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치리튬이 SQM을 인수했을 때, 텐치리튬의 자산은 178억 4천만 위안, 순이익은 26억 1,200만 위안에 불과했다. 40억 6,600만 달러의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텐치리튬이 설계한 방안은, 우선 은행 대출로 인수 자금 문제를 해결한 후, H주(홍콩 증시)에 상장해서 들어오는 자금으로 은행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은행 대출 이자는 SQM의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중신은행(中信銀行)의 주도 아래, 텐치리튬은 35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텐치리튬이 H주 상장을 신청한 결정적인 순간, 리튬 산업이 돌연 침체기에 진입했다. 리튬 제품의 가격은 2018년 초 고점에 도달한 후 계속 하락하여, 톤당 약 17만 위안에서 2019년 6월에는 8만 위안으로, 2020년 초에는 5만 위안까지 하락했다. 이렇게 되자 텐치리튬은 상장을 포기하고, SQM 인수 거래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중 충격 속에서 텐치리튬은 절벽으로 내몰리며 위기에 직면했다.
텐치리튬이 H주 상장을 신청한 결정적인 순간, 리튬 산업이 돌연 침체기에 진입했다.
텐치리튬은 절벽으로 내몰리며 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자산부채비율의 급격한 상승과 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텐치리튬의 자산부채 비율은 2017년 말 40.39%에서 2018년 말에는 73.26%로 급격히 증가했고, 이후 더 나아가 2020년에는 82.32%로 늘어났다. 순이익은 2017년 이익 26억 1,200만 위안에서 2019년에는 손실 54억 8,200만 위안으로 반전했다.
다음으로 기업 현금흐름이 극도로 경색되었다. 2017년 텐치리튬 영업활동의 순현금흐름이 30억 9,500만 위안이었던 것에서 2020년에는 6억 9,600만 위안으로 감소했으며, SQM의 이익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9년 SQM은 2억 8,1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지분 비율에 따르면, 텐치리튬은 2019년 7,300만 달러의 배당금만 받을 수 있었는데, 이는 35억 달러의 M&A 대출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약 20억 위안(약 3억 달러)의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텐치리튬의 SQM 인수는 높은 채무 부담과 동시에 시장 하락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SQM 인수 외에도 텐치리튬은 해당 기간에 국내외 많은 리튬 프로젝트를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예를 들어,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에 15억 6,200만 호주달러를 투자해 탤리슨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수산화리튬 생산기지를 신규 건설했다. 또한 3억 1,100만 위안을 출자하여 티벳지역의 자부예리튬(扎布耶鋰業) 지분 20%를 인수하고, 장쑤성 장자강시의 리튬 공장에 12억 위안을 출자하였으며, 쓰촨성 동부에 있는 쑤이닝현의 리튬 공장에 14억 3천만 위안을 투자하여 연간 생산량 2만 톤의 탄산리튬 생산라인을 신규 건설했다. 이러한 연이은 투자는 자금 압박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런 요인이 겹치면서 텐치리튬은 힘겨운 3년을 보냈다. 날로 압박해 오는 채권자들은 텐치리튬을 궁지로 몰았으며, 이는 두 가지 결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텐치리튬이 탤리슨의 지분 24.99%를 매각한 것이다. 텐치리튬은 원래 톈치잉궈(天齊英國, TLEA)를 통해 탤리슨의 지분 51%를 보유했다. 부채 상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20년 텐치리튬은 톈치잉궈의 지분 49%(탤리슨의 지분 24.99%를 간접 양도)를 IGO(호주자원 개발 관련 상장 회사)에 양도했다. IGO는 이를 위해 텐치리튬에게 약 14억 달러를 대가로 지불했다. 핵심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 상환을 하는 것은 텐치리튬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두 번째는 톈치그룹의 증자와 텐치리튬에 대한 자본 투입 계획이다. 톈치그룹에는 3명의 주주가 있는데, 장웨이핑과 그의 딸 장안치(蔣安琪)가 총 9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톈치그룹의 CEO인 양칭(楊青)이 나머지 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초, 톈치그룹은 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한 후, 텐치리튬에 이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 자본 운용 규모는 16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성공하면 텐치리튬의 부채 압박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 두 건의 자금 조달 시도 외에도, 부채 상환을 위해 장웨이핑은 텐치리튬의 지분을 저당 잡아 일부 부채 문제를 해결했다. 약 16억 달러의 부채 원금을 상환한 후 남은 원금은 약 19억 달러였다. 또한 대출 상환 기간 역시 연장했다.
나머지 19억 달러의 부채를 어떻게 상환할지가 장웨이핑이 이어서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당시 장웨이핑에게 남아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텐치리튬의 자산부채비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수익성은 낮아지고, 핵심자산인 탤리슨의 재매각 가능성도 낮았다. 장웨이핑이 거액의 채무 상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로는 지배적 지위를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텐치리튬, 톈치그룹 또는 SQM의 지분을 좋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 전에 장웨이핑은 꽃피는 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