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가봤니?
세계의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늘 하는 운전이 노동이 아닌 유희遊戲가 될 수 있을까? 꼭 슈퍼카를 타야만 그런 쾌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잊을 수 없는 드라이브 코스만 있다면 최고의 유희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럴 만한 드라이브 코스 7개를 꼽았다. 맑고 깨끗한 길, 유유자적 혼자 달리는 길, 피오르와 오로라가 함께하는 길 등 가슴 뻥 뚫리는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탄성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다.
해안 절벽을 깎아 만든
이탈리아 아말피 코스트
이탈리아에는 유명한 길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북으로는 알프스와 접하고, 반도이기에 수많은 해안 도로가 즐비하다. 자연을 벗 삼아 만든 길은 어디를 달려도 감흥이 증폭한다. 우선 길 자체가 굽이쳐 리듬감이 있고, 좌우 연속적으로 구부러진 길은 운전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 길 주변에 황홀한 풍광까지 더해지니 기억에 각인된다. 여러 감각을 자극한 결과다. 이탈리아 북쪽에 ‘스텔비오 패스Stelvio Pass’가 있다면, 남쪽에는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가 있다. 아말피 코스트는 남부 소렌토에서 살레르노까지 이어지는 50km 구간의 해안 도로다. 이름을 책임진 아말피는 이탈리아에서 풍광 좋기로 손꼽히는 해안 절벽 마을이다.
그리고 아말피 코스트는 지중해, 해안 절벽, 해안 도로, 휴양지 마을 등 가슴 뛰게하는 단어들로 채워진 코스다. 예부터 수많은 사람이 그곳의 아름다움을 인정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시리즈에도 빠지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잊지 못할 드라이브 코스다.
잊지 못한다는 표현에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황홀해서 잊지 못하고, 긴장해서 잊지 못한다. 해안 절벽을 깎아 만든 도로이기에 도로가 협소하다. 어떤 구간에는 중앙선도 없으며, 도로 끝은 절벽이다. 또 유명 관광지이기에 차도 많고, 심지어 버스도 많다. 그리고 길도 굽잇길이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운전 성향이 꽤 거칠다. 늦게 가면 꽁지에 붙어 심리적으로 밀어붙이기 일쑤다. 건너편 차선에서 속도 높여 달려오기도 하므로 풍광 좋다고 유유자적 달리기엔 코스의 난도가 좀 높다. 그러나 솜씨 좋은 운전자에게는 여러모로 황홀한 코스인 건 확실하다.
피오르 절경과 함께하는
노르웨이의 애틀랜틱 로드
노르웨이는 피오르가 유명하다. 피오르는 빙하가 깎은 절벽 해안이라는 뜻으로, 노르웨이 최대 관광자원이다. 산만한 빙하가 쓸어내리면서 만들어낸 지형이 노르웨이의 농담 짙은 기후와 함께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피오르 주변 도로는 그 자체가 피오르 관람 코스나 다름없다. 노르웨이는 곳곳에 분포한 이 길을 묶어 ‘내셔널 투어리스트 루트National Tourist Route’로 명명했다. 아름다운 노르웨이 드라이브 코스인 셈이다. 총 18개 도로로 이루어진 길들은 피오르뿐 아니라 노르웨이의 자연을 품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는 ‘애틀랜틱로드Atlantic Road’로, 온달스네스와 크리스티안순을 잇는 64번 도로의 8.3km 구간이다. 섬 12개를 반도의 곶과 다리로 연결해놓은 도로이기에 한층 극적이다. 거대한 자연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내딛는 기분이랄까. 애틀랜틱 로드는 관광 상품처럼 명명한 이름이다. 64번 국도보다 얼마나 가슴에 콕 박히나 싶다. 애틀랜틱 로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지점은 ‘스토르세이순데트 다리Storeseisundet Bridge’다.
북해를 따라 북극으로 오르는 애틀랜틱 로드는 바다와 함께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굴곡을 만들어내는 애틀랜틱 로드의 스토르세이순데트 다리.
애틀랜틱 로드의 상징 같은 다리이자, 애틀랜틱 로드를 대표하는 사진에도 꼭 등장하는 그 다리다. 모 타이어 회사 CF에도 등장했다. 스토르세이순데트 다리는 보통 생각하는 다리와 형태가 달라 기묘하다. 하늘로 솟았다가 다시 급격하게 하강하는 것이 흡사 롤러코스터의 선로를 보는듯하다. 멋 내려고 일부러 휘어지게 만든 게 아니고 태풍이 잦아 바람의 저항을 높이기 위한 구조다. 북해의 파도가 들이치는 다리를 롤러코스터 타듯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수많은 사람이 애틀랜틱 로드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노르웨이 해안가 절경도 빼놓을 수 없다.
구름 위의 레이스, 산악 도로
미국 로키산맥의 파이크스피크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로키산맥의 미국 파이크스피크는 수많은 헤어핀으로 연결되어 있어 경주 코스로도 사용된다.
‘파이크스피크Pikes Peak’는 미국 콜로라도 엘패소 카운티에 있는 산이다. 로키산맥에 속하며, 4,301m라는 높이를 자랑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높은 산이라고 하면 흔히 등산을 생각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산악 도로 드라이브를 떠올린다. 산악 도로는 특성상 급격한 코너인 헤어핀을 수없이 품을 수밖에 없다. 높을수록 헤어핀 개수는 늘어나고, 헤어핀을 하나씩 공략할 때마다 점점 풍광이 달라진다. 세계의 유명 도로에 꼭 이름을 올리는 스텔비오 패스도 수많은 헤어핀이 연결된 도로아닌가. 파이크스피크는 미국 대륙 산악 도로 중 첫손에 꼽힌다. 그만큼 솜털 곤두서게 하는 헤어핀이 수두룩하고, 가드레일도 없다.
스티어링 휠 잡은 손에 땀좀 스미는 스릴을 선사한다. 그 말은 반대로 눈에 걸리는 인공 구조물 없이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과 흙이 자아내는 거대한 황량함이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파이크스피크는 유서 깊은 자동차 경주 장소이기도 하다. ‘파이크스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으로 불리는 이 경주는 해발 2,862m 지점에서 해발 4,301m까지 19.87km를 오른다. 그사이 헤어핀이 무려 156개나 출몰한다. 또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의 성능 시험장 역할도 한다. 독일에 뉘르부르크링이 있다면, 미국에는 파이크스피크가 있다. 그러니까 파이크스피크를 달린다는 의미는 남다르다. 로키산맥의 경치를 만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 역사에 중요한 장소를 달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파이크스피크 드라이브는 경치와 의미 면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동부와 서부를 잇는 3,945km
미국 루트 66
‘루트 66Route 66’는 미국에 최초로 건설된 횡단 도로다. 동부에서 서부로, 개척 시대의 유산을 품은 도로다. 도로명을 개편해 지금은 지도에서 사라진 이름이다. 게다가 옆에 더 넓고 쾌적한 고속도로가 생겨 사람들이 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의 추억 속에 역사적 관광 명소로도 중요한 도로로 존재한다. ‘머더 로드Mother Road’로 불리는 만큼 길에 담긴 의미는 더욱 크다. 루트 66는 시카고에서 미주리,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를 거쳐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끝난다. 총길이 3,945km.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도로인 만큼 짧은 드라이브 코스는 아니다. 마음 크게 먹고 대륙 횡단하는 마음으로 달려야 한다. 실제로 미국 대륙 횡단을 꿈꾸며 세계 여러 사람이 루트 66를 달린다.
1926년 개통된 루트 66는 미국 최초 대륙 횡단 고속도로로, 8개 주 3,945km를 지나며 미국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
서부 개척 시대 미국인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오히려 장거리에다 역사를 품은 옛 도로이기에 긴 시간 여행하듯 드라이브하는 경험은 특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길을 오래 달리면 그 자체로 감흥이 생긴다. 게다가 루트 66는 유산을 보존한 관광상품이자, 역사적 도로다. 긴 도로 중간중간 지역별 볼 거리가 줄을 잇는다. 서쪽으로 갈수록 바뀌는 지형과 풍광을 보는 재미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선 루트 66의 역사적 의의를 간직한 ‘루트 66 박물관Route 66 Museum’이 기다린다. 또 당시부터 지금까지 업종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영업하는 가게도 있다.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나 ‘캘리코 유령마을Calico Ghost Town’ 같은 관광 명소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직선 도로다. 대단히 심심할 듯하지만, 그 단조로움이 묘한 감흥을 전한다. 반복되는 길을 여러 날 달리는 경험은 흔치 않으니 이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세상에는 특별한 드라이브 코스가 많다. 그런데 빙판 위를 드라이브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빙판 위에서 썰매나 스케이트가 아닌 자동차를 탈 수 있다. 추운 나라의 겨울에는 이런 일도 낯설지 않다. 캐나다에 있는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Great Slave Lake’에는 겨울마다 아이스 로드가 열린다. 말 그대로 호수가 얼어 그 위에 길을 만든다는 얘기다.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지역은 캐나다에서도 극한의 추위를 기록하는 곳이다. 큰 호수라 해도 겨울 추위에는 돌처럼 단단하게 얼어버린다. 자동차로 오갈 정도로. 아이스 로드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니다. 호수가 워낙 거대하기에 효율적으로 호수를 가로질러 가고자 하는 생활상을 반영한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한 겨울 한정 지름길인 것이다. 얼음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승용차부터 미니버스까지 오간다. 물론 속도를 즐기는 도로는 아니므로 빨리 달려봐야 시속 60km 남짓이다. 일단 얼음이 손상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지만, 얼음 경도를 떠나 빙판길에서 빨리 달릴 강심장은 없을 거다. 이 길을 달려야 할 이유는 빙판 드라이브 말고도 하나 더 있다.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는 캐나다에서도 오로라를 보기 좋은 곳이다.
NASA가 지정한 오로라 관측 확률이 가장 높은 옐로나이프에서는 낮에는 얼어붙은 호수를 드라이브하며 달리다가 밤에는 오로라를 관측하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오로라로 유명한 도시 ‘옐로나이프Yellowknife’ 근처로, 얼음 호수 위를 달리다 중간에 멈춰 출몰하는 오로라를 보는 야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여러 의미로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5,000km의 여정
아르헨티나 내셔널 루트 40
세계에서 길기로 유명한 도로 중 하나다. 아르헨티나 서부에 있는 종단 도로로, 총길이가 5,080km다. 아르헨티나 남동쪽 끝 카보비르헤네스에서 북쪽 끝 볼리비아 국경 라퀴아카까지 이어진다. 도로명은 ‘루타 40Ruta 40’. 관광 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내셔널 루트 40National Route 40’으로 명명했다. 2004년 이전에는 루타 40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던 걸 없던 길도 만들고 연결해 현재 내셔널 루트 40으로 완성했다. 위아래로 긴 도로인 만큼 다채로운 풍광이 핵심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도로, 내셔널 루트 40. 다양하고 수려한 자연과 문화가 녹아든 길로,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가 친구와 함께 모터사이클로 여행해 더 유명해졌다.
남쪽 시작점인 ‘카보 비르헤네스Cabo Vírgenes’만 해도 마젤란 펭귄서식지다. 최초로 항해로 지구를 일주한 그 마젤란이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카보 비르헤네스에서부터 ‘라키아카La Quiaca’까지 아르헨티나 서부를 위아래로 관통하며 수많은 지역을 거친다. 5,000km가 넘기에 그 길에 포함된 지형지물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다리는 236여 개를 지나고, 인근 국립공원만 해도 20여 개다. 내셔널루트 40에서 만날 수 있는 호수는 13개, 강은 18개, 안데스산맥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27개나 된다. 가히 대륙 종단이라 칭할 만한 규모다. 칠레의 ‘카레테라 아우스트랄Carretera Austral’ 종단 도로와 비슷하지만, 길이는 몇곱절 길다. 그만큼 남미 대륙의 다양한 풍광과 생활상을 접할 수 있다. 드라이브를 넘어 모험의 영역이지 싶다. 가볍게 출발할 수는 없지만, 묵직한 감동은 얻을 수 있다. 한없이 이어지는 다채로운 길의 힘이다.
자동차로 다리를 건널 때마다 잠깐이나마 설렌다. 밀리는 도심의 한강 다리 말고 다른 다리 말이다. 가령 영종대교를 건널 때 차오르는 상쾌함 같은 감정. 강도 아니고 바다를 다리로 건너기에 쾌감은 배가한다. 이런 다리를 릴레이하듯 건넌다면 어떨까. 약간 과장하면 바다 위를 드라이브하는 착각에 빠질지 모른다. 이런 상상을 현실로 즐길 곳이 있다. 뭐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해외가 아닌 국내에 있다. 섬이 많기로 유명한 남해에 생긴 ‘섬섬길’이다. 고흥과 여수 사이 섬들을 잇는 다리가 하나둘 완성되며 만들어졌다. 최종 완성형은 100리 섬섬길. 대교 11개가 고흥과 여수 돌산읍 까지 연결한다. 백야도에서 돌산읍까지 이어지는 대교 4개는 건설 중이며, 2028년에 완공 예정이다. 현재 섬섬길은 고흥에서 여수 백야도까지 대교 6개가 있는 코스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해상 교량이 남해의 바다를 채우고 있다. 섬섬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다리가 하나씩 만들어지며 완성되는 중이다.
고흥 우도해변에서 출발해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를 거쳐 화양면 77번 국도를 지나 화양면에서 백야도까지 이어진다. 섬섬길은 최종 형태가 아닌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교 6개를 통해 섬 5개를 넘나드는 길이 아쉬울 리 없다. 해안 도로만으로도 운치 있는데, 바다까지 건너니 그것으로 더 좋아진다. 섬섬길은 바다는 물론, 섬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하고 경험하도록 한다. 운전하며 섬과 가까워지는 경험은 신선할 수밖에 없다. 남해의 풍광 속으로 성큼 나아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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