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10. 23
은퇴 연령 점점 높아져,
지금 20대는 70세까지 일할 수도
Global Senior Story ④ 호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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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독일: 독일 시니어들 온라인 소통 활발, SNS보다 정보성 웹사이트 선호
Story 2. 미국: 병원 가기 어려운 치매 환자에 재택 카운슬링·테라피 서비스가 큰 도움
Story 3. 일본: 고령자 재취업 새로운 실험, '모자이크형 취업' 뜬다
Story 4. 호주: 은퇴 연령 점점 높아져, 지금 20세는 70세까지 일할 수도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호주의 은퇴 트렌드에도 변화가 있었다. 호주의 경제학자 론슬리 박사Rawnsley Terry는 ABC 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 기간 더 많은 고령자가 은퇴를 미루거나 일터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그 시기에 은퇴가 예정돼 있던 사람들이 국경 폐쇄로 인해 국내외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여행도 못 가고 일자리가 많으니 계속 일하자’고 생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호주 노동인구는 18만5000명 증가했으며, 이 중 55세 이상이 70%인 12만 7000명을 차지했다. 국제 이주가 재개되고 55세 이하 노동인구가 증가하면서 2023년에는 노동인구 증가 수에서 55세 이상 비중이 21.3%로 감소했다. 이를 보면 코로나19가 호주인들의 은퇴 시기를 늦어지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퇴 후 재취업, 안 해본 일을 안 해본 방식으로
또 다른 트렌드는 경력 변화다. “30년 동안 한 산업에서 일했다면 노동시장에 참여는 하고 싶지만 이전엔 안 해본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열정적인 프로젝트, 예컨대 예술·여가활동이나 전혀 새로운 분야의 서비스업에 종사할 수도 있다. 론슬리 박사의 얘기다.

은퇴 후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종종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열정적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많은 은퇴자들이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소셜 미디어 관리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기존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정부와 민간 기관들은 이러한 고령 노동자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직업 재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론슬리 박사는 “은퇴의 형태는 한 가지 정답이 없으며, 개개인의 다양한 결정의 결과값”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도드라지는 새로운 트렌드는 호주인들의 ‘반은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전형적인 ‘반은퇴’ 형태는 은퇴한 사람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이다. 일부 은퇴자들은 정규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파트타임이나 컨설팅, 프리랜서 업무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원 가꾸기나 골프와 같은 취미를 즐기기 위해 1년 정도 노동시장을 떠났다가 그 생활에 지쳐 다시 파트타임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트렌드는 고령 노동자들에게 맞춤형 일자리와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시간제 근무나 원격 근무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은퇴자들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은퇴 후에도 주 2~3일만 출근해 프로젝트를 관리하거나 후배들을 멘토링하는 형태로 고용관계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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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주의 투자은행 및 연금투자회사의 은퇴솔루션 담당 이사 벤 힐러.<AMP ltd>
2 호주 파이낸셜어드바이저 대표 제임스 제라드.<Financial Advisor Austrailia>
호주의 재정자문 전문 사이트 파이낸셜어드바이저Financial Advisor.com.au의 대표 제임스 제라드James Gerrard는 호주인이 슈퍼퇴직연금를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의 변화도 이런 트렌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제라드는 “이전에는 55세에 은퇴하고 개인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연령이 65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매년 평균 0.1년씩 은퇴 연령이 높아졌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현재 풀타임으로 일을 시작하는 20세는 70세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경제가 점점 화이트칼라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은퇴 연령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60세나 67세에 사무실 환경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것이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쌓거나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것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더 쉽다. 더 오래 일하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말하는 이도 있다. 더 오래 일하면서 생긴 소득으로 연금의 필요성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할 수 있다. 또 고령 노동자가 더 오래 세금에 기여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호주인들은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신적 만족과 사회적 연결을 위해 계속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많은 은퇴자들은 일하는 것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고, 일상에 목적을 부여받는다.

사회적 역할을 지속함으로써 고립감을 줄이고, 활발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은퇴 후에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예컨대 은퇴 후에도 비영리 단체에서 자문 역할을 맡거나,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개인의 성취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고령 노동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들은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연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롤 모델이 돼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더 나은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다.
마음으로는 자녀 돕고 싶지만, 내 삶 희생하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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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시기가 미루어지는 것 이외에도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에 관해서도 변화가 있다. 호주의 투자은행 및 연금투자회사인 AMP의 은퇴솔루션 담당 이사 벤 힐러Ben Hillier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호주인 5명 중 4명은 그들의 자녀가 같은 나이에 자신들이 겪었던 것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4명 중 3명은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도움을 주고 싶어 하면서도, 조사에 응한 10명 중 7명은 자신의 은퇴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자녀를 도와줄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실제로 젊은 호주인들은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빈부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호주 시니어층은 자녀들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생활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 전체 세대 간 재산의 약 90%는 증여가 아닌 상속으로 전달되며, 호주의 인구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이 5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상속된다.
글. 최동희 (호주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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