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4. 10. 30
해리스와 트럼프의 기후 정책,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기후 대응은 완전히 다른 패턴을 보일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늘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닐 전망이다. 선거 결과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 사회정책, 나아가 정치 시스템 자체가 큰 영향을 받겠지만 특별히 전세계적 기후 변화 대책이 심각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임 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파리 협약에서 탈퇴시켰다. 그 후 후임 대통령 조 바이든은 그 결정을 뒤집고, 협약에 재가입했다. 다시 대선에 나선 트럼프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하겠으며, 파리협약에서도 다시 탈퇴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2019년 상원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의회의 ‘그린 뉴 딜’ 정책을 지지한 전력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일 때 해리스는지하 석유탱크 파손에 대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의 자회사로부터 합의를 받아낸 적이 있고, 환경을 오염시킨 석유 누출에 대해 텍사스의 파이프라인 회사를 기소한 적도 있다.
확실히 두 후보의 기후 정책은 완전히 다른 기조를 띠고 있다.
누군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 파리협약에서 탈퇴한다고 해도, 바이든이 그랬듯이 다음 대통령이 다시 가입할 수 있다면 그게 뭐 그리 큰 일인가? 사실 트럼프 측에서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단순히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는 것이 아니라 파리협약이 근거하고 있는 UN의 기후변화협약에서도 탈퇴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위해서는 상원의 승인이 필요한데, 상원의원들은 석유 및 가스업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즉, 상원의원들이 쉽게 기후협약 재가입에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나라들과의 상호 기후 협약도 실제적으로나, 잠재적으로 위기에 처할 것이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미국과 EU 사이의 기후 협상도 임박한 미국 대선 때문에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EU는 배출권 거래제도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통합했다. 탄소 배출에 대해 적당한 비용을 물리지 않는 나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탄소 배출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탄소세 도입이 의회에서 통과될 가망이 없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대신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된 강철, 알루미늄 등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상황을 조율했다.
트럼프는 이런 친환경 보조금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탄소 배출권 협상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EU는 미국의 수출품에 대해 탄소국경 조정제도에 따른 세금을 에누리 없이 부과할 것이고, 미국도 이에 대해 보복할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미국과 중국은 기후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써니랜드Sunnylands 성명을 발표했다.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두 강대국의 약속은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이 성명에서 처음으로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등 비탄소 온실가스를 이전의 협약에 추가하는 데 동의했다.
트럼프가 중국이 국제적인 파트너에게 사기를 친다고 종종 주장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기후 정책 약속을 철회한다면 중국도 그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다. 그리고 트럼프가 공언하는 대중국 60% 관세는 써니랜드 성명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반면 해리스는 이런 협상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히려 더 통이 크게 나올 수도 있다. 해리스는 중국의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를 원래대로 돌려놓음으로써 전임자 바이든과는 다른 면모를 보일 수도 있다.
모두 가치 있는 목표다.
그러나 거기에는 비용이 따른다.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배출 감축이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국내 공급망을 공고히 한다, 중국의 불공정한 보조금과 덤핑을 무력화할 수 있다, 전략적 라이벌에게 먹혀버릴 수 도 있는 핵심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더 생길 수 있다 등등.
모두 가치 있는 목표다. 그러나 거기에는 비용이 따른다.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배출 감축이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중국의 전기차에 문을 닫아버리면 미국 운전자는 더 오래도록 내연기관차를 고수할 것이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에 세금을 때리면 미국의 가정에서는 독일에서 하듯이 발코니에 소형 패널을 설치하는 것을 망설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만약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곧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기후 변화를 위해 중국과 협력할 것이냐,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우선시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양쪽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어쨌든 이런 질문이야말로 바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수.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IMF 수석자문위원을 지냈다. “황금족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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