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10. 08
병원 가기 어려운 치매 환자에
재택 카운슬링·테라피 서비스가 큰 도움
Global Senior Story ② 미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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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독일: 독일 시니어들 온라인 소통 활발, SNS보다 정보성 웹사이트 선호
Story 2. 미국: 병원 가기 어려운 치매 환자에 재택 카운슬링·테라피 서비스가 큰 도움
Story 3. 일본: 고령자 재취업 새로운 실험, '모자이크형 취업' 뜬다
Story 4. 호주: 은퇴 연령 점점 높아져, 지금 20세는 70세까지 일할 수도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간호사·심리상담사가 환자 집 방문치료…메디케어 포함돼 의료비 부담 덜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약 500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2050년까지 치매 환자 수는 1억50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600만 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치매 발병률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65세 이상 미국인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고, 85세 이상인 경우 32%가 치매 진단과 함께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을 점점 강화하고 있으며, 병원과 요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에게 전문적인 카운슬링과 다양한 테라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점은 이러한 서비스를 의료시설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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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설 접근성 떨어지는 치매 환자, 재택 서비스 반겨
치매 환자들은 발병 초기라 해도 운전을 권장하지 않는다. 많은 환자들이 실제로 운전을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매 전문 카운슬링이나 테라피 서비스가 의료시설에서 제공될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족 간병인의 경우 배우자 간병인은 본인들 역시 운전을 꺼려 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들 또한 치매에 걸린 가족을 위해 운전을 해주는 것과 다른 온갖 개인적인 일정들 사이에서 시간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

64세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남편과 함께 집에서 치매 카운슬링을 받아온 한 여성은 초기에는 의료시설에 카운슬링을 받으러 갈 때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계속 상기하게 돼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초반에 상담을 통해 치매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지만 카운슬링을 추천한 딸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집에서 서비스를 받게 돼 훨씬 편하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다.

“이렇게 집에서 서비스를 받으니 너무 편합니다. 남편도 이제 나이가 있어 고속도로 운전을 꺼리기 때문에 의료시설로 가야 했을 때는 이 서비스가 도움이 되는 걸 알면서도 아예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서비스를 받으니 너무 좋습니다.”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치매 환자의 집을 방문해 약물 관리나 기본 건강 진단을 진행하기도 한다. 더불어 심리상담가가 치매 환자 집을 찾아가 진단 초기의 불안과 우울증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일상생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심리상담사의 자격에 따라 인지행동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다양한 형태의 치료가 제공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진단 초기의 우울증, 심리 불안 등에 도움이 되고, 음악치료·미술치료의 경우는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재택 치매 치료 서비스, 건강보험도 적용
이러한 서비스는 실제로 어떻게 제공될까? 텍사스의 댈러스, 포트워스 지역에서 수년째 치매 카운슬링과 테라피를 제공하는 미쉘과 베니사 두 전문가를 만났다.

“치매 환자의 집을 방문할 때 주로 집의 안전 상태를 확인한다. 치매 환자가 살기에 안전한 환경인지, 위험요소를 대체할 만한 것이 있는지 조사해 보고 조언을 한다. 놀랍게도 혼자 사는 치매 환자도 꽤 많기 때문에 그들의 집에 찾아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인하고, 일상생활에서 위험이 될 만한 것들을 다른 것들로 대체하라고 조언한다.”

미쉘은 재택 카운슬링이 치매 환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안전을 향상시킨다고 강조했다. 베니사 역시 재택 카운슬링 효과가 좋다는 점을 설명했다.

“안전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조언한다. 냉장고를 함께 살펴보거나 집 안을 걸어 다니며 환자의 여러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더 나아가 집에서 카운슬링을 받을 경우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다. 가족 간병인은 물론이고, 주 간병인이 아니더라도 가끔 방문하는 자녀들 혹은 다른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게 또 다른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65세 이상 노인 대상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 포함돼 있어, 치매 노인들이 의료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64세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여성은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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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텍사스 댈러스와 포트워스 지역에서 치매 카운슬링 및 테라피를 제공하는 공인 심리 상담가인 미쉘 박사 ©Forgetmenotdementiaserfvices
2 국가 공인치매 전문가 협회(NCCDP)의 전문 임상 사회복지사 베니사. ©Forgetmenotdementiaserfvices
“평균보다 이른 나이에 진단을 받아 첫해는 혼돈과 절망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보험 없이 감당해야 하니 가격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65세가 넘은 후 메디케어를 이용해 치매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남편이 상담 시간을 많이 기대하곤 합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치매에 걸리면, 가족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나 역할 재배치가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집에서 시간을 맞춰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궁극적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치매 카운슬링은 아직 한국에 도입되지 않은 독특한 치매 관리 서비스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고 도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이경원(텍사스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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