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4. 05. 08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고 있나
일본 증시 부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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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랫동안 바닥을 다지고만 있던 일본 주식시장이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주식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꾸준히 실시해 온 정책이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은 어떻게 일본 주식시장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는가?

① JAPANESE TURNAROUND: 일본 증시가 깨어났다!
② SHAREHOLDER VALUE: 잃어버린 30년을 깨운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
③ CORPORATE CHANGE: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고 있나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2014년 8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연구회가 ‘지속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히토츠바시대학의 이토 쿠니오 명예교수를 필두로 했기에 흔히 ‘이토 리포트’라고도 불리우는 이 보고서는 “일본 기업들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기 때문에 PBR이 1배를 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자본 선순환을 위해 해외 주요기관 투자가들의 요구조건인 ROE 8% 이상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리포트는 이후 10년간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활력을 불어넣는 단초가 된다.
PBR(주가순자산비율) = ROE(자기자본이익률) × PER(주가수익비율)
이 방정식은 주가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계식이다. 여기서 PBR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기업의 순자산 총액에도 못 미친다는 뜻인데, 이는 위의 관계식에서 볼 때 낮은 ROE에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ROE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PBR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ROE를 높이는 것은 사용 자본에 대한 수익성을 올린다는 뜻이며, 대표적으로 자기 자본을 줄이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 물론 PER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는 기업의 장래 수익 전망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의 투자 의욕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경영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
가시적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는 지배구조 개선대책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4월에 시장 구분을 재편했다. 2023년 3월에는 프라임시장· 스 탠더드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코스트 및 주가를 고려한 경영 실현을 위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어 2024년 1월부터 ‘PBR 1배 이하 해소 대책’에 나선기업의 명단을 공표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도쿄 증권거래소는 ‘PBR 1배 미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① 자본 효율 개선 ② 주주 환원 확충(자사주 매입 등) ③ 새로운 경영 및 성장 전략 책정에 의한 수익 확대 등 개선 솔루션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②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이다. ROE 개선 측면에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실시하는 배당 확대보다 효과가 더 빠른 수단이다. 최근 상장회사들이 주주 환원 정책으로 선호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실제 요즘 일본 상장회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에 공표된 취득 한도 금액은 약 9조 6천억 엔으로 전년보다 1,350억 엔 늘어나 2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취득 한도를 설정한 기업 수는 1,033개로 2년 연속 1천 개를 넘어섰다.

총주주환원액(자사주 매입과 배당의 합계액)은 약 28조 엔, 순이익에 대한 환원율은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①, ②를 표명하는 기업이 증가한 것은 일본 기업의 경영 자세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향후 ③ ‘새로운 경영 및 성장 전략 책정에 따른 수익 확대’ 움직임에도 큰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기구로 불리는 기업은 본질적 측면에서 사회에 대한 공헌이 제1차적 존재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익확보와 이익 성장도 매우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가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을 가져올 인프라·사업에 대한 전향적인 투자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성장 전략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주주로서 윈·윈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ROE와 PBR의 개선 상황
PBR 개선 대책을 표명한 기업의 증가와 주가 상승 영향으로 PBR 1배 미만 기업의 비율(2023년 9월 말 기준)은 47%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2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4년 2월 16일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전 종목)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6.26배, PBR은 1.40배로 조사됐다. ROE는 8.6%까지 높아졌다. 지난 2014년에 ‘이토 리포트’가 요구했던 ROE 8%의 최저 기준은 10년 만에 달성됐다.

앞으로 일본 기업들은 ‘ROE 1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일본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명확하게 밝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익 증가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PER은 지금까지 상한선으로 여겨졌던 17배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의 성장 프리미엄이 투자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미국 증시와 비슷한 수준인 18~20배까지도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PBR은 현재 1.4배에서 1.8~2.0배로 올라가는 추세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확신이 커진다면, 일본 증시는 천천히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 ROE(자기자본이익률) × PER(주가수익비율)
현재 1.4배 = 8.6% × 16.26배
예상 1.8배 = 10% × 18배
기업 사례
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 배경을 몇 가지 꼽자면 우선, 기업의 호실적 발표, 주주 환원 적극화를 들 수 있다. 또한 해외 투자자는 자기자본 및 보유자산 재검토 등 일본 기업의 자본 효율 개선 대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 대표기업들이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적극적인 방안을 잇달아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Case 1. 삿포로 홀딩스(HD)의 부동산 매각 & 본업으로의 집중화
삿포로 홀딩스는 2024년 2월 도쿄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맥주 공장을 철거한 자리에 건설한 복합 상업시설)이나 긴자(비어홀) 등에 보유한 부동산 매각을 검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의 주요 3개 사업인 주류(매출수익비율 73%, 사업이익률 4%), 식품음료, 부동산(매출수익비율 4%, 사업이익률 27%) 가운데 자본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주류사업에 경영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 개혁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사업은 외부 자본을 도입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얻은 자본을 맥주사업의 M&A 등을 통한 성장에 투자해 기업 재구축(리스트럭처링)을 추진할 예정이다. 삿포로 홀딩스는 오랜 기간 낮은 수익성으로 고민해 왔다. 앞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을 2023 회계연도 예상치(5.5%)에서 중장기적으로 1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이익을 내고 있는 부동산 사업을 떼어낸 뒤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현재 수익성이 떨어지는 맥주음료 사업에 집중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하는 투자펀드회사인 3D인베스트먼트·파트너가 2023년 12월 말 기준 삿포로HD의 최대주주(지분율, 16.2%)이다. 이 펀드는 삿포로의 경영 개혁과 리스트럭처링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으며, 경영진이 이를 수용,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개혁을 단행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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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손해보험회사의 정책 보유 주식 매각
일본금융청은 대형 손해보험회사 4곳을 대상으로 ‘정책 보유주식’(투자 목적이 아니라 거래 및 영업 관계 강화를 위해 계속 보유하는 주식)을 신속히 매각하도록 요청했다. 이들 4개사의 전체 정책 보유 주식은 5,900개사, 6조 5천억 엔에 달하는 규모다. 대형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는 정책 보유 주식의 목적을 ‘보험 거래의 유지·강화’, ‘보험 판매 채널의 관계 강화’ 등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는 손보사를 대상으로 이러한 상거래 목적의 보유 주식을 줄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1990년대부터 정책 보유 주식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노력하긴 했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 자본시장에서 마지막까지 이런 관행이 남아 있는 업계가 손해보험이다. 이에 금융청이 손해보험사에도 개혁의 칼을 빼어들었다.

2023년 중고차 매입·판매·차량 검사회사인 빅모터BM에서 부정 행위가 확인됐다. 금융청은 빅모터가 특정 손해보험회사와 맺고 있는 관계가 차량보험계약 측면에서 계약자에게 불리하다며 업무 개선 명령을 내렸다. 주식 보유로 인한 계약처 기업과의 결탁이 손해보험료를 사전에 조정하는 카르텔 행위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청은 각 회사가 확정하는 ‘업무개선계획’에서 정책 보유 주식의 신속한 매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손해보험재팬의 지주회사인 SOMPO홀딩스는 손해보험업계 2위인 손해보험재팬이 안고 있는 1조 3천억 엔어치의 정책보유 주식을 이르면 2027년까지 모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1위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역시 3년간 6천억 엔의 감축을 실행 중이며, 정책 보유 주식을 0으로 줄여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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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3. 미쓰비시상사의 사업구조 개혁과 주주 환원 적극화
미쓰비시상사는 지난 2월 6일 2023 회계연도 3분기 결산 발표당시 미쓰비시그룹 연결 자회사인 편의점 업계 3위 로손(지분율 50.1%)을 KDDI와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3년도의 자사주 매입 한도로 본래 1천억 엔을 계획했지만, 새로 5천억 엔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배당 예정 금액 2,900억 엔과 합치면 주주 환원은 8,900억 엔에 달한다. 순이익 예상액(9,500억 엔)에 대한 주주환원율이 94%에 이른다. 2024 회계연도에는 여기에 더해 추가로 5천억 엔을 사업 투자나 주주 환원에 충당하기로 했다. 매력적인 투자 안건이 없을 경우, 앞으로 주주 환원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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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상사의 본사 건물.
일본 종합상사업계 1위인 미쓰비시상사는 자원 가격에 영향을 받기 쉬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이들에게는 수혜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워런 버핏은 2023년 4월 일본 종합상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 평가해 이들 회사의 주식 보유를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초대형 투자자 워런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주식 매입 발언으로 관련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경영 개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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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 PBR, 지배구조 개혁 지속
최근 10여 년간에 걸친 ‘지배구조 개혁’과 ‘PBR 개혁’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점진적으로 더 많은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상장기업의 변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일본 정부나 도쿄증권거래소도 이들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요청, 지원, 압력을 가할 걸로 예상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5년 3월부터 상장사의 중요한 정보의 영문 개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도쿄증권거래소의 프라임시장 상장사 가운데 PBR 개혁을 제시한 회사는 2024년 1월 기준 726개로, 상장기업 전체의 44%까지 높아졌다. 앞으로도 자본 구성, 주가 수준, 수익률 등의 시정 대책이나 이와 관련한 기업 경영 전략의 우열에 따라 동일 업종 내에서 기업 간 격차·주가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자본 전략, 주가와의 비교에서 종목 평가가 더욱 중요해졌다.
저축에서 투자로, 성장-분배-소비의 선순환 추구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2,121조 엔, 그중 현금 예금이 1,113조 엔에 달한다(일본은행, 자금 순환 통계, 2023년 9월 말 기준). 미국·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일본의 현금 예금 비중이 54%로 미국(13%), 유로권(36%)에 비해 크게 높다. 반면 주식·투자신탁의 비중은 미국 51%, 유로권 31% 수준인 데 비해 일본은 15%에 불과하다. 자산 배분이 정반대 양상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해 ‘자산 운용 입국’(資産運用立國)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12월에 ‘자산 운용 입국 실현 플랜’을 발표했으며, 구제도구 NISA를 대대적으로 확충한 신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 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2024년부터 실시 중이다.
이는 개인 금융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시켜 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정책으로, 가계 자금이 기업의 성장 투자로 흘러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직원에 대한 이익 환원과 주주로의 이익 분배가 촉진되는 선순환 구조도 같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고, 개인 주주(특히 젊은 자산 형성층)의 자산 소득이 중장기적으로 증가해 나가는 구조다.

기업 활성화와 성장, 투자자의 자산 형성과 소비 지출 확대가 일본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투자-성장-분배-소비’로의 선순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23년부터 2024년에 걸쳐 시작된 일본 주가 상승은 이런 변화와 효과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개인투자자는 신 NISA 계좌 개설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증권회사의 계좌가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추세다. 30~40대 젊은 근로세대가 자산 형성에 나선 것이다.

일본금융청은 NISA 종합계좌 수를 현재 1,700만 계좌에서 5년 뒤 3,400만 계좌로, NISA를 통한 매입액을 28조 엔에서 56조 엔으로 2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신 NISA제도 시행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분석해 볼 때, 10개 증권사의 계좌를 통한 주식 매수규모는 1조 8천억 엔에 달한다.

하지만 주요 투자 대상이 세계주가지수연동형이나 미국주가지수연동형 투자신탁으로 나타나면서 애초에 기대한 일본 주식상품으로의 자금 유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가 늘면서 투자가 분산화되는 과정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계속되는 지배구조 개선 이후 실제 일본 증시에서 개인의 주식보유 비율, 개인 주주 수 및 1인당 보유 종목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개인 주식보유액의 경우 2023년 3월 말 기준 131조 2천억 엔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해외투자 증가 등 개인의 보유 주식 포트폴리오도 여러 종목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 본 원고는 외부 필자 의견으로 당사의 투자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다부치 에이이치로(일본 ESG연구기관 굿뱅커스 조사담당 집행임원) |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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