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09. 28
[New Made in China]
'뉴 메이드 인 차이나'는
국제적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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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훠’(國貨), 즉 국산품은 과거 중국에서 제조한 공산품을 가리켰다. ‘China made goods’로 번역된 이 개념은 제품 산지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낮은 공업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지난 198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 개혁 개방의 거대한 흐름에 따라 일본산 전자 시계, 스피커, TV가 잇따라 중국 가정으로 들어왔다.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산요’(Sanyo)는 한때 라디오 카세트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그 당시 홍콩 제조업은 저비용 우위를 점차 상실하고 있었다. 홍콩의 중소형 제조업체는 노동집약적 생산 위주의 공장을 중국 주강삼각주(珠三角)로 대거 이전하기 시작했고, 홍콩과 주강삼각주는 독특한 ‘전점후창’(前店後廠: 앞에는 점포 뒤에는 공장) 방식, 즉 광둥에서 생산한 물건을 홍콩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했다.

대규모로 유입된 홍콩의 자본과 기술, 비즈니스는 침체되어 있던 주강삼각주의 경제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로 인해 주강삼각주는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개혁개방 20년에 진입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민간 경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찍이 ‘모조품’으로 천하를 주름잡던 기업들이 이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민간 경제의 급성장, 외자 제조업의 유입,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협력은 중국 연안지역의 제조업에 전례 없는 발전을 가져왔다. 세계 시장에서 전자 부품이든 의류, 완구든 모두 ‘MADE IN CHINA’라는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가격 우위를 기반으로 단숨에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중국산 제품’은 높은 가성비로 세계를 사로잡으며 유명한 상징이 되었다.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은 대체로 기술력이 낮고 지적재산권이 없는 OEM 생산을 의미했고, 이후 해외 브랜드의 ‘짝퉁’으로 변질되면서 ‘저가’, ‘저품질’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따라다녔다.해외 매장 중에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 매장은 중국산 제품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거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새로운 중국산’의 성공 마인드
최근 몇 년간 ‘중국 국산품 급성장’, ‘국산 르네상스’라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시장에 실적 좋은 브랜드가 다수 등장했다. 이들의 핵심 동력은 다음 4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① 주류 소비자의 변화: 중국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Z세대(1990~95년 이후 출생) 소비자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새로운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우라 아쓰시(三浦展)의 저서 “제4의 소비”에 따르면, 중국소비자는 제3의 소비 단계인 동시에 제4의 소비 특징이 싹을 틔우는 단계에 있다. 이 단계의 새로운 소비 주류층은 개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며, 유럽과 미국의 전통적인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자신들과 잘 맞지 않고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느낀다. 정확히 중국 Z세대 소비자의 특성이다.

② 신속한 수요 파악과 공급: 중국 제조 및 공급망은 이미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다. 특히 전체 산업사슬과 비즈니스 환경의 디지털화, C2M(Customer toManufacturer: 소비자의 요구를 제조업체에게 전달해 상품을 개발, 생산, 유통, 판매하는 것) 등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브랜드는 신속한 제조 능력과 공급을 통해 소비자의 변화하는 독특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러한 소비자 수요와 우수한 공급의 원활한 연결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③ 미디어와 유통의 변화: 새로이 부상하는 브랜드는 보편적으로 전통적인 홍보 채널보다 소셜미디어를 중시하고 콘텐츠를 더 강조한다. 소셜커머스에서 수익모델을 장악하는 동시에, *DTC(Direct ToConsumer) 방식을 통해 판매와 고객 확보비용을 한층 낮췄다.(*직접 제작한 제품을 소매상이나 유통사, 중간 거래상을 끼지 않고 마케팅하고 유통하는 것. 제조부터 판매까지 강력한 통제력을 지님)

④ 국산품 급성장의 또 다른 중요 요소: 중국 전통 문화가 가진 힘과 새로운 심미관의 부흥. 최근 급성장한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공 요인이 제품의 힘인지, 아니면 소셜 트래픽의 힘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재 브랜드는 여전히 제품력에 근거해 단기 성장을 돌파하고 좋은 평판과 높은 재구매율을 형성해야 한다. 결국 제품력이야말로 핵심요소이다.
중국산의 새로운 얼굴, 화웨이와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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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와 화웨이는 Made in China를 넘어선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국산품’에 대응되는 것은 ‘오래된 국산품’이다. 수년간 침체되어 있던 기존브랜드 역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쟁이 치열했던 모바일 업계를 예로 들면, 노키아와 모토로라 같은 기존 휴대폰 선두 기업이 몰락한 후 몇 년 만에 중국 휴대폰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이른바 ‘반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점유율 완승이라는 성적표 앞에서도 ‘중저가’와 ‘저렴’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웨이(華爲), 거리(格力, Gree)등 ‘새로운 국산품’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기존의 저가 이미지를 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화웨이가 단기간에 스마트폰 분야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20여 년 동안 통신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핵심기술을 다수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화웨이, 샤오미가 중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든 전통적으로 강세인 가전 분야에서든 중국 국산품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거리의 제품은 세계 20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 에어컨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100년의 에어컨 산업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첨예한 경쟁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샤오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에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주로 ‘저렴하고 높은 가성비가 소비자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니며, 산업사슬의 발전에 해를 끼치고 심지어 혁신의 후속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데 집중되어있다. 샤오미의 생태계에 계속해서 늘고 있는 스마트TV, 휴대용 충전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스마트 밴드 등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게 사실이지만, 진짜 소비자들이 샤오미를 찾는 이유는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즉 고품질이야말로 소비자의 진짜 니즈이다.

중국 브랜드는 ‘새로움’을 위해 우선적으로 혁신을 강조해야 한다. 혁신은 모델의 혁신, 기술의 혁신 등 여러 측면을 포함한다. 그 다음으로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소위 말하는 고품질 추구는 자신의 제품에 대한 정밀하고 세심한 노력, 끊임없이 최고를 추구하는 혁신 정신을 의미한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정성스러워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신경 쓰고, 제품으로 돈만 벌려고 하지 말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그런 다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이다. 이는 어떤 영리한 마케팅 방식보다 정확하고 중요하다.경영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결심도있어야 한다. 잠깐의 반짝이는 창의력이나 마케팅에 의존해 하룻밤에 스타가 되는 브랜드도 있지만, ‘새로운 중국산’ 브랜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모든 세부 사항을 신중하게 다듬어야 한다. 수십 년, 더 나아가 몇 세대에 걸친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성취를 얻을 기회가 생긴다.

최근 몇 년간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금들이 몰려들었다. 이들 제품은 일부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러나 투자자와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브랜드나 제품이 일순간 사라지는 경우도 생겨났다. 단기간의 고속성장이나 하룻밤 사이에 탄생한 일약 스타는 허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의 브랜드가 자국 시장에서 뿌리 내리고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 열중하거나 특정 시장에 들어가 막대한 돈을 벌려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근시안적 행위는 기업에 작은 보상만을 돌려줄 뿐이다. 한 예로 리판모터(力帆, LIFAN)는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가격 우위를 내세워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그러나 품질과 AS 체계 미비로 결국 베트남 시장에서 실패했다. 이는 브랜드가 근시안적으로 움직일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세계에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다
중국은 30년간 역량을 쌓아온 제조대국이지만 앞에서는 가로 막고, 뒤에서는 맹추격이 계속된다. 일부 개도국은 저렴한 노동력, 원자재, 토지 등 생산요소의 낮은 가격과 투자우대정책을 통해 중국에 있는 외국기업의 생산시설 이전을 촉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본토 기업도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이 또다시 비용이 더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 제품’, ‘캄보디아 제품’, 더 나아가 ‘아프리카 제품’으로 생산지를 바꿔 달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도 이전과 달리 결연하게 전환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화웨이, 레노버, 거리, 하이얼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제조’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자체 브랜드와 서비스 및 마케팅 시스템을 갖춰 해외에 더욱 선진적인 기술, 더욱 높은 품질, 더욱 정밀한 설계, 더욱 정교한 공법의 ‘새로운 중국산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09년 해외 시장에 진출한 오포(OPPO)는 오늘날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 필리핀, 호주 등 20개가 넘는 국가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중국 휴대폰 업계의 해외 시장 진출 표본이 되었다. 전 세계 15만 개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해외 직원만 1만 명이 넘는다. 중국 제조업이 드디어 저비용 우위를 넘어서 고급 제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혁신성과 품질력을 갖춘 제품이야말로 새로운 중국산 제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중국 국내에서 불고 있는 국산 열풍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체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샹제(商界)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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