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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5
기후 위기 구원투수,
‘모든 것의 전기화’
기후변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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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시설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전기의 유용함은 점점 범위가 넓어져 환경문제까지 아우르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알람이 2024년에도 여전히 울릴 전망이다. ‘모든 것의 전기화’가 기후 위기 구원투수로 등장할 차례다.
기후 위기, 탄소 저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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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문서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명시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의 제임스 핸슨James Hansen 교수는 1988년 <옥스퍼드 오픈 기후변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온도가 곧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혀 기후 위기를 세간에 처음 알렸다. 핸슨 교수연구팀은 지난해 12월 극지방 빙핵과 나이테, 기후 모델, 관측 자료, 지질시대 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지구가 예상보다 기후변화에 훨씬 더 민감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탄소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류 역사는 화석연료의 발견과 활용에서 성장 동력을 이끌어왔지만 이제 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기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아이디어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문서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명시됐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10년 안에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배 늘리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폐기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석유’ 전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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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는 ‘연방 건물 성능 기준’을 발표, 2030년까지 연방 정부가 소유한 건물 공간의 30%를 100% 전기화할 계획이다.
탄소 중립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 중 최근 전력을 통한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부각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 있는 수치까지 감축하려면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전기화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화는 말 그대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기차나 버스, 승용차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운송 수단을 전기 운송 수단으로 바꾸거나 가정에서 전기제품 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산업 현장, 사무실, 가정 등에서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금까지 석유가 에너지 수요를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전기가 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에 따르면 세계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21년 연평균 2.1% 증가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전기차 보급이나 전기 냉난방, 산업용 전기보일러, 전기 아크 용광로 이용 등 다양한 형태로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완전 전기화에 도전하는 곳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 등을 발표하며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하기 위해 노력 중인 미국은 완전 전기화 도시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 이서커Ithaca는 지구상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전기화에 대처하고 있는 도시다. 프로젝트 실행 전에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 충전소 설립 등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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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블록파워는 집주인에게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장비를 임대해 뉴욕의 건물을 친환경 전기로 바꾸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블록파워
또한 눈에 띄는 전기화는 건축 분야로, 지역 내 6,000여 개 건물을 모두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0’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스타트업 블록파워BlocPower는 현재 1,200개 이상 건물을 전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블록파워에 따르면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의 에너지 비용을 30~50% 절감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40~70% 줄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건물 성능 기준’을 발표해 2030년까지 연방 정부가 소유한 건물 공간의 30%를 완전 전기화한다는 계획으로 향후 30년간 건물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186만 톤, 메탄은 2,280만 톤 줄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는 약 30만 가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국가건물성능기준연합’도 결성되어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를 비롯해 워싱턴 D.C., 보스턴, 덴버,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시애틀 등 지방 도시 30곳이 가입했다.
깨끗한 공기를 위한 운송 수단의 전기화
건물의 전기화 외 운송 수단의 전기화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중남미에서 탄소 중립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인 칠레는 민관 협력에 힘입어 전기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세에 있다. 전기 버스·전기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 차량을 2040년까지 전기 차량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하고 2021년 8월 기준 총 1,443대 버스 중 800대 이상을 전기화했으며, 2020년 말 기준 총 151대의 전기 택시를 보급했다. 또한 회사,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운송 수단의 전기화와 함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데 성공한 나라도 있다. 핀란드 헬싱키는 30년 만에 대기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2022년 말 시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2035년까지 교통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70% 가까이 줄이겠다고 선언한 헬싱키는 전체 시내버스 노선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지하철과 충전망을 확장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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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연방우체국은 새로운 우편배달 트럭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전기차 우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 체계를 모바일 앱 ‘윔Whim’으로 효율화 함으로써 대중교통 이용을 획기적으로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앱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단 경로와 최저 운행료를 받을 수 있는데, 기차·버스·택시·스쿠터·공유 자전거 등 기존 교통수단에 신규 이동 수단을 계속 업 데이트해서 시민은 물론 관광객의 교통 이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공기관의 물류 분야도 모빌리티 전환이 활발하다. 프랑스 우정사업본부 라 포스트La Poste는 전기 밴·트럭·이륜차를 합해 총 4만4,851대의 전기 운송 수단을 운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도이치 포스트Deutsche Post는 전기차의 경우 1만1,610대 도입했다. 미국연방우체국USPS도 2028년까지 전기차 6만 대 구축 등 물류 운송 수단 40%의 전기화를 결정하고 전기차 우편 서비스를 시작했다.

니콜라 테슬라와 토머슨 에디슨이 각각 교류와 직류의 송전 방식을 체계화하며 전기를 발명한 이후 우리는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 전기는 생활의 편리함에서 더 나아가 깨끗한 환경까지도 담보하게 될 것이다. 세계는 전기화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도 전기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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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환경
글. 김정인(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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