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4. 11. 27
일본의 반도체
제국 재건?
일본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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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국의 반도체 공급망 구상이 구체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AI와 자율주행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반도체 산업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1940년대 후반부터 대형 전기 메이커인 히타치제작소나 일본전기NEC, 도시바 등이 반도체 연구를 시작했다. 초창기에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던 회사는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나 모토로라, 페어차일드 등이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일본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1986년에는 NEC, 도시바, 히타치 등의 일본 회사가 세계 톱 3를 차지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반도체 왕국 일본의 성쇠
그중에서도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기억장치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 LSILarge Scale Integration,대규모 집적회로 분야에서는 이들 3개 기업이 실력을 보여서, 일본제 반도체가 없으면 전자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후 미일 간에 반도체 마찰이 발생하고, 거기에다가 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고, 3년에서 5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실리콘 사이클이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반도체 메이커는 대개 개발·설계·제조·조립의 4개 제조 공정부터 판매까지 전 영역을 포괄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방식에는 모든 영역에서 자기 방침을 관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 종합가전 메이커의 한 사업부에 불과한 반도체 사업부가 거액의 설비 투자나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 또한 컸다. 그래서 결국 2000년 무렵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시장을 한국과 대만 기업에 내주게 된다.

경영이 어려워진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통합을 모색했다. NEC일렉트로닉스(NEC로부터 D램 이외의 LSI사업부를 분사)와 히타치, 르네사스테크놀로지(미쓰비시전기의 LSI사업부에서 분사)가 통합, 자동차용 반도체에 강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탄생했다. 또한 NEC와 히타치의 DRAM 사업부문을 통합해 엘피다 메모리(현 마이크론 메모리 재팬)가 탄생하지만 이 회사는 실적 추락을 막지 못하고, 2012년 이후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흡수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서는 대기업 종합 가전회사가 사라졌다. 빈 자리를 메운 것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최초로 개발한 키오시아KIOXIA, 구 도시바 메모리, 이미지 센서에서 선두주자인 소니, 소프트뱅크 산하의 로직 프로세서 메이커 암 홀딩스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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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플래시 강자로서 하이닉스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키오시아.
하지만 이들 외에도 반도체 대국이었던 일본에는 지금까지도 반도체 장치나 반도체 전자 재료 등의 분야에 유력한 반도체 관련 기업이 많이 남아 있다.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장치 메이커는 미세화, 3DIC, 신규 패키징 등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의 진화에 따라 반도체 제조장치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웨이퍼 제조장치부터 패키징, 검사장치, 유통까지 폭 넓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장치 분야 최고의 기술력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칩을 만들어 넣는 전공정과 칩을 패키지화하는 후공정이 있다. 이 중전공정에는 웨이퍼 제조공정, 후공정에는 조립·검사공정이 있다. 웨이퍼 제조공정은 컴퓨터의 CPU를 구성하는 기본회로의 CMOS를 형성하는 소자형성공정FEOL과 배선형성BEOL, 웨이퍼 전기특성검사를 거쳐 웨이퍼를 완성하는 공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공정에서는 조립 공정, 검사 공정을 거쳐 칩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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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 장치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불가결한 존재이다.
일본은 웨이퍼, 전공정, 후공정 장치에서 수출금액 기준
세계 1위이며 반도체 생산공정 전반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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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공정 기업으로는 반도체 제조장치기업인 도쿄엘렉트론, 도쿄정밀, 실리콘 웨이퍼의 박막 형성·가공에서 활용되는 진공장치를 만드는 알박ULVAC, 후공정에서는 반도체 디바이스 측정장치 제조사인 어드밴테스트ADVANTEST, 반도체관련 장치기업인 레이저테크Lasertec,
반도체·액정장치 기업 스크린SCREEN 홀딩스, 반도체 제조장치인 실리콘 웨이퍼 가공기기 제조사인 디스코DISCO. 유통판매에서는 전문상사인 마크니카MACNICA, 료산RYOSAN 등이 있다.

일본의 반도체 장치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위해서는 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일본은 웨이퍼, 전공정, 후공정 장치에서 수출금액 기준 세계 1위이며 반도체 생산공정 전반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덧붙여서 경제산업성의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에 의하면, 제조 장치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1%로 미국에 이어 2위, 소재는 48%로 세계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칩 4’라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주도하에 한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으로 구성되는 반도체 공급망이다. 몇 년 전 세계 공급망은 코로나19 때문에 심각한 영향을 받아 공장 폐쇄와 물류 지연에 내몰렸고 많은 산업이 부품 부족에 직면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의 강화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이들 4개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완성되면 세계 반도체 장치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와 생산의 91%를 차지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이들 4개국 의 강점을 살펴보자.

미국은 반도체의 제조·설계에 강점을 가지며, 대표적인 기업으로서는 PC의 CPU 메이커로서 알려진 인텔, 실시간 화상 처리와 대규모 데이터 훈련에 특화된 GPU에 강한 엔비디아, 통신 인프라 전용의 반도체에 강점을 가지는 브로드컴 등이 있다. 대만에는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6할을 차지하는 TSMC가 있고, 한국에는 반도체 메모리의 39%, DRAM의 42.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있다. 한·미·일·대만의 서플라이 체인이 강화되면, 일본의 반도체 장치 메이커에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일본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되고있다. TSMC가 소니, 덴소와 합작으로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에 부지 약 20만㎡의 거대 공장을 건설했다. 정식 명칭은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며 투자 인가일은 2022년 6월로, 2년이 채 걸리지 않아 2024년 2월에 공장을 완성했다. 투자액은 약 1조 2천억 엔, 주요 제품은 로직 반도체로 월 5.5만 장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12월에 출하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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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소니, 덴소, 토요타와 합작으로 만든 반도체 공장 JASM.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22년 9월에 투자 인가를 받아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에 생산능력 월 4만 장의 DRAM 공장을 건설했다. 투자 총액은 1,400억 엔. 향후 차세대 제품 개발이나 생산을 위해 5천억 엔을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 21 지구에 2024년 안에 첨단 연구 거점을 개설한다. 면적은 약6,600㎡, 삼성전자 시설에서는 반도체 부품의 전력 절약 등을 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패키지 기술이 연구될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반도체 장치 수요도 증가해 “반도체 장치 수출 1위인 일본 장치 기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 지원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일본 정부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주요 경제정책의 하나로 과학기술 강국화를 내세우며 최첨단 반도체에 투자하는 정책에 2조 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TSMC에는 4,760억 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는 465억 엔, 삼성전자에는 300억 엔의 보조금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2023년 5월 18일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 7곳의 CEO를 도쿄로 초청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것은 해외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일본 정부의보조금을 받으며 높은 기술력을 가지는 일본 기기 메이커와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 기술을 향상시킬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또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 일본 정부 주도로 소니, 도요타,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NEC 등 주요 8개사가 공동 출자해서 차세대 반도체 회사인 라피더스RAPIDUS를 설립한다는 프로젝트다. 2025년 공장 완공, 2027년 미국 IBM의 기술을 계승해 2nm 이하 차세대 반도체 본격 생산을 목표로 정부가 3300억 엔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미 홋카이도 치토세에 공장 건설이 시작됐다.
일본 반도체 부활 시나리오는 착착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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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치토세에 건설되고 있는 일본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 일본 정부 주도로 8개 대기업이 출자한 이 회사는 2027년부터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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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츠자키 다카시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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