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3. 04. 20
경제 성장의 기로,
그 갈림길에 선 인도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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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다. 가장 인구가 많고(지금도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1인당 GDP는 중국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으니, 인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더구나 인도의 군사적, 지정학적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며 미국과 영국에 맞먹는 소프트 파워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근거한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
인도의 경제 성장이 이 정도까지 이른데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공이 크다. 특히 화폐 개혁과 세제 개혁 등을 포함해 제도 개혁에서 큰 성과를 이룩했고, 도로, 전기, 교육, 위생뿐만 아니라 디지털 등 인프라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 이런 투자는 제조업을 촉진하는 산업 정책, 테크와 IT부문의 비교우위, 디지털화된 복지 시스템과 맞물려 코로나 이후 경제 부활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그간 인도의 성장을 이끌었던 그 모델이 앞으로는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발전 전망을 가로막는 주된 위험요인은 거시경제적이고 경기순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미시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다.

첫째, 인도는 그동안 사실상 과점 상태인 민간 대기업 그룹이 경제의 주요 부문을 장악하는 모델을 수용해 왔다. 이런 모델은 수하르토(1967~1998) 치하의 인도네시아, 후진타오(2002~2012) 치하의 중국, 재벌이 지배했던 1990년대의 한국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다.

어떤 면에서 이런 경제력 집중은 인도 경제에 기여한 바가 있다. 중국보다 GDP대비 투자 비율이 훨씬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자금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인도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즉 인도의 투자가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인도의 대기업 그룹은 세계적 수준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런 체제에는 부작용이 있다. 대기업 그룹이 정부 정책을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종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작용은 광범위하고 유해한 결과를 두 가지 낳았다.
첫째, 혁신을 억압하고, 주요 산업에 진입하는 초기 스타트업을 용의주도하게 고사시켰다. 둘째,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반 생산적이고, 보호무역주의적인 프로그램으로 퇴화시켰다.

우리는 최근 둔화되기 시작한 인도의 잠재 성장률에서 그 부작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인도는 과거 1980년대와 90년대에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제조업 수출에 기반한 성장 모델로 쾌속 성장한 것처럼 테크 분야의 수출로 똑같이 성장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본래 인도 국내 시장이 아니라 수출 시장을 노리는 제조업을 진흥함으로써 인도 경제의 교역부문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이었다.
인도의 비교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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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인도는 보다 보호무역주의적인 수입대체와 국내 생산 지원책(여기에는 민족주의적인 수사가 동반된다)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두 정책은 국내산업과 대기업 그룹을 해외의 경쟁자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인도의 조세정책은 상품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역무역협정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에 인도가 완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이 자동차, 트랙터, 기관차, 열차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생산을 지원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에서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인도는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 예를 들어 테크나 IT, 인공지능, 비즈니스 서비스, 핀텍 등의 분야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인도에 스쿠터는 이미 많다. 더 필요한 것은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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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
예를 들어 테크나 IT, 인공지능, 비즈니스 서비스, 핀텍 등의
분야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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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다른 성공적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특별경제구역을 창설해서 이런 역동적인 분야를 키우기 위해 애써야 한다. 만약 그런 변화가 없다면 메이크 인 인디아는 최상의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다니 그룹을 둘러싼 최근의 소동은 인도의 성장을 최종적으로 좌절시킬 수 있는 문제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아다니의 급속한 성장은 정부가 특정 대기업 그룹을 편애하고 그 그룹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유착관계의 결과일 수 있다.
물론 모디의 정책은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다. 이번 사건으로 모디총리와 그의 참모들의 개인적 비리가 드러난 것도 아니고, 인도 집권당은 이번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2024년 선거에서 쉽게 재집권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다니 이야기는 확실히 걱정스럽다.

세간에는 아다니 그룹이 정치권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각종 제약조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정부의 각종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보조해 왔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시스템은 미국에서 정치가가 자신의 당선을 위해 정부 예산을 지역에 쏟아붓는 포크 배럴(pork barrel)과 비슷하다.

이런 평가가 비록 부분적으로 타당하다고 해도, 모디 정권은 인프라 투자와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비록 그렇다 해도 그런 관행은 결국 부패로 연결되며 정치적 현실주의로 감싸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다니 제국의 스캔들이 그 그룹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건은 인도의 제도적 건전성에 대한 평가와 국제 투자자들의 인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90년대의 아시아 금융위기는 족벌주의적인 자본주의 대기업 그룹이 부분적으로라도 경제 정책을 장악하면 결국 경쟁을 저해하고, 슘페터적인 ‘창조적 파괴’를 회피하며, 불평등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인도가 그런 길을 피하게 하는것이 모디의 장기적인 관심사가 되어야한다. 인도의 장기적 성공은 결국 경쟁적이고, 역동적이며,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성장 모델을 찾고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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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 대학교 경제학 교수.
애틀라스 캐피털 팀 수석 경제학자.
저서에 “초거대 위협”, “위기 경제학” 등이 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Nouriel Roubini |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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