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3. 12. 11
여행지에서 만난 감성,
특별하게 간직하고 싶다면
동네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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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여행은 어쩐지 ‘낭만’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여행지에서의 낭만을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을까? 여행지에 자리한 서점에 들러 맘에 드는 책 한 권을 구매해보자.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책을 펼쳐볼 때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의 여행에 잠깐의 온기를 선사할 전국의 특색 있는 동네 책방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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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서와 혼술이 생각날 때, 마이리틀케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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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틀케이브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94길 7 3층
운영시간  책방 14:00~18:00(예약 필요),
        바 18:30-23:00(매주 일·월요일 정기휴무)
문의       0507-1321-4606
‘나만의 작은 동굴’이라는 뜻이 담긴 이 책방은 특별한 분위기가 감돈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옆에는 술잔이 놓여 있다. 책은 커피나 차와 함께해야 할 듯싶지만, 세계적인 대문호 다수가 당대 최고의 애주가였던 것을 보면 독서의 친구는 술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위스키를 사랑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부터 하루에 맥주를 스무 병씩 마셨다는 스콧 피츠제럴드 등 위대한 소설가에게 영감을 준 것에는 술도 한몫했으리라.

강남 테헤란로 주변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역삼역에서 동굴같이 깊숙이 파고들어야 이곳이 나타난다. 마이리틀케이브는 도시 뷰를 간직한 창문과 조도가 낮은 조명에 고풍스러운 서재가 눈길을 끈다. 좌석은 창가와 소파로 나뉜다. 책을 읽다가 가슴에 콕 박히는 문장을 기록할 수 있는 1인 좌석도 있다. 메뉴판 외 원하는 칵테일을 만들어주니 이만한 치유 공간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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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려면, 가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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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책방
주소       충청남도 공주시 당간지주길 10
운영시간  24시간(휴무일 없음)
문의       0507-1486-4982
번듯한 간판 하나 없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곳은 공주에서 최초로 생긴 동네 서점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장이 여행 중 공주에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로운 책방을 열었다.

이곳의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대신 입장료 5,000원을 내고 입구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면 주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책방 안에는 사람들이 다녀간 온기로 가득하다. 저마다 메모지와 엽서로 머물다 간 흔적을 새겨놓았다. 무인으로 24시간 운영하고 있지만, 사람 냄새를 품고 있다. 인테리어도 책방지기가 직접 폐자재를 모아다가 조립하거나 재활용했다.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다. 이곳의 매력은 시간 제한 없이 책에 파묻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고양이에게 진심인 책방지기의 보살핌으로 주변엔 고양이가 가득하다. 고양이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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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독서보다 문화 예술이 쏠쏠, 블루프린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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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프린트북
주소       충남 공주시 제민천1길 55 3층
운영시간  10:30~19:00(휴무일 없음)
문의       0507-1363-6163
공주 제민천 옆으로 눈에 띄는 반원 모양 건물에 ‘마을호텔’이라는 테마로 카페와 책방, 건축사무소가 층을 나눠 들어서 있다. 주인장의 문화 예술 사랑이 공간 운영에까지 미치고 있다. 책방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고 있으며, 분기별로 작은 영화제도 운영한다.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뉴스레터도 발간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공주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소통의 장으로 사용한다.

건축사무소도 운영하는 이곳은 건물도 예사롭지 않다. 책방 이름에서 건축학도들이 만든 공간임을 엿볼 수 있다. ‘블루프린트Blueprint’는 건축설계 도면을 뜻하며, 청사진이라는 의미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물 3층에 오르면 책방이 있다. 책을 사서 건물 1층 노천카페에서 독서를 즐기거나, 커피를 들고 서점에 올라가도 좋다. 영화와 문학 애호가라면 반가울 만한 책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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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일일 책방지기가 되어보는, 아마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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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책방
주소       충남 공주시 제민천1길 55 3층
운영시간  금~일 15:00~18:00,
        월~목 하루책방지기 신청 시 오픈
문의       0507-1308-0695
책방지기가 꿈이라면 실현 가능한 장소가 있다. 단 하루 내 이름을 건 책방을 차릴 수 있는 곳, 아마도책방이다. ‘남해에서 뭐 해 먹고 사냐 하시면 아마도 책방이겠지요’는 이곳 주인장이 쓴 책 제목이자 책방 이름의 유래다. 2018년 봄 지족구거리에서 문을 연 이곳은 올해로 6년차가 되었다. 책방지기가 정성껏 고른 단행본과 독립 출판물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이곳에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일일 책방지기가 되면 문 앞에 푯말을 걸고 운영을 시작한다. 하루 단독으로 책방 이용과 영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보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고 맘에 드는 CD와 LP를 골라 나만의 공간으로 채운다. 타자기 체험 등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책을 파는 공간이라기보다 휴식처에 가깝다. 백미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2개의 방이다. 느리게 흘러가는 남해에서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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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박과 책방을 함께 즐기는, 취향의섬 북앤띵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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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섬 북앤띵즈
주소       제주 서귀포시 속골로 66-7 1층
운영시간  10:00~17:00(매주 일·월요일 정기휴무)
문의       010-2931-4797
취향의섬 북앤띵즈 책방지기는 서점과 민박집을 함께 운영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북 디자이너로서 책방지기의 취향이 담긴 이곳은 소품과 그림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분위기도 한몫한다. 책장 너머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은 방문객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든다. 서점 주변의 야자수를 따라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길을 걷다 보면 동화속 그림 같은 서점이 나온다. 소박하면서도 통유리로 제주의 모든 것을 담은 공간이다.

책뿐 아니라 소품 숍도 겸하고 있어 제주 한정 기념품을 같이 구경할 수 있다. 아기자기해서 여심 저격 제대로다! 디자이너 출신답게 책방 안 모든 그림은 책방지기가 직접 그렸다. 이곳에 들어선 순간 주인 취향으로 가득 채운 공간에 제대로 사로잡혀 한동안 밖으로 나서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올레길 7코스 인근에 자리해 산책하다가 책을 읽으러 들어가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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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되는, 소리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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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동길 8-31
운영시간  11:00~18:00(매주 화·수요일 정기휴무)
문의       0507-1320-7461
오래된 돌담집을 개조해 만든 소리소문은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란 뜻이다. 제주도 특색을 살린 자연 친화적 분위기가 압권이다. 깊은 제주 산장에 온 듯 창가를 통해 제주도의 사계절을 만끽하며 책을 볼 수 있다. 올해 벨기에의 세계적인 란누 출판사Lannoo Publishers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의 서점 150’에 한국 최초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샹들리에 조명이 고풍스러워 흡사 할머니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다 가는 기분이 든다. 단층 구조로 방이 4개 있는데, 방마다 테마가 다르다. 실제 작가의 집필실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고 필사도 할 수 있는 ‘작가의 방’은 남다른 힐링을 가져다준다. 백미는 ‘블라인드 북’이다. 키워드만으로 상상하며 베일에 가려진 책을 고르는 코너로, 복권을 긁는 듯한 기분으로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책을 만날 수 있으니 여행 중 빛나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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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 #취미/취향
글. 권효정(여행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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