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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 29
작은 성취로부터 얻는
삶의 즐거움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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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에 낯선 베스트셀러가 등장했다. 쇼펜하우어 철학서와 800쪽에 달하는 포르투갈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책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유명인이 언급해서 판매가 증가한 ‘미디어셀러’의 전형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요즘 독자들의 수요를 파고든 지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행복한 삶에 대한 갈망’이다.
국민적 정서가 소환한 베스트셀러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서점가에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19세기에 활동한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의 여러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랭크되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냉철하지만 현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 그는 인간 본성의 욕망이 영원히 충족될 수 없기에 삶은 고통스럽고 불안의 연속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욕망 때문에 잘 살고자 하는 힘이 생긴다고 봤다. ‘인생은 고통’이지만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극복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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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아르마다 네그레이루스가 그린 페르난두 페소아의 초상화. 페소아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세계를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지난 연말에는 포르투갈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의 <불안의 서>가 2014년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며 품절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작가는 <불안의 서>에서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라는 가상 인물을 빌려 명예와 성공이 중요해진 시대에 어둠과 모호함, 실패와 곤경, 침묵으로 가득한 세계를 보여준다. 목차도 없이 작가의 의식 흐름대로 쓴 이 에세이집은 인간의 원초적 불안감을 들춰내 이를 일상의 일부로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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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소희가 언급해 판매량이 급증한 페소아의 <불안의 서>. 발간된 지 10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화제를 모았다.
쇼펜하우어와 페소아의 저서는 모두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단어 자체가 지니는 이미지와 메시지는 부정에 가까우나, 결국 두 사람이 불안으로부터 하고자 하는 말은 ‘불안의 극복’이다.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불안에 대한 현대인의 공감과 정서일 수 있지만, 결국 책으로부터 얻고 싶은 건 ‘불안을 극복할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는 대가의 통찰력과 지혜를 선택한 것이다.
작은 성취와 용기의 콜라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갖는 기대감의 대척점에는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불안은 자신의 가장 취약한 곳을 파고든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은 회피하지 않고 마주함으로써 부정적 에너지가 아닌, 삶이라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고서 미래의 일을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은 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너무 큰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큰 계획을 세우고 자꾸 실패하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살 빼야지’, ‘독서해야지’, ‘친절할 거야’ 같은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한 달에 1kg씩 감량’, ‘아침에 6시 기상’, ‘먼저 인사하기’처럼 구체적이면서 심리적으로 허들이 낮은 행동을 목표로 세우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행동을 유지할 수 있다.
불안을 지우는 여행
지속적 성취는 주도적 삶의 태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스스로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끊임없이 타인에게 보이는 삶을 주목하게 되는데, 프롬은 이런 ‘사회적 가면’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가면이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고 보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 분)처럼 감옥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 의지를 표출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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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는 감옥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도 이미 감옥 생활에 길든 브룩스와 달리 자아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미 2012년에 <불안>이라는 저서를 통해 불안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현대인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소개한다. 바로 사랑의 결핍과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다. 즉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에 보통은 예술 작품을 통해 세상을 여행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문적 ‘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철학과 예술, 정치, 기독교, 그리고 보헤미안의 삶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특히 문학의 ‘비극’은 불운을 맞이한 주인공의 삶을 조롱하거나 심판하려 하지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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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예술, 철학과 가까이하면 불안을 해소할 것으로 보았다.
그저 매일 할 뿐
자전거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자전거가 흔들릴 때 균형을 잡으려면 멈추지 않고 계속 페달을 밟아야만 한다. 발에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균형이 잡힌다. 밀려오는 불안감으로 가끔 삶의 균형이 흔들릴 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빈번한 슬픔과 잔잔한 절망에도 우선 자리를 딛고 일어서면 견뎌지는 감정들이 있다.

계속 페달을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 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넘어지고 일어섬을 반복하며 균형 감각을 체득해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성취부터 이뤄나가다 보면 다음 걸음을 더 쉽게 내디딜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긴다. 자전거 페달도 첫 바퀴가 제일 무겁고, 속도가 붙을수록 경쾌해지는 법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역시 ‘앙가주망Engagement’, 즉 참여하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인간은 비로소 불안을 벗어던지고 공동체에 기여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꿈꾸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할 때 진짜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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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취미/취향 #라이프
글. 김인규(<아트인사이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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