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2. 09
중국 기업은 공동부유를
어떻게 보는가?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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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에 선 중국경제
2021년 알리 파이낸셜의 상장 좌초 이후 중국 대기업들은 모두 납작 엎드려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에서부터 시작된 규제는 부동산, 교육업계에 이어 전체 경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시작된 강력한 제재는 줄어들기는커녕 머잖아 중국 경제의 '뉴노멀'이 될 확률이 높다. 중국 산업의 변천사와 터닝포인트를 맞은 기업들의 상황을 돌아보고, 공동부유를 내세운 중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 기업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살펴본다.

1. Hurun Report: 신들의 황혼, 누군가의 신기원
2. Made in CHINA: 메이드 인 차이나의 도약
3. Internet: 갈림길에 선 중국 인터넷업계
4. Yahoo: 야후라는 반면교사
5. Regulation: 중국 기업은 공동부유를 어떻게 보는가?
79년 전 현대 경영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회장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은 사회에서 기업이 가지는 가장 적합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핵심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 중 어떤 것을 더 중시해야 하는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드러커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기업은 사회 속 ‘기관’으로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자신의 발전이 주류 가치관과 대중의 도덕성에 부합해야만, 비로소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다.
대기업의 급성장과 폐단
2021년 7월 JD닷컴(京東)은 갑자기 전 직원의 급여를 인상하는 16급여제(16薪 制)를 전격 발표했다. 1년을 일하면 4개월치 월급을 더 받는 것이다. JD닷컴의 37만 명 직원 중 80%가 농촌 지역 출신으로 4개월 임금은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는 데 충분한 돈이다. 거의 동시에 텐센트의 한 계열사는 6시 정시 퇴근을 강행했다. 이는 텐센트의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매주 6일 근무)에 반하는 첫 번째 시도로 여겨졌다. 곧이어 틱톡, 콰이서우(快手) 등의 숏폼 플랫폼과 소셜 커머스 메이퇀(美團), 온라인여행사 씨트립 등도 토요일 격주 근무제를 폐지하고, 직원에게 완벽한 주말을 보장했다.

8월의 마지막 날, 메이퇀의 창립자 왕싱(王興)은 “메이(美)는 좋은 것을 의미하고, 퇀(團)은 공동을 의미한다. 메이퇀의 유전자는 바로 공동부유(共同富裕)”라고 말했다. 9월 2일 알리바바 그룹은 국가 공동부유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1천억 위안의 자금을 투입해 ‘공동부유 10대 행동’을 시작한다는 대규모 계획을 내놓았다. 9월 9일 텐센트는 전 직원에게 ‘공동부유특별계획’에 투입한 500억 위안 1차 자금을 시작으로 더 많은 민생 분야에 지원할 것을 발표했다.

대기업이 이렇게 보조를 맞춘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침이 있었다. 사실 앤트 파이낸셜의 상장 중단부터 대대적인 인터넷 경제 정비, 교육업계 개혁, 연예계 팬덤 규제, 그리고 공동부유 논의를 위한 특별회의 개최, 제3차 분배 장려, 베이징증권거래소 개설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에는 ‘중국은 이제 다음 단계의 발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개혁개방 40년 동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부유층을 탄생시켰다. 그 속도와 수는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 그러나 급성장의 시대가 지나면서 최근 몇 년간 고속성장에 가려졌던 문제들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세기 초, 중국 당국의 정책적 지원 하에 인터넷 기업들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우고 부를 축적했다. 이들은 중국 경제 전반에 거대한 추진력을 일으킨 한편, 동시에 시장 독과점 문제, 데이터 보안 이슈, 사회적 책임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속성장을 추구하는 단계에서 국제 경쟁력과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한때 큰 규모의 기업이나 산업체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초기 단계의 지원을 거쳐 중국 인터넷 산업도 세계 강자와 경쟁할 수 있는 선두 기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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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전자상거래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선두 기업이 업계를 독점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일단 독과점이 형성되면 국가 차원에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인터넷 경제의 독점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성장 통로를 차단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마불사라는 부실을 낳아 전체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 만약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갑자기 오프라인 상태가 된다면, 금융시장 및 소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결과는 아마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경제 안정과 금융 질서가 일부 기업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건전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인터넷 경제는 독점 외에도 버블 성장이 나타나면서 실물경제의 일부를 차지하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 많은 문제는 모두 산업 공동화와 이에 파생된 중산층의 위축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은 미국의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아직 대마불사 기업이 생기지 않았을 때, 이를 규범화해서 질서있는 성장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다.
시대적 과제, 속도가 아닌 질적 성장
중국 정부의 또 다른 타격 대상은 금융 시장, 부동산 시장, 교육 시장이었다. 과거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했을 때 P2P금융(개인 간 금융), 상환조건채무 등의 부실사업이 증가하면서 사회 전반에 자산 거품과 채무 리스크가 누적되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되자 중국 정부는 정책 중심을 자산 거품 억제와 감독 규제로 옮겨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리스크를 손보기 시작했다. P2P금융 규제가 없던 3년간 P2P금융업체가 수천 곳까지 늘었다가 현재 전부 사라진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부동산 경제의 기형적 성장은 사회 공정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중국 당국은 유동성이 부동산 산업으로 과하게 집중되어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 병폐를 피하기 위해 제재를 시작했다.

교육 기관의 정비는 사회 공정성을 고려해, 다음 세대를 위한 상승 통로를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교육을 중시하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중국 부모의 특징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질적 성장은 없고 소모적이기만 한 경쟁을 초래하고, 나아가 다음 세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다음 세대가 동등한 출발선을 갖도록 보장하는 것은 사회 정의의 첫걸음이다. 동등한 출발선이 영재 육성을 억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각 가정의 부와 출신배경 등 외적 요소가 다음 세대의 발전에 미칠 영향을 약화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교육 자원의 공평한 분배와 기회의 균등을 촉진하는 전제이기도 하다. 이는 더 나아가 사회적 상승 경로를 규범화하고 공정하게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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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거시정책의 핵심은 중국 경제 발전의 초점이 ‘속도’의 문제에서 ‘질’의 문제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화 시작이 늦고 기반이 취약해 고속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 사회는 탄탄하고 안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필요로 한다. 질적 발전은 필연적으로 향후 경제사회의 주요 기조가 될 것이다. 질적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신규 참여자가 두각을 나타낼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새로 개설된 베이징증권거래소는 바로 이런 논리에서 출발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경제 집중의 정도가 중국만큼 심하지 않다. 선두 기업이 전반적인 차원의 핵심 기술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많은 강소기업 역시 핵심 부품 기술과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세부적 차원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강소기업은 대기업에게 함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이런 강소기업이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전도 유망하지만 자금 지원이 부족한 많은 강소기업의 과학기술 성과가 여전히 제품화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중국 최대의 강소기업 인큐베이터, 즉 공동부유의 촉진제가 되기 위해 설립되었다.
공동부유 모델이 가져올 잠재적 효과
중국 인터넷업계는 20여 년간 급성장을 겪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다. 이런 번영의 배후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음지가 있다. 자본시장의 혼란, 독점 위기, 비즈니스 모델의 고갈은 이미 현재 인터넷업계의 새로운 문제가 되었다.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 제안은 인터넷 대기업들로 하여금 인터넷 발전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선두 기업들의 공동부유 포석은 거시적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더 많은 대기업이 공동부유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공동부유 추진 전략을 분석해 보면 공생, 공동창조, 공동부유, 산업 회복, 실업 회복, 사회 회복에 힘을 보태는 공통의 논리를 볼 수 있다. 이런 발전 논리는 중국 산업의 향후 발전 맥락과 함께한다. 자본의 본질은 언제나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공동부유 개념을 이처럼 추종하는 것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 외에도 그들이 공동부유 뒤에 잠재된 거대한 시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 중앙정부는 ‘솽창’(雙創, 대중창업과 만인혁신) 개념을 제시하면서 일련의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공동부유라는 개념이 제시되면 관련 정책이 차례로 도입될 것으로 보여지고, 먼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가 센터를 차지하여 정책 추진 속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대기업의 계산법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되는 ‘농촌진흥’(農村振興: 농업과 농촌의 현대화, 산업과 농업 발전의 상호 촉진, 도시와 농촌의 상호 보완)과 비교하면, 공동부유는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공동부유 개념은 도시나 농촌과 같은 2차원적 경제 구조를 돌파해서 더 크고 넓은 시장을 열게 될 것이며, 이 시장은 몇 년 동안 인터넷 수익 감소로 인한 공백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2018년 1인당 GDP는 9,770달러에 달했다. 세계은행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위소득 경제권의 1인당 GDP는 3,956달러에서 1만 2,235달러로 증가했다. 돌이켜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중위소득에서 고소득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경제권은 드물었고, 다수가 장기간 중위소득에서 맴돌았으며, 심지어는 성장 후퇴와 사회 불안까지 나타났다. 국가 차원에서 공동부유로 새로운 발전단계를 시작하고, 고소득 경제라는 목표를 향해 또 다른 진격을 예고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동부유 논리는 앞으로 오랜 기간 정책 수행의 관건이 될 것 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출판사 샹제(商界) 편집부 중국 경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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