 2023년 회계연도까지 92%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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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도의 경우 지금까지는 전기 이륜차가 전기 자동차에 비해 더 인기가 많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기 이륜차 시장에서 수많은 신제품 출시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전기 이륜차의 판매 대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 다른 중요한 성장 동력은 전기 이륜차 분야에서 아서, 올라, 히어로 일렉트릭, 바자지, TVS, 오키나와, 퓨어EV, 리볼트 등 수많은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충전소전기차의 빠른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도의 전기 이륜차 제조업체인 오키나와 오토텍(Okinawa Autotech)의 지텐더 샤르마 사장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충전 인프라의 보급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6~7개월 내에 도시와 주요 고속도로에 충전소 수가 급증할 것이며, 이로써 전기차 사용자가 편리하고 쉽게 충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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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 변화와 업계 반응
지난 5년 동안 정부는 FAME-II 정책을 토대로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꾸준히 제공해 왔으며, 덕분에 전기 이륜차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전기 이륜차의 인센티브는 1만 루피/kWh에서 1만 5천 루피/kWh로 인상되었고, 최대 인센티브 상한은 기존 20%에서 40%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많은 주에서 전기차에 대한 등록비 및 도로세 면제 등 보조금을 추가로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정책의 변화로 보조금과 인센티브가 다소 감소했다. 인도 중공업부는 전기 이륜차에 대한 보조금을 기존 1만 5천 루피(2023년 9월 4일 기준 한화 약 16만 원)/kWh에서 1만 루피/kWh로 변경하고, 총 인센티브도 기존 40%에서 차량 가격의 15%로 제한했다.

실제로 2022-2023 회계연도 동안 정부는 강경 노선을 유지했다. FAME-II에 따른 단계적 제조 프로그램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기차 관련보조금 지급을 보류한 것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 변화는 2022-2023 회계연도의 전기 이륜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 6월 1일부터 보조금 축소를 포함하는 FAME-II 제도의 개정으로 인해, 전기 이륜차의 판매 가격도 인상되었다.

정부의 보조금 삭감에 대해 로히아 오토(Lohia Auto)의 아유시 로히아 최고경영자는 “정부는 전기 이륜차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보조금 삭감은 전기차 시장 전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기 이륜차 판매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인도 내 전기 이륜차 보급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유시 로히아 최고경영자의 우려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보조금이 대폭 삭감됨에 따라 제조업체는 실제 인기 있는 고출력 스쿠터의 가격을 3만 루피나 인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기 품목인 고출력 스쿠터 ‘올라 S1 프로’와 ‘아서 450X’의 가격이 15만 루피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요 전기차 업체는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판매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제조협회는 이번 결정이 인도의 전기차 확산을 더욱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제조협회의 소힌더 싱 길 사무총장은 “갑작스러운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여 상당 기간동안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전기 이륜차 부문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 모델의 가격 격차가 커지면 결국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리브스 전기차(Greaves Electric Mobility)의 산제이 벨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FAME-II 보조금 축소는 전기 이륜차의 보급률을 높히는 데 일시적인 장애가 될 것이다. 업계 전반적인 성장 궤도는 유지될 수 있으나, 전기 이륜차 가격 상승은 보급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인도의 전기 이륜차 기업 히어로 일렉트릭(Hero Electric)의 대표를 맡고 있는 소힌더 싱 길 사무총장 역시 전기차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2023년 첫 5개월 동안 전기 이륜차의 판매 대수는 34만 대에 그쳤다. 월 기준 6만5천 대에 해당한다. 거기에 보조금 감소까지 고려하면 2023-2024 회계연도의 전기 이륜차 판매 대수는 최대 120만 대로 마감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변혁위원회의 목표치인 230만 대에 미치지 못할까 우려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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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기차 판매는 연간 1백만 대를 넘어섰고 이륜차를 포함하면 2백만 대에 가깝다.
소힌더 싱 길 사무총장은 과거 정부의 인세티브와 보조금 덕분에 전기 이륜차가 더 많은 매출과 더 빠른 보급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전기차 판매에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외에도 인프라 부족, 여전히 불안한 전기차의 성능, 높은 구매비용 등 다양한 요인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 업계의 투자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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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은 전기차 성장에 있어 필수적 요소다.
인도는 전국적으로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의 타타 모터스,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 한국의 현대, 일본의 혼다, 닛산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는 다양한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하고 있다. 시장 선두주자인 인도의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는 경쟁사들이 전기차를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도 시장에 전기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의 R. C. 바르가바 최고 경영자는 “인도 자동차 산업이 향후 3년 내에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마루티 스즈키는 4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 수년간 인도에서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앞으로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전기차는 2024~25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전기차 부문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바르가바 최고경영자는 경쟁사보다 늦은 전기 자동차 출시에 대해 “전기 자동차만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도와 같이 석탄이 주요 전력 공급원인 국가에서는 전기차 외에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더 나은 옵션이 있을 수 있다. 즉 하이브리드, 압축 천연가스, 바이오 압축 천연가스, 에탄올, 수소 및 기타 기술 옵션이 잠재적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SAIC)의 자회사인 MG 모터 인디아 역시 향후 4~5년 동안 인도 사업을 확장하고 토착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MG 모터 인디아의 라지브 차바 명예회장은 “첫 번째 단계는 인도 주주를 대주주로 영입하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 금융 기관, 딜러 네트워크 등이 대상이다. 다음 단계는 상장이다. 우리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4~5개의 신차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MG 모터 인디아는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인도 전체 매출의 65~75%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더 많은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합작투자 또는 제3자 제조를 통해 연료전지 제조 및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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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C. 바르가바
마루티 스즈키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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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동차 시장이 향후 3년 내에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마루티는 4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 수년간 인도에서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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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업이 전기차와 청정연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자동차 제조업체 아쇼크 리랜드(Ashok Leyland)도 전기 상용차 개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아쇼크 리랜드의 세누 아가왈 사장은 “상용차 부문에 적용할 대체 청정 솔루션 개발을 위해 매년 약 5억 루피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는 세계 10대 상용차 브랜드 중 하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상용차 로드맵을 수립했다. 우리는 경차급 전기 자동차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는 인도 전기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쇼크 리랜드는 최근 인도 시장을 겨냥한 전기 버스 플랫폼인 ‘스위치EiV12’를 출시했다. 현재 600대의 전기 버스를 주문받았으며, 이 중 약 50대는 카르나타카 지역의 도로교통공사에 납품하기 위해 생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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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와 전망
지금까지 제한된 주행거리와 열악한 충전 인프라는 인도 전기차 시장의 걸림돌이었다. 케어엣지 리서치의 탄비 샤 디렉터는 “특히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 이륜차의 빠른 보급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인도의 전기 이륜차 사용자가 직면한 주요 과제로는 열악한 배터리 충전 인프라, 제한된 최고 속도, 신속한 지원 네트워크의 부재, 짧은 주행거리, 낮은 제작 품질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 전기 이륜차 판매는 놀랄 만한 속도로 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인도에는 5,254개의 공공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충전소 인프라를 통해 총 206만 대의 전기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까지 FAME-II 보조금은 25개 주에 걸쳐 약 2,900개의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델리가 충전소당 최대 차량 수를 기록했고, 고아 주와 카르나타카 주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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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기준으로, 인도에는
5,254개의 공공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충전소 인프라를 통해 총 206만 대의
전기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까지 FAME-II 보조금은 25개 주에 걸쳐
약 2,900개의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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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인도의 전기 자동차 분야가 엄청난 속도로 도약할 것이라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향후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하지만 인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미래이다.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 업계와 정부가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원고는 외부 필자 의견으로 당사의 투자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Ashish Sinha & Utkarsh Agarwal |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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