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향라테의 성공은 루이싱의 매출에 즉각 반영됐다. 23년 매출 약 249억 위안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스타벅스를 넘어서며 명실공히 중국 1등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7년 10월 베이징에 첫 점포를 개설한 루이싱은 오픈 3개월 만에 13개 도시로 영업을 확대하고 일찍이 스타벅스를 경쟁 상대로 지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019년에는 시장가치 130억 달러로 나스닥에 입성하며 슈퍼스타가 됐다. 그러나 1년 만인 2020년에 회계조작사건이 터졌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펼쳤지만, 회계장부에는 정가로 기재함으로써 매출액을 부풀린 것이다. 루이싱의 주가는 주당 51.38 달러에서 0.95달러까지 폭락했고, 나스닥에서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루이싱의 재기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싱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한편으로는 회계 부정으로 발생한 벌금과 배상금은 모두 청산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2023년 1분기 실적 보고에 따르면 루이싱 커피의 1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84.5% 늘어난 44억 3700만 위안, 순이익은 5억 65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2020년 당시 루이싱 주식을 매입해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30배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정도다. 루이싱 주식은 나스닥 상장 폐지 이후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커피 시장에서 루이싱이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가성비’에 있다. 루이싱은 위챗 어플리케이션과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고객에게 다가갔다. 모든 메뉴에 대해 9.9위안 상당의 쿠폰을 매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했다. 메이퇀美團, 더우인抖音 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9.9위안의 할인 쿠폰을 발행하고, 현금 거래를 없앤 대신 전용앱을 통해서만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앱을 통해 80~90%의 할인쿠폰을 수시로 배포하고, 6위안(약 1천 원) 정도의 배송비를 내면 30분 이내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저렴하고, 빠르게 고객에게 다가간 것이다.
비교불가한 가성비와 혁신적인 메뉴 개발이 루이싱의 성공 비결이다.
비교 불가능한 가성비로 무장한 루이싱은 지방 소도시를 파고들었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가맹점을 적극적으로 개설함으로써 가속도를 높였다. 2023년 1분기에만 500여 개의 매장을 신설했는데, 지방의 현급县级 도시가 다수 포함됐다. 그 결과, 루이싱은 1만 2천 개가 넘는 매장을 통해 1억 7천만 명 이상의 고객을 맞고 있다. 루이싱 앱의 월 단위 실 사용자는 5천만 명이 넘는다. 스타벅스가 중국 244개 도시에서 6천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혁신적인 메뉴 개발도 인기를 견인한 요인이다. 사실 중국인들은 커피보다는 차를 더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장애물을 넘기 위해 루이싱은 커피에 코코넛이나 차를 접목했다. 2021년 4월 출시해 간판 메뉴로 자리잡은 생코코넛 라테는 2년간 3억 잔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KFC나 나이쉐더차奈雪的茶, 쿠디커피庫迪咖啡도 생코코넛라테의 카피 메뉴를 출시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였다.
공격적인 확장과 저가 전략, 소비자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의 삼박자가 들어맞은 덕분에 2023년 상반기 순이익은 15억 6천만 위안까지 도달했다. 순이익 규모를 환산하면, 식음료 기업 중 1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루이싱보다 이익률이 더 높은 회사는 대부분 주류 회사이고, 이외에는 조미료 업종의 대장주로 손꼽히는 이리伊利와 하이텐웨이예海天味業 정도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루이싱이 독보적인 이유는 매출 증가 속도에 있다. 다른 회사들의 매출 증가 속도는 30% 이내에 불과한 반면, 루이싱은 87%에 달한다. 해당 기업의 시가 총액과 성장성을 함께 고려하면 루이싱의 시가총액은 1천억 위안(약 18조 5천억 원) 대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장향라테의 성공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의 성과로도 직결됐다.
루이싱은 2023년 249억 위안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고,
마오타이 역시 역대 최초로 매출과 순이익 모두 1천억 위안을 넘기며 역사를 새로 썼다.
그렇다고 해서 루이싱의 투자 전망을 무작정 낙관할 순 없다. 중국 음료시장은 경쟁이 극심하다. 루이싱의 후발주자인 나이쉐더차奈雪的茶는 과일차를 주력으로 하지만, 루이싱의 대표 메뉴인 생코코넛 라테를 비롯해 다양한 커피 제품군도 출시하고 있다. 게다가 배달앱 메이투안을 통해 전개하는 프로모션 가격은 잔당 6.9위안까지 낮아진 상황. 루이싱 출신의 루정야오陸正耀가 창업한 쿠디庫迪커피도 전 제품을 8.8위안에 판매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온라인 행사 가격을 19.9위안까지 낮추고 중국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레시피를 다수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동참하는 중이다. 다행인 점은 루이싱이 이미 R&D 비용을 낮추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익 구조를 수립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벌어질 가격 경쟁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