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7. 13
위기분석 전문가 애덤 투즈 콜롬비아대 교수 인터뷰
"금융위기의 나비효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폭풍을 일으켰다!"
The Sage Investor
img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이다. 그리고 100일 이상이 흘렀다.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애초 러시아가 막강한 군사력으로 2~3주 안에 완승한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인의 저항이 만만찮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군부대 위치 등을 알려주고 있다. 대전차 미사일 등 각종 무기도 지원하고 있다.

그 바람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발성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경제가 정치와 안보 다음으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급기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글로벌화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됐다. 전쟁은 투자자와 비즈니스 리더, 펀드 매니저 등에게 극단의 불확실성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푸틴의 야망 탓일까?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을까? 세계화의 종말을 부르는 방아쇠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경제역사가로서 “붕괴” (Crashed)란 역작을 쓴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당신은 다른 인터뷰와 칼럼 등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아주 흥미롭기는 하지만, 두 사건의 관계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2013~14년 푸틴의 크림반도 침공은 2008년 금융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는 2단계로 금융위기와 연결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과 금융위기 때문에 아주 불안정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하는 사태를 보고) 안전을 추구하게 됐고, 내부에서 유럽연합(EU)에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럽과 제휴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서방파와 친러파의 갈등을 야기했다. (이틈을 노려) 푸틴이 2014년 봄에 처음에는 전면적인 침공을 고려했다. 하지만 그는 크림반도를 차지하고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을 지원하는 등 야금야금 차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 조지아 사태와 2013~14년 크림반도 점령은 아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투즈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문에 동유럽이 겪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주목한다. 그는 평소 칼럼 등에서 “폴란드 등 동 유럽 국가들이 서방의 돈을 받아 시장경제 모델로 전환하고 있었는데, 금융위기 때문에 지원이 끊겼다”며 “그 바람에 동유럽 국가 내부의 정치적 갈등(친서방-친러 분열)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투즈 교수는 이번 인터뷰 전의 사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내부 분열을 강조했다. 대안정기(Great Moderation: 1987~2008년)에 우크라이나의 내부에서 친서방 세력의 목소리가 커졌다. EU와 NATO에 가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러파 세력은 지정학적 현실을 강조하며 러시아와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mg
흥미로운 이야기다. 그런데 푸틴의 올해 침공에는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다. 내가 보기에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러시아의 상당한 군사력은 이 나라가 원유가 낳은 이익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확해 (개인이 아니라) 군대 등 국가 시스템에 흘러들도록 한 결과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처럼) 실패한 산유국이 아니다. 에너지를 판 돈(자원)은 푸틴이 주변국을 상대로 무력을 쓸 수 있는 군사적, 지정학적 힘이 되고 있다. 여기까지가 한 측면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사회정치적 실험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내가 생각하기에 EU에 의해 잠재적 회원국이 됐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나토(북 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인 요인 때문에 EU 등에 가입하지 못한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사회-경제적으로 실패한 모델이다. 부패에 찌들어 있고, 경제 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인당 GDP는 한탄스러울 정도로 낮다. 우크라이나는 절대 폴란드가 아니다.

[러시아 경제는 2000년대 초반 에너지 가격 대세상승기(super cycle)에 천연가스와 원유를 팔아 부활했다. 러시아 경제는 19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휘청거렸다. 투즈 교수는 사전 인터뷰에서 “동시에 글로벌 경제 호황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서방파 목소리도 키웠다”며 “친서방-친러 갈등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표면화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가 아니다?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
폴란드와 발트지역 나라는 서방으로 편입되는 방식으로 체제 전환이 이뤄졌다. 폴란드엔 EU 자금이 투입돼 자유시장 경제로 바뀌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러시아 쪽으로 분류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방이 썩 반기지 않는 나라로 바뀌었다. 이런 두 가지 힘이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위기의 모멘텀이 됐다. 우크라아나는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었고, 러시아는 강력했다.
무엇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을 가능하게 했을까? 영토 확장욕만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이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정치역학과 유럽 자체의 무기력, (세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포괄적인 경제-교역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갗추지 못한 점... 이 모든 것들에 의해 러시아에서 친서방 세력의 입지가 약해졌다. 러시아 정치에서 친서방 그룹은 (입지가 탄탄했다면) 푸틴이 (우크라이나 등을) 침공해 들어가는 길목에서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야기한 경제적 원인이나 방아쇠가 무엇인지는 일단 접어두고, 이번 전쟁이 1870~1914년 사이 이뤄진 1차 세계화를 끝낸 1차대전처럼 탈세계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가 주주에게 띄운 편지에서 세계화의 끝을 우려하는 말을 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그렇게 말하는 게 편했을 수 있다. 실제 푸틴을 지목하며 나쁜 왕이 세계화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고 말하는 게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말에 나는 회의적이다. 세계화를 단순하게 설명하는 접근법에 대해 특히 회의적이다. 세계화의 흐름이 반전을 이룰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새로운 키, 다른 방식으로 세계화를 조직하는 흐름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방식으로 세계화를 조직하는 것? 무슨 의미인가? 세계화의 코스에 변화가 있다고 시사하는 듯하다.
한국이 아주 뛰어난 역할을 하는 제조업 세계화에서 핵심적인 분야를 생각해 보라. 바로 반도체 분야를 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세계화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를 놓고 (여러 나라가) 분투하고 있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중요한 대목은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만과 중국의 파트너 등에게 어디에 생산시설을 설치할 것인지 등을 놓고 어려운 결정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세계화에 도전하는 결정이 (여태껏 세계화를 주도해 온)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img
미국과 EU, 기타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와 핵심 인물, 예를 들어, 푸틴과 그의 부하들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했다. 이 조치는 미국이 주요 교역 파트너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주 이례적이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4,950억 달러 정도다. 한국처럼 아주 많은 외화보유액이다. 그렇다면, 외환보유액을 주로 어디에 두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말해, 외환보유액을 써야 하는 곳의 중앙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중앙은행들에 외환보유액을 맡겨두고 있었다. 미국에서 돈을 빼내 유럽 중앙은행들에 맡긴 게 아주 똑똑한 일이라고 러시아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유럽이 경제제재를 선언했다. 그 바람에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 이쯤에서 가져야 하는 생각은 외환보유액 동결이 러시아 교역에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가 라는 의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교역에 나쁘다. 러시아는 더이상 외환보유액으로 수입 대금을 지불할 수 없다. 그리고 두 번째로 떠올려야 하는 생각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돈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코 돈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돈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아주 흥미로운 말이다. 무슨 뜻인가?
돈은 늘 움직인다. 당신이 청구권을 갖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지불의무를 지고 있다. 당신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대차대조표상의 연쇄반응이 발생한다. 연쇄 고리를 하나 끊으면 금융시스템의 연결고리들이 방해 받게 된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금융분석가인 졸탄 포자는 러시아가 유럽 중앙은행들에 유로화로 맡겨놓은 자금은 누군가에게 달러를 주고 바꾼 자금이란 점을, 즉 러시아가 에너지를 팔아 번 달러를 내놓고 유로를 사들였을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이런 유로화 자금이 동결됐는데, 그렇다면 러시아가 참여해 벌인 연쇄 거래엔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당장 거대한 스트레스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누가 미래 일을 알 수 있겠는가?
img
경제제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으로 보는가? 달리 말해 경제제재가 푸틴을 압박해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철수시키도록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경제제재가 전쟁을 멈추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푸틴이 이겼다고 생각할 만한 기준이 경제제재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엔 군사적 논리와 정치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푸틴은 영토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군사적으로는 우크라이나 군에 충분히 인명 손실을 가해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푸틴은 승리를 주장하기 위해 종전협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푸틴이 얻어야 할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경제제재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강남규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COPYRIGHT 2021(C) MIRAE ASSET SECURITIES CO,.LTD.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