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11. 30
미국의 21세기형 인프라는
무엇이 다른가?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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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는 작년 대선 공약과 코로나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그리고 2021년 5월 무려 6조 달러(약 7천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부양책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코로나 사태 수습을 위한 지원 및 국민수당으로 지급된 금액(American Rescue Plan, 1.9조 달러)을 포함하여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창출(American Jobs Plan), 그리고 사회복지 및 교육환경 개선 (American Families Plan)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금액은 바이든 정부에서 제안한 금액이고 이런 큰 규모의 재원 마련을 위해 발생하는 세금 인상 등 다양한 부작용이 따르는 바 민주당과 공화당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21년 8월 10일 미국 상원에서 1.2조 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안(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이 찬성과 반대 각각 69:30으로 큰 차질 없이 통과되었다. 아직 하원에서 표결이 남아 있고 양당 간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중 도파 간의 의견 차 등이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을 기대한다.
최초 바이든 정부가 제안했던 2.3조 달러에 비해서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1.2조 달러는 여전히 큰 금액이며 이 예산은 향후 8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집행될 예정 이다. 그중 신규 투자금액은 총 5,500억 달러(약 640조원)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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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주 뒤 2021년 8월 24일에는 하원에서 3.5조 달러(약 4천조원)가 들어가는 더 엄청난 법안이 220:212(찬성:반대)로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이 안에는 교육(7,200억 달러), 주거(3,320억 달러), 클린에너지(2천억 달러), 과학 및 기술 (830억 달러), 세법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법안은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고 3.5조 달러보다는 줄어든 선에서 통과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정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고 많은 전문가는 방만한 재정 운영이 결국 국민들에게 짐으로 다가오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프라 정책이 21세기에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것인지 투자자의 관점에서 점검 해 보자.
현재 미국의 인프라 시설 점수는?
2020년 미국토목학회(American Societyof Civil Engineers, ASCE)에 따르면 미국의 인프라시설 점수는 D+라고 한다. D+면 낙제는 면했지만 통과의 기준점인 C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필자가 거주 중인 뉴욕의 사례를 들어보자. 뉴욕하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의 중심도시로서 가장 화려한 고층건물과 세련된 쇼핑거리, 드넓은 센트럴 파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뉴욕에서의 삶은 그 세련된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최근 북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헨리로 인해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기차가 멈췄고 지 하철역은 홍수로 물바다가 되었다. 그로 인해 오물, 악취가 올라오면서 주민들이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자연재해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미비한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또한 맨해튼의 도로는 1년 365일 공사 중이다. 매일 공사를 하는 도로가 있다 보니 교통체증도 심하고 포장도로인지 비포장도로인지 모를 정도인 곳도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을 하노라면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실제 미국토목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도시의 도로 32%가 재정비가 필요 하고 미국 교통로의 70%가 완공된 지 25 년이 넘은 상태다. 좀 더 열악한 건 상하수도 환경이다. 미국 식수 시스템의 5.5%가 미국 인구의 95%의 식수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미국 인구의 19%는 상하수도 연결도 되어 있지 않다. 미국 열차의 경우, 정시 도착률이 73%(2018년)에 불과했다. 열악한 철도 인프라로 인한 지연 사례가 적지 않다. 아직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철도노선의 평균 존속기간이 111년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미국의 인프라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음이 단적으로 입증된다.
인프라 시설은 미래를 위한 투자
미국은 지난 20세기에 세계의 중심이었다.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배경 중 하나는 장기적인 계획에 기반한 인프라 시설에 있었다. 인프라 시설을 갖추면서 미래를 준비한 것이다. 일례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은 철저한 도시계획을 통해서 바둑판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는데 주소/길찾기, 도보, 구역관리 용이 등 다양한 면에서 효율이 극대화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낙후되어 놀림거리가 되고 있지만 뉴욕의 지하철 역사는 120년을 자랑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항은 유럽이 아닌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칼리지 파크 공항(College Park Airport)으로 1903년에 지어졌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장기적이고 철저한 계획을 통해 인프라시설을 구축해 왔다.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의 중심에 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에 맞는 인프라 시설 구축이 필수다. 앞서 언급한 미국토목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인프라 구축에 집행된 금액은 그동안 목표로 했던 인프라 계획안에 비해 대략 2조 달러 정도가 부족하다고 한다. 향후 10년간 이 2조 달러가 실제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어야 미국의 경제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러한 투자가 없다면 향후 미국은 2025년까지 경제적 손실 규모가 약 3.8조 달러에 이르고, 250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학회의 분석이다. 지금 나오는 경기 부양책이 코로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미국은 인프라 정책에 대한 투자가 최근 10년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간의 상황을 비교해 볼 때 공중 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비중은 2009년 2.2%수준에서 2019년 1.5% 미만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부진했던 인프라 투자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에 통과된 투자안은 지금까지의 인프라 부족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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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 인프라의 방향
1960년대 1인당 등록차량은 0.4대였지만 현재 1인당 등록차량은 1.2대이다. 당연히 교통체증이 증가하게 된다.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현재까지는 더 많은 도로를 건설하고 확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솔루션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노후화된 도로의 보수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인프라 시설이 부족하다고 그 시설의 숫자를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혁신기술 개발과 인구구조의 변화 등 변해가는 사회에 맞춘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즉, 혁신에 기반한 최적화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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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친환경적인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오늘날 이미 개발이 된 도시에서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만들고 도로 확장을 하는 등의 건설 사업을 시행하기가 녹록치 않다. 맨해튼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개발이 다 이뤄진 거리에서 유지보수를 할 뿐 더 이상 도로를 확장하고 새 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인은 교통체증 때문에 1년에 97시간을 낭비하며,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870억 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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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도시지역에는 교통체증을 해결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란 목적지까지 남은, 얼마 안 되는 거리를 이동하는 데 사용될 이동수단이다. 미국 맨해튼, 한국의 서울 등 주요 대도시는 극심한 교 통체증으로 어떨 때에는 걸어가는 것이 택시보다 빠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즉, 자전거 공유, 전동스쿠터 공유 등의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자전거 공유와 전동스쿠터 공유 시스템 숫자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뉴욕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면서 자전거 사용률이 2019년 전년대비 160% 상승하였다. 또한 통근자를 위해 고속 수상택시라든지 버스 정류장 및 노선 간소화, 지하철 빈 공간 없애기 등의 아이디어를 통해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라는 개념의 운송수단 공유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다. 주정부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과 힘을 합치고 있다. 가령, 기업이 지닌 고객정보 분석을 통해 교통환경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세우는 식이다. 이러한 단거리, 중거리 교통수단에 대한 혁신 이외에도 장거리 운송에 대한 여러가지 혁신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하이퍼루프(Hyperloop)는 도로를 거대한 진공튜브로 만들어 차량을 이동시키는 이동수단으로서 현재 기술로 서울-부산 20분 주파가 가능하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하이퍼루프는 이번 1.2조 달러 인프라법안에 포함되어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향후 지구가 아닌 우주 여행을 위한 우주비행 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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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무선으로 연결된 디지털 인프라 사회
21세기 인프라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연결된 사회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다양한 기기가 무선통신으로 연결된 생활권에서의 삶이 낯설지 않다. 사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강국이며 속도 또한 최상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일부 대도시에서만 한국과 비슷한 무선 기반의 삶을 누릴 수 있고, 대부분 지역의 경우 태풍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는 등 기상 상황이 악화되면 여전히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거나, 느려지는 불편함을 겪는다. 그렇지만 21세기에는 5G가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선으로 연결된 사회가 구축될 것이다. 5G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프라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4G까지의 인프라 시설에는 보통 규모가 큰 송전탑이 넓은 범위에 듬성듬성 지어졌다면 5G를 통한 디지털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송전탑이 좁은 범위, 지역마다 촘촘하게 세워져서 인터넷 공급망의 공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통과된 인프라안에 5G 등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배정된 금액은 1천 억 달러(약 117조원)로 큰 금액이 예산으로 배정되어 정부-민간 파트너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5G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직간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4,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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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인프라가 구축되면 그때부터는 IoT (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스마트시티 구축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기기의 연결을 통해 위의 그림과 같이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위험지역 도로 감시카메라 작동을 통해 총기사고 감소율이 50%에 달할 수 있고 도로 주차공간 확보도 27% 증가, 효율적인 신호체계 관리로 교통체증 감소율도 4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입구 열감지 시스템 구축 및 모니터링을 통해 보건위생에서도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IoT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혁신기술과 접목하여 짧은 순간의 컴퓨팅 판단이 요구되는 자율주행자동차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스마트 미터기를 통한 효율적인 상하수도 계량, 발전소 내 생산 에너지의 효율적인 지역 분배 등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21세기형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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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기후변화 대처 인프라 구축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매년 많은 인명/재산/환경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재해는 매년 갈수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피해액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설비, 건축 및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고 새로운 빌딩을 지을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2019 년 무디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 50개에서 240개가 넘는 건설 프로젝트가 자연재해를 고려한 건축을 하고 있다고 확인되었다. 말레이시아(몬순기후 집중호우)나, 일본(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가 큰 국가에 특화된 설계 방식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IoT 기술을 통해 자연재해 감지 센서, 카메라 장착의 무인 드론 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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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지속가능한 인프라시설 구축
21세기 가장 강조되는 인프라 키워드 중의 하나는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미래의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시설 구축을 통해 환경을 살리는 것이 우리 세대의 큰 책임으로 다가 왔다. 2020년부터 세계적인 키워드가 되고 있는 클린 에너지, 클린 테크는 미국의 인프라 경기 부양안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기존의 석탄 에너지가 아닌 태양열, 풍력, 수력, 원자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많은 국가의 보조금 지원, 기술 발전 등으로 효율성이 증가하여 실제 보급률도 꾸준히 상승세에 있다. 전기차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급이 확대되어 바이든이 2030년까지 신차의 50% 이상을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행정명령까지 발표하는 등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자동차 제조업체의 개발에 의해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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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교육, 탁아, 주거 등 사회복지 인프라 시설 점검 및 구축
미국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료/교육 등 사회 복지 인프라 시설을 점검하고 구축하려고 한다. 바이든 부양안 가운데 세 번째인 미국가족계획 (American Families Plan)이 그 내용이다. 이 안에는 3~4세 영유아 무상교육, 각 지역 내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 지원, 교사 훈련, 자녀 보유 가정에 대한 세금 혜택, 어린이집 등 어린 자녀 위탁시설 (Child Care)에 대한 투자 확대,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거에 불안을 느끼는 중 산층에게 적정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사회 복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중산층의 안정적 삶을 도모하는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과거 100년 동안 최강대국으로 지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 성장의 토대가 되는 도로, 철도, 항만, 항공 등의 인프라 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세계는 21세기의 출발선을 지나서 달려가고 있다. 21세기 미국은 도시화, 혁신기술 발전, 자연재해 증가라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세대 및 인구구조의 변화에도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여 현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에 필요한 전통적 인프라, 디지털 인프라 그리고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Andrew Little Thematic Research Analyst, Global X, CS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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