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0. 12. 24
주식 고수들이
3년을 내다보는 이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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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정도 내다보고 주식을 고르나요?" 필자가 주식 고수들을 만날 때면, 한 번은 꼭 묻는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 것은 워런 버핏의 유명한 다음 말들 때문이다.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아라." "우리가 선호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다."

실제 버핏은 코카콜라를 1988년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1964년에 매입해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드물게 단기 보유 후 파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사면 10년 이상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버핏처럼 수십 년간 몇몇 종목을 매입해 놓고 인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매월 적립식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해서 부자가 된 사례가 전설로 떠돌기는 하지만 이는 매우 희귀한 사례들이다. 게다가 버핏처럼 투자한다는 것은 물리학을 공부했다고 자신이 아인슈타인이 될 것으로 믿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얘기다.
“투자할 땐 향후 30개월 정도만 생각하자”
필자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계에 적용할 만한 투자 기간이 궁금했다. 그래서 던진 질문이 "몇 년 정도를 내다보고 종목을 고르나요?"다. 재미있게도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종목을 고를 때 기준으로 삼는 투자 기간이 대략 어슷비슷했다. 표현은 다르지만 3년이란 시간을 염두하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았다. 3년 기다리다 안 되면 5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그들의 표현을 소개하면 이렇다.

"10년, 20년 뒤에 기업이 어떻게 될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기업의 과거 실적을 살펴보고, 향후 3년 안에 실적이 좋아질 기업을 찾습니다.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이면 더 좋습니다."

"경험칙인데 저평가된 기업을 보유하면 대략 3년 안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3년을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만일 3년을 기다렸는데도 계속 저평가 상태로 있으면 매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영원히 저평가된 기업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3년 전에라도 주가가 많이 오르면 매도하기도 합니다."

"투자 경험이 쌓이면 기업이 앞으로 3년 정도 좋아질지 아닐지는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2차 전지로 예를 들면, 신문만 잘 읽어도 향후 몇 년은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분야에서 종목을 선택하면, 떨어지더라도 크게 깨질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향후 3~5년 정도 좋아질 분야에 대해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웹툰이 유행하면, 그 흐름이 앞으로 3~5년 정도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따져봅니다. 구조적으로 좋아질 분야라는 판단이 서면,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을 찾으려고 합니다."

왜 3년일까? 일단은 예측 가능성이다. 미래의 일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략 3년 안팎은 공부하고 분석하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필립 피셔의 아들이자 그 자신도 투자 구루(Guru)인 켄 피셔는 투자자들에게 ‘30개월 이상은 내다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30개월을 넘어가면 더 이상 확률이 아니라 가능성에 불과하며, 가능성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너무 먼 미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심리적 투자 기간이다. 미국의 저명한 펀드매니저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비유를 빌자면, 투자자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자와 같다. 비행기로 여행을 하다 보면 난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린다 해도 비행기만 튼튼하다면 낙하산을 타고 탈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느 정도 투자 기간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기업의 기본 역량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자신의 투자 판단이 계속 유효하다면,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주식을 팔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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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자시간 지평 몇 년일까 짚어보자”
이번에는 필자 주변의 ‘주린이(주식 어린이)’나 과거에 몇 번 주식투자를 했다 손실을 입고 시장을 멀리 떠나 있다 최근 컴백한 지인들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가장한 조언도 던졌다. '내가 어느 고수에게서 들은 종목인데 이 종목은 길게 보면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하더라. 나도 사업보고서를 봤는데, 정말 좋은 회사더라'라는 식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인상 깊었던 대화 몇 토막이다.

"3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을 사는 게 좋은 건 나도 알지. 근데 그건 돈 많은 사람들에게나 적합한 방법이지, 나 같은 소액 투자자에게도 맞을까. 기다릴만한 여유 자금이 없고 투자 금액도 적어.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 단기간에 오를 종목으로 지금은 일단 돈을 벌고 자금이 커지면 나도 장기 투자할 거야."

"기업 실적이나 이익 같은 복잡한 얘기하지 말고 좋은 정보나 알려 줘. 바쁜데 언제 우리가 전문가들처럼 기업 분석을 하고 있어. 네가 전문가이니 좋은 정보나 알려 줘."

이외에도 여러 답변이 있었지만 대략 이들의 질문을 정리해 보면, 단기간에 빨리 돈 벌 수 있는 종목이나 정보가 필요한 것이지 3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투자법은 거칠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매매 타이밍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이다.

나름 안타까운 마음에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지', '매매 타이밍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고 말해도 이미 그들은 귀를 닫아 버린다. 당연하고 따분한 것 보다 즉각적인 해결책을 얻고자 한다. 몸이 아프면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데 진통제로만 고통을 피하려는 격이다.

분명한 사실은 매매 타이밍은 매우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투자법 중 하나이며, 그 성공 확률도 매우 낮다는 점이다. 확률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주가가 오를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분석한 여러 통계를 보면, 주가의 오르내림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 믿음에 불과하다. 기술적 분석도 다른 모든 투자방법처럼 한계가 있다. 아예 기술적 분석을 무시하는 인물(워런 버핏이 대표적)도 있지만,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앤서니 볼턴은 기본적 분석과 함께 기술적 분석을 활용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투자의 시간 지평(Time horizon)'이다. 투자에서 시간 지평만큼 과소평가받는 부분도 드물 것이다. 역사상 수많은 호황과 불황, 상승과 폭락, 테러 등 각종 정치·군사적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일은 시간과 함께 치유되고 해결됐다.

투자에서 시간 지평이 짧은 투자자는 결국 그들보다 긴 호흡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판돈을 빼앗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과연 나의 투자 시간 지평은 최소 몇 년인가?'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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