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빈곤’, ‘가난’을 연상시켰던 중고거래가 젊은 세대에게는 ‘친환경’, ‘합리적 풍족함’을 상징하는 소비 형태로 새로이 변화했다. 중고거래 시장은 날로 성장하며 관심사 공유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기능까지 하고 있다.
중국 젊은 세대의 중고 소비는 ‘미니멀 라이프’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소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구와 책에서부터 운동화와 디지털 제품에 이르기까지, 현재 소비계층이 중고품을 사는 것은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함이 아니라, 저렴한 투자로 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경제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중고품을 사는 것이 빈곤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함께 물질 과잉이 심화되고 미니멀리즘과 친환경 생활이 등장하면서 중고 경제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중고경제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2018년 중국 중고 물품의 연간 거래액은 7,420억 위안(약 143조 원)이고, 2019년에는 9,646억 위안에 달했다. 2020년에는 1조 2,540억 위안으로 증가하면서 거대한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중고 소비의 주력은 다름 아닌 젊은 세대다. ‘인터넷 + 순환경제 + 공유경제’가 보편화됨에 따라, 중고 상품 시장도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과거의 ‘사고 보자’에서 점차 ‘팔고 보자’로 변화하면서 중고경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모바일 인터넷 리서치 기업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거래의 주 이용자층은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이며, 특히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어낼러시스(Analysys)가 발표한 산업 통찰 보고서에서도 중고 플랫폼의 주요 사용자층은 35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사용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동시에 소비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 소비 업그레이드의 주류층이다. 한편 1995-2009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이들도 중고 온라인 쇼핑몰의 잠재적인 사용자층이다.
중고 시장의 무한 잠재력
현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물건에 담긴 정서적 가치에 의미를 둔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중고품은 더 이상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감성의 운반체이다. 이와 함께 환경을 생각한 소비이념이 젊은 소비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시성 소비와 과잉 소비가 점차 개성 있는 소비, 목적이 명확한 소비, 절제된 소비 추구로 바뀌면서 중고 경제를 살찌우고 있다.
‘공유경제’의 창시자 로빈 체이스는 ‘유휴 자원 + 공유 플랫폼 + 모두 참여’라는 공식을 제시한 적이 있다. 현재의 중고 경제가 바로 이 공식에 부합한다. 모두가 참여해야 다량의 유휴 자원이 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시 재사용될 수 있다.
중고품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판매자와 오프라인 매장이 많이 있지만, 중고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판매자는 대체로 아마추어 판매자이다. 사업가가 이익을 중시하는 데 반해, 이 판매자들은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툭 치면 선물을 주기도 하고 대화 후 해당 물건에 진정성을 비치는 사람에게만 물건을 판매하기도 한다. 특이한 가게명으로 호기심을 끌어내는 판매자도 있다.
기존 시장의 참여자는 대부분이 구매자이고 판매자는 소수인 데 반해, 중고시장에서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자동차는 물론 옷, 손목시계, 실용적이지 않은 작은 가전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다. 또한 판매할 실물 상품이 없더라도 먼저 되팔 수 있고, PPT 자료나 기타 연주 기술도 판매할 수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엄청난 규모를 보면, 중고 시장은 잠재력이 무한한 거대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대형 기업이 들어오면서 평점 시스템도 점차 구축되었고, 소비자가 관심 갖는 제품 품질, 거래 서비스, AS 등에서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안이 마련되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능은 중고 거래 행위에 특색 있는 지역적·사회적 가치를 추가하고, 단순한 물품 거래를 관심사 토론과 취미 커뮤니티로 확장해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중고 시장의 유통을 활성화시켰다.
중고 시장에서 무엇을 살까?
중국 중고명품 플랫폼 폰후(Ponhu)에서 라이브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는 거대한 명품 소비시장이 존재한다. 명품 보유량의 지속적인 증가,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의 변화, 젊은이들의 소비관 변화 등으로 인해 중고 명품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가죽 가방, 고급시계, 주얼리를 주요 상품으로 하는 각종 중고 매장이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즈얼(只二), 페이위(妃魚), 훙부린(紅布林) 등 중고 명품 전자 상거래 플랫폼은 잇달아 자금을 조달하고, 오프라인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고 거래 물건 중, 휴대폰, 컴퓨터, TV 등 고가 전자제품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고 거래 전자상거래 플랫폼 좐좐그룹(轉轉集團)의 2021년 중고 ‘솽스이’(雙十一,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10일 오후 8시에서 11월 11일 24시까지 28시간 동안 전자제품 결제 거래는 17만 1천 건을 넘어섰다. 또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인 완우신셩(萬物新生)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중고 전자제품 소비자그룹에서 35세 이하가 70%로, 그중 남성 소비자가 78%를 차지했다.
활성화된 중고 거래 품목 중 하나는 육아용품이다. 아기는 성장이 빨라서 사이즈가 금방 바뀌기 때문에 아기 엄마들은 중고 거래의 주요 참여자이다. 운동화, 서적도 중고 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품목이다.
중고 경제는 이제 새로운 유형의 경제이자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았으며, 보이지 않았던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 정책적 기반과 규칙이 확립된다면 중고 경제 시장은 더욱 성숙하고 완전한 모습을 갖추어 규범화된 성장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과시성 소비와 과잉 소비가 점차
개성 있는 소비, 목적이 명확한 소비, 절제된 소비 추구로 바뀌면서
중고 경제를 살찌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