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3. 05. 03
토요타가 13년 만에
사장을 바꿨다!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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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판매량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토요타자동차가 13년 만에 사장 교체를 발표했다. 그동안 사장을 맡아온 도요다 아키오(66)가 4월 1일부터 회장으로 물러나고, 대신 사장에는 역대 총수 중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인 53세의 사토 코지 이사가 취임한다. 회장 우치야마다 다케시도 퇴임한다.
이례적인 이임 발표
이 같은 내용의 회견은 유튜브에 있는 토요타의 채널 ‘토요타 타임스’를 통해 중계되었다. 일본에서도 대기업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유행이 된지 오래지만 사장 교체에 관한 내용을 유튜브로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튜브에는 도요다 사장, 사토 이사, 그리고 우치야마다 회장이 모습을 보였다. 도요다 사장은 스스로 퇴임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자동차회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전동화, 커넥티비티를 개척하기에 나는 너무 늙었다”며 “지금은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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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다 사장은
“나는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자동차회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전동화, 커넥티비티를 개척하기에 나는 너무
늙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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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다가 사장에 취임한 것은 2009년 6월이었다. 직전인 2009년 2분기에 토요타자동차는 리먼 쇼크의 영향으로 59년만에 연결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미국 GM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연간 세계 판매량에서는 토요타그룹이 처음으로 판매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시장의 냉각에 가세해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세계적 규모로 리콜 문제가 대두되었고 토요타의 경영은 위기상황에 빠졌다. 이후에도 토요타의 위기는 계속되었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의 홍수 피해로 조업을 일시 정지했고, 여기에 역사적인 엔고가 토요타를 덮치면서 토요타그룹의 세계 판매량은 GM과 폭스바겐그룹에 밀려 세계 3위로 밀려났다.

도요다 사장은 원점으로 돌아와 와타나베 가츠아키 전 사장의 급격한 확대노선을 멈추고 긴급 가치분석(value analysis) 활동을 통해 원재료비를 절감했다. GM과의 절반 출자로 설립한 미국 현지 공장 NUMMI(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나 토요타 F1팀을 접고, 철저한 정리해고를 결행했다.

나아가 2011년 3월에는 과거에 경험한 금융위기나 품질문제를 토대로 해서 ‘토요타 글로벌 비전’을 발표해, 30만 명 전 종업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토요타의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더 좋은 자동차 만들기’를 통해서 ‘좋은 마을, 좋은 사회’ 만들기에 공헌하는 것을 토요타의 비전으로 내걸었다. 또한 임원 총수를 77명에서 60명으로 줄이는 임원 슬림화를 실시해, 현장에 대폭적으로 권한을 이양했다.

여기에 신흥국 시장 개척, 차세대 환경차 개발 등을 진행하면서 프리우스 PHV로 대표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를 전동차의 선구적 존재로 부각시켰다.

이 같은 개혁으로 2012년경부터 다시 실적이 향상돼 2013년 토요타그룹의 세계 판매량은 1천만 대를 넘어섰고 2014년 2분기에는 6년 만에 최고 이익을 올려 실적을 V자 회복시켰다.
미래 기반 조성을 위한 EV 개발
도요다 사장은 그래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013년부터 렉서스 인터내셔널, 제1 토요타, 제2 토요타, 유닛센터 등 4개 사업 유닛을 만들어 각 부사장과 함께 분담하는 체제를 만들어 의사 결정의 신속화를 꾀했다. 이는 1982년 제조부문인 토요타자동차공업과 판매부문인 토요타자동차판매의 합병(이 결과로 토요타자동차가 탄생했다) 이후 최대 조직개편이었다. 이때 도요다 사장은 렉서스 인터내셔널을 담당했다.

그리고 ‘더 좋은 자동차’를 목표로 2015년에는 새로운 설계 개발 개념인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도입해, 그때까지 방대하게 늘어나 있던 플랫폼이나 부품의 종류를 대폭 단순화했다. 여기에 숫자가 많던 국내 판매 차종도 순차적으로 절반까지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행했다.

2018년 2분기에는 토요타 역사상 최고 이익인 2.4조 엔을 달성했고, 2019년 2분기에는 일본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30조 엔의 매출을 달성했다.

도요다 사장은 실적 회복과 함께 미래 기반 마련에도 힘썼다.
2015년에는 보급을 목적으로 연료전지차와 관련된 특허 5,700건을 무료로 공개했고, 2016년 초에는 “향후 100년은 친환경차의 시대다”라며 연료전지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등의 기술 개발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해 친환경 추세에 대응하는 자동차 제조를 목표로 했다.

또 전기차(EV) 분야에서도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타사와의 협업이 진행되었다. 2017년에는 스즈키와 업무 제휴(2019년에는 자본 제휴)를 맺고, 마츠다·덴소와는 공동 개발 거점인 ‘EV C.A.Spirit’을 설립해 전기차의 기본 구상에 관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제휴, 일본 시가총액 1위와 2위 기업의 제휴라 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도요다 사장은 2021년 결산 설명회에서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고 2025년까지 15종의 전기차를 판매한다고 하면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것을 분명히 했다.
2030년 세계시장 전동차 판매량 목표 800만 대 가운데 전기차·연료전지차는 25%인 200만 대, 시장별 판매비율 목표는 일본 10%, 북미 15%에 중국은 2035년 기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50%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 볼 때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도요다 사장은 전기차·연료 전지차만으로는 “전지의 공급 능력이 지금의 약 30배 이상 필요하다”며, 차량 개발의 효율화와 수소전지차 확충 등 새로운 전략을 내비치기도 했다.

완전한 전동화 앞에서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토요타는 2021년 12월 14일, 전기차 전략을 발표해, 2030년의 전기차 연간 판매 대수를 200만 대에서 350만 대(30차종)로 상향 조정했다. 또 렉서스가 같은 해까지 유럽, 북미, 중국에서 100% 전동화하여 판매할 것을 목표로 하는 것 등을 발표했다. 2022년 5월에는 SUV인 bZ4X를 발매하고, 12월에는 전기차15 차종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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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많은 기대를 모으며 출시된 토요타의 SUV bZ4X.
또 2020년 말 폐쇄된 히가시후지 공장(약 70만㎡)에 자율주행차, 로봇, 주택 등 사물인터넷 서비스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실증 실험 도시, 우븐 시티(Woven City)를 2021년 2월부터 착공했다.
기술자 출신 신임 사장
도요다 사장이 후계 지명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장소는 태국 서킷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도요다 사장을 보조해 온 우치야마다 회장이 사임을 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토요타의 변혁을 더욱 진행하려면 내가 새 사장을 서포트하는 체제가 제일 좋다”라는 생각에서, 도요다 사장 스스로 회장에 취임하기로 결정해, 사토 이사를 차기 사장으로 지명했다.

“토요타의 사상, 기술, 태도 등을 익히려고 자동차 현장에서부터 열심히 노력해 온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토 이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도요다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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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사상, 기술, 태도 등을 익히려고
자동차 현장에서부터 열심히 노력해 온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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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이사는 기술자 출신으로 도요다 사장의 애제자 같은 존재다. 와세다 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후 토요타에 입사, 2017년 토요타 상무이사, 2020년 이사, 2021년 수석 브랜딩 오피서에 취임한바 있다. 분야로 보면 렉서스 개발팀에서 오래 일했고, 2020년 1월 렉서스 인터내셔널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전기차에는 가솔린에는 없는 부가가치가 있다”며, 렉서스의 전기차화를 추진한 것이 다름 아닌 사토 이사다. 아울러 도요다 사장의 지시로 ‘수소엔진차’ 개발도 지휘했다.

모터스포츠에 힘쓰고 있던 도요다 사장과 함께 레이스 회장에도 꾸준히 다녀 2020년 9월에는 레이싱팀에서 얻은 지식을 자동차에 반영한 스포츠 브랜드 GR을 전개하는 가즈 레이싱 컴퍼니(GAZOO Racing Company)의 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에너지 넘치는 성격과 현장주의를 관철해 한계까지 도전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신조라고 한다.
계승과 진화
사장에 취임하는 사토에게 기대되고 있는 테마는 ‘계승과 진화’. ‘더 좋은 자동차 만들기’, ‘마을 제일의 자동차 회사’라고 하는 토요타이즘을 계승하면서도 진화시켜 가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차세대 전기차를 전기로 한 사업 개혁’, ‘우븐 시티 개발 강화’, ‘아시아의 탄소 중립’ 등 3개 중점 사업에 사토 사장을 중심으로 한 팀이 어떻게 임해 갈 것인가가 향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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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새로운 사장에 취임할 사토 코지(가운데)와 전임 사장 도요다 아키오(왼쪽), 전임 회장 우치야마다 다케시(오른쪽).
사토 사장을 보필할 부사장에는 상용차와 중형차를 통괄하는 나카지마 히로키(60)와 사업·판매를 담당하는 미야자키 요이치 이사(59)가 선임되었다. 나카지마는 전동화나 수소차의 제휴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야자키는 해외 경험이 많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경험 많은 부사장이 젊은 사장을 떠받치는 구도다.

재무 담당의 곤 겐타(54), 기술 담당의 마에다 마사히코(54), 인사 담당의 구와타 마사노리(52) 등 부사장 3인은 자리를 바꿔, 곤은 우븐·바이·토요타의 CFO, 마에다는 아시아 전략을 담당하는 아시아 본부장, 구와타는 전동화의 프로젝트 담당으로서 렉서스의 배터리식 전기차 사업 전략과 렉서스 전용 공장의 생산 체제 재구축을 추진한다. 직함보다 역할에 중점을 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은 도요다 사장의 엔진,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 전방위 전략을 답습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전례 없는 자동차 업계의 대변혁이 진행되는 가운데 토요타가 어떤 길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마츠자키 다카시(松崎隆司)

경제 저널리스트. 기업경영이나 M&A, 고용, 사업승계, 비즈니스모델, 경제사건 등을 취재. 현재 니케이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프레지던트 등의 경제지나 종합지, 산케이비즈니스아이, 일간 겐다이 등에 기고하고 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마츠자키 다카시 | 사진. SHUTTERSTOCK,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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