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10. 26
헝다그룹,
중국판 ‘리먼사태’인가?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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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 쉬자인이 2017년 중국 1위 부호에 올랐던 비밀 2021년 기준 중국 부동산 매출 순위 3위 회사인 헝다그룹이 부도사태에 직면했다. 금년 63세인 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은 중국 허난성(河南省) 시골에서 태어나 맨주먹으로 창업해서 부동산업계에서 일가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중국 부동산업계에서 2021년 매출 기준 1위는 비구이위안(碧桂园), 2위는 완커(万科), 3위는 헝다(恒大)다. 헝다그룹의 쉬자인(许家印)회장은 2020년 기준 중국 부호 순위에서 마화텅, 마윈에 이은 3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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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개발회사는 지방정부의 토지사용권을 구매해서 여기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해서 수익을 올리는데, 그러자면 아파트를 지을 토지 확보가 중요하므로 토지 확보에 사활을 건다. 토지 확보를 위해 돈을 많이 빌려 부채비율이 높아지더라도 빨리 아파트 짓고, 빨리 분양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높은 레버리지는 높은 수익성을 보장한다. 그래서 중국 부동산업계에서는 높은 부채비율은 문제가 아니고 회전율이 사업의 성공요인이자 핵심이라는 인식이 존재해 왔다. 바로 헝다그룹이 회전율에 목숨을 걸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2017년에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은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을 제치고 포브스(Fobes)가 선정한 중국 부호 1위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7년에 쉬자인 회장이 중국 1위의 부호로 올라섰던 비결은 2014년의 부동산 침체기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여 싼 값에 대량의 토지를 구매했고, 그 이듬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융 완화에 올라타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의 반대를 선택한 회장의 오판
부동산업계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정상에까지 오른 쉬자인 회장은 왜 지금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을까? “풀은 바람부는 방향으로 누워야지 바람 부는 반대 방향으로 일어서면 말라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부정책에 역주행하다 위기에 몰린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에게 딱 들어 맞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부동산은 “주거 목적으로 사야지 투기목적으로 사면 안 된다”(房住不炒)는 정책을 내놓고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돈이 많이 풀려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자 2020년 8월에 건설부와 인민은행이 합동으로 부동산투기대책을 내놓는다. 그 목적은 바로 부동산기업의 자금 조달 규제를 통해 투기를 막는 것이었다. 정부는 부동산기업에게 절대 넘지 말아야 할 부채의 ‘3개의 레드라인’(三道红线)을 설정했다. 즉, 선수금 제외 자산부채비율을 70% 이상, 순부채비율을 100% 이하, 현금/단기부 채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기업에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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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비구이위안, 완커를 비롯한 다른 부동산기업은 성장률을 낮추고 부채 비율을 낮추는 등 보수적 경영을 시작했지만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4년 대성공의 경험을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높여 토지를 사들이고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헝다그룹은 정부 정책에 역주행을 했다. 부동산경기가 여전히 과열기미를 보이자 2020년 12월 31일 중국 은행보험감독원은 이번에는 부동산구매자에게 제한을 가하는 ‘부동산대출비율 양대제한(两个限制)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이 부동산을 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대출총액과 개인부동산 대출 비중에 은행규모별 상한을 두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헝다그룹은 그간 무리한 레버리지 확장으로 정부가 제시한 3개의 레드라인 기준을 모두 초과했다. 결국 3개의 빨간 불이 모두 들어온 위험기업으로 리스트에 오르게 된 것이다. 3개의 빨간 불이 모두 들어온 기업은 추가적인 신규대출을 중단당하는 페널 티를 받아야 한다. 벌여 놓은 프로젝트 는 많고, 돈 들어갈 곳은 넘치는데 은행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헝다그룹이 자금 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아파트를 빨리 분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개인의 은행 대출도 막아버리자 아파트 매각마저 어려워졌고 결국 치명적인 자금난에 봉착했다 매출부진, 회전율 둔화, 수익성 악화, 자금사정 악화의 덫에 걸린 것이다. 부채 비율이 높은데 회전율이 떨어지자 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신규 아파트를 45% 할인하여 판매하고 직원에게 강제 판매 할당까지 하는 사태까지 갔지만 역부족이었다. 자금난에 봉착한 헝다는 9월 8 일 채권이자 지급불능 선언사태까지 갔다. 정부정책을 오판한 쉬자인 회장, 2014년 성공의 경험이 독이 되었고 결국 헝다그룹을 부도사태로 몰고 갔다.
헝다는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일까?
헝다그룹에 대해 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는 6월 22일에 이미 B등급 판정을 내려 부정적(Negative)의견을 냈고 무디스(Moody’s)는 6월 30일에 B2등급으로 이미 투기등급(Speculative) 판정을 한 바 있다. S&P는 7월 26일에 헝다를 B-등급 즉,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7월에 이미 헝다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판정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계 3대 신용 평가사 무디스, 피치, S&P는 각각 9월 7 일, 9월 8일, 9월 15일에 헝다그룹에 ‘부도 판정’을 내렸다. 헝다그룹의 신용에 사망 선고를 내린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의 부도 선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아직 헝다그룹을 부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언론에 나도는 것처럼 354조원의 거대한 채무를 가진 헝다가 부도나면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것이 중국의 신용위기로 나타날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일까? 중국을 한국과 같이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헝다의 부채가 한화로 환산하면 354조원이나 되기 때문에 큰 일이다’ 라는 논리는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 중국의 사회총대출은 302조 위안으로 헝다의 총부채 2조 위안은 0.66%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 대출 역시 전체 187조 위안의 1.1% 수준에 그친다. 헝다의 총부채가 아닌 순수 차입금은 5,717억 위안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각각 전체 대출의 0.2%, 0.3%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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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0대 부동산회사 중 중국정부의 3개 레드라인에 걸린 회사는 헝다그룹과 뤼디(绿地) 그룹 2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회사는 은행 대출이 막히거나 신용경색에 몰린 회사가 없다. 그래서 헝다문제를 중국 부동산업계 전체의 보편적 현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헝다가 정부정책과 업계의 트렌드를 거스르다가 낸 사고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서구 언론에서 헝다그룹 문제를 중국의 ‘제2의 리먼사태’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비약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리먼사태는 부동산 가격 폭락과 30~60배 의 레버리지를 건부동산파생금융상품 이 친 대형사고였다. 하지만 지금 중국 헝다사태는 근본적으로 이와 다르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가격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추세일 뿐, 하락한 적이 없고 중국에는 부동산파생금융상품 자체가 없다. ‘제2의 리먼사태’라는 서구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헝다사태가 본격화된 6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단기금융시장 금리, 상하이은행간금리(Shibo Rate)나 7일 물금리(DR007)는 2~2.5% 사이에서 안정화되어 있고 헝다의 부도위기가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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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 사태의 미래는?
서구 언론이 ‘제2의 리먼사태’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고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헝다에 부도 판정을 내렸음에도 중국정부가 즉각적으로 헝다의 부도사태를 선언하고 썩은 사과를 골라내지 않은 이유는 바로 부동산건설회사라는 특성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헝다의 부도를 인 정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헝다와 연관된 건자재, 가구, 가전, 자동차산업에 줄 2차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헝다의 은행차입금은 바로 전액 대손처리해도 중국 총 대출시장의 0.3%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무제표상 헝다의 하청계열사에 대한 납품대금은 9,511억 위안으로 차입금보다 1.5배나 더 크다. 헝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으로 확장하면 헝다를 부도처리했을 때의 파장은 더 클 것이다. 둘째, 헝다는 2조 위안대의 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이는 은행의 대출 연쇄부도를 막을 정도의 담보가치를 가지고 있다. 셋째, 새장의 새를 바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헝다의 역할을 할 대체기업의 선정과 자금지원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헝다 사태로 인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부동산경기억제, 투기 억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로서는 헝다그룹 하나 부도 처리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의 밸류체인에 혼란이 일어나고 이것이 금융기관의 대혼란으로 번져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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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헝다의 부도를 선언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사태는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이미 2020년에 하이난항공(海南航空)과 화샤싱푸(华夏幸福) 같은 민영대기업을 부도 처리한 경험이 있다. 중국정부는 이번 헝다그룹의 부도 처리도 지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음의 3단계에 걸쳐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로 기업의 자구 노력으로 어느 정도 수습하게끔 하고, 2단계로 지방 성정부를 개입시켜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3단계로 부채 조정과 전략적 투자자 유치로 기업을 회생시키는 수순이다. 하이난항공과 화샤싱푸가 3단계에 이르렀을 당시 상황을 보면,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소각처리해 그들의 지분율을 0%로 만들었고, 부채를 출자전환(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함으로써 이자비용을 줄였다. 그리고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기업이 자본금 조달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여 별도로 지정된 제3자에게 판매 하는 것)를 하는 식으로 새 주인을 찾아 주었다. 이들의 부도 처리까지는 대략 8 개월~1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헝다그룹이 2, 3단계 절차로 가게되면 채권 보유기관은 채무 감면 혹은, 조정으로 손실을 봐야 할 것이다. 또, 주식 보유기관은 채권의 출자전환에 따른 주식 수 증가로 인한 주가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헝다그룹 계열사는 모두 홍콩시장에 상장되어 있어 헝다의 채권과 주식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도 어느 정도 손실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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