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 배경을 몇 가지 꼽자면 우선, 기업의 호실적 발표, 주주 환원 적극화를 들 수 있다. 또한 해외 투자자는 자기자본 및 보유자산 재검토 등 일본 기업의 자본 효율 개선 대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 대표기업들이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적극적인 방안을 잇달아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Case 1. 삿포로 홀딩스(HD)의 부동산 매각 & 본업으로의 집중화
삿포로 홀딩스는 2024년 2월 도쿄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맥주 공장을 철거한 자리에 건설한 복합 상업시설)이나 긴자(비어홀) 등에 보유한 부동산 매각을 검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의 주요 3개 사업인 주류(매출수익비율 73%, 사업이익률 4%), 식품음료, 부동산(매출수익비율 4%, 사업이익률 27%) 가운데 자본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주류사업에 경영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 개혁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사업은 외부 자본을 도입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얻은 자본을 맥주사업의 M&A 등을 통한 성장에 투자해 기업 재구축(리스트럭처링)을 추진할 예정이다. 삿포로 홀딩스는 오랜 기간 낮은 수익성으로 고민해 왔다. 앞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을 2023 회계연도 예상치(5.5%)에서 중장기적으로 1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이익을 내고 있는 부동산 사업을 떼어낸 뒤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현재 수익성이 떨어지는 맥주음료 사업에 집중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하는 투자펀드회사인 3D인베스트먼트·파트너가 2023년 12월 말 기준 삿포로HD의 최대주주(지분율, 16.2%)이다. 이 펀드는 삿포로의 경영 개혁과 리스트럭처링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으며, 경영진이 이를 수용,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개혁을 단행한 케이스다.
Case 2. 손해보험회사의 정책 보유 주식 매각
일본금융청은 대형 손해보험회사 4곳을 대상으로 ‘정책 보유주식’(투자 목적이 아니라 거래 및 영업 관계 강화를 위해 계속 보유하는 주식)을 신속히 매각하도록 요청했다. 이들 4개사의 전체 정책 보유 주식은 5,900개사, 6조 5천억 엔에 달하는 규모다. 대형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는 정책 보유 주식의 목적을 ‘보험 거래의 유지·강화’, ‘보험 판매 채널의 관계 강화’ 등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는 손보사를 대상으로 이러한 상거래 목적의 보유 주식을 줄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1990년대부터 정책 보유 주식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노력하긴 했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 자본시장에서 마지막까지 이런 관행이 남아 있는 업계가 손해보험이다. 이에 금융청이 손해보험사에도 개혁의 칼을 빼어들었다.
2023년 중고차 매입·판매·차량 검사회사인 빅모터BM에서 부정 행위가 확인됐다. 금융청은 빅모터가 특정 손해보험회사와 맺고 있는 관계가 차량보험계약 측면에서 계약자에게 불리하다며 업무 개선 명령을 내렸다. 주식 보유로 인한 계약처 기업과의 결탁이 손해보험료를 사전에 조정하는 카르텔 행위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청은 각 회사가 확정하는 ‘업무개선계획’에서 정책 보유 주식의 신속한 매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손해보험재팬의 지주회사인 SOMPO홀딩스는 손해보험업계 2위인 손해보험재팬이 안고 있는 1조 3천억 엔어치의 정책보유 주식을 이르면 2027년까지 모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1위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역시 3년간 6천억 엔의 감축을 실행 중이며, 정책 보유 주식을 0으로 줄여갈 방침이다.
Case 3. 미쓰비시상사의 사업구조 개혁과 주주 환원 적극화
미쓰비시상사는 지난 2월 6일 2023 회계연도 3분기 결산 발표당시 미쓰비시그룹 연결 자회사인 편의점 업계 3위 로손(지분율 50.1%)을 KDDI와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3년도의 자사주 매입 한도로 본래 1천억 엔을 계획했지만, 새로 5천억 엔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배당 예정 금액 2,900억 엔과 합치면 주주 환원은 8,900억 엔에 달한다. 순이익 예상액(9,500억 엔)에 대한 주주환원율이 94%에 이른다. 2024 회계연도에는 여기에 더해 추가로 5천억 엔을 사업 투자나 주주 환원에 충당하기로 했다. 매력적인 투자 안건이 없을 경우, 앞으로 주주 환원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일본 종합상사업계 1위인 미쓰비시상사는 자원 가격에 영향을 받기 쉬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이들에게는 수혜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워런 버핏은 2023년 4월 일본 종합상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 평가해 이들 회사의 주식 보유를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초대형 투자자 워런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주식 매입 발언으로 관련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경영 개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망 : PBR, 지배구조 개혁 지속
최근 10여 년간에 걸친 ‘지배구조 개혁’과 ‘PBR 개혁’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점진적으로 더 많은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상장기업의 변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일본 정부나 도쿄증권거래소도 이들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요청, 지원, 압력을 가할 걸로 예상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5년 3월부터 상장사의 중요한 정보의 영문 개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도쿄증권거래소의 프라임시장 상장사 가운데 PBR 개혁을 제시한 회사는 2024년 1월 기준 726개로, 상장기업 전체의 44%까지 높아졌다. 앞으로도 자본 구성, 주가 수준, 수익률 등의 시정 대책이나 이와 관련한 기업 경영 전략의 우열에 따라 동일 업종 내에서 기업 간 격차·주가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자본 전략, 주가와의 비교에서 종목 평가가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