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02. 08
월드푸드가 된
K-푸드 신드롬
세계로 뻗어가는 K-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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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집콕 생활 중인 요즘, 뜻밖의 수혜를 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K-푸드. 해외에서 한국 음식 열풍이 거세다.
몇 년 전부터 유명 유튜버들을 통해 알려지던 한국 음식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 상승과 함께 추진력을 얻었다.
방역에 성공한 나라, BTS의 나라 등 대한민국의 또 다른 슈퍼스타가 되고 있는 K-푸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해외 식탁에 오르는 K-푸드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의 생존 찌개 ‘부대찌개’가 세계적 레시피로 진화했다며 위안을 주는 음식 Comfort Food로서 이 요리가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의정부 원조 집을 찾아가 역사를 집중 조명했다. CNN 인기 앵커 앤더슨 쿠퍼의 쇼에서는 부대찌개를 직접 요리하고 먹으며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담긴 이 찌개의 탄생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는 ‘서울의 택시 기사들이 찾는 곳에서 먹어라. 그곳은 삶과 풍미가 함께 있는 곳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35년간 운전대를 잡은 어느 택시 기사의 삶과 그의 단골 기사식당을 집중 스케치한 이 기사는 이제 음식만이 아닌 한국인의 삶까지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줬다.
실제로 이러한 인기는 글로벌 식품 수출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만두’만으로 글로벌 매출 6,700억원을 기록하면 연 매출 1조를 돌파했다. 미국에서는 25년간 만두 시장 1위였던 중국 만두 ‘링링’을 이기고 1위에 올라섰다. 농심 역시 신라면 블랙이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꼽히며 전년 대비 2020년 매출은 24% 성장한 성과를 기록했다. 신라면 공장에서는 라면이 생산 라인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싣기 위해 밤낮없이 트럭이 출고 대기 중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라면은 세계인의 비축 식량 아이템이 되어 그야말로 전 세계로 날았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이들은 같은 라면이어도 삼양 ‘불닭볶음면’에 도전했다. 농심 짜파구리는 매운맛 ‘앵그리 짜파구리’ 버전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들 매운 라면은 온라인 상에서 코리아 파이어 누들 챌린지로 번지면서 또다른 열풍을 일으켰다. K-푸드의 또 다른 대표 선수로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매운맛이 세계인 입맛의 대세가 되면서 몇 년 전부터 미국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는 고추장을 새로운 소스로 다양하게 응용하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고추장은 동남아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드라마를 통해 한식 메뉴가 주목받으며 덩달아 고추장매출이 껑충 뛴 것이다. 고추장이 가니 쌈장도 해외로 뻗어나갔다. 쌈장은 삼겹살 덕이 컸다. 이러한 K-소스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총회에서 고추장이 세계 규격으로 채택되며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장류 수출도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치도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면역력 강화 발효 식품으로 인지하면서 작년 한 해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전년 대비 37.6%나 늘어난 1억4,450달러나 팔렸다. 최종적으로는 가공식품, 장류,김치, 김 스낵 등 다양한 품목의 선전으로 지난해 한국농식품은 75억7,000만 달러라는 역대급 수출 실적을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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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K-푸드 열풍의 주인공인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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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치는 수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K-푸드에 힘을 실어준 K-콘텐츠
지난해는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TV든 아이패드든 스마트폰이든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역사상 가장 긴 한 해였다. K-푸드 열풍의 원인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의 레이더에 K-푸드가 걸렸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이들이 경계 없이 유행을 확산시켰다. 유명 먹방 유튜버들이 한식과 한식당을 소개하자 다양한 피부색의 유튜버들이 ‘Mukbang’ 대세를 따랐다. 넷플릭스에서의 한국 드라마 인기로 설명되는 K-콘텐츠 역시 강력한 날개였다. 고추장의 인기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영향이 컸다. 태국 넷플릭스에서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차지한 이 드라마에는 고추장양념돼지불범벅이 등장하는데, 이 메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고추장이 불티나게 팔렸다. 오스카상, 기생충>, 채끝살로 대변되는 짜파구리와 BTS 지민이 국내 떡볶이 가게에서 즉석 팬 미팅한 사진이 퍼지며 알려진 떡볶이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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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하며 ‘루저가 듣는 음악’이 아닌
힙한 문화로 미국 사회의 주류 대중문화로 확고하게 도장을 받자
K-푸드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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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뿐 아니라 ‘한국스러운 것이 쿨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 덕분도 크다. 여기에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 방역에 성공하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 데 이어 BTS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하며 ‘루저가 듣는 음악’이 아닌, 힙한 문화로 미국 사회의 주류 대중문화로 확고하게 도장을 받자 K-푸드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1위에 오른 9월에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의 K-푸드에 대한 취재가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국 내에서는 아시아계 인구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아시안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미국 통계청인 센서스 뷰로의 2015년 인종별 소득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3만4,000달러로 3만2,000달러인 백인보다 소득이 높다. 이는 높은 학력으로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시아계가 많기 때문이다. 2020년 하버드 대학교 학사 과정신입생 중 아시아계 비율은 29.1%로 하버드 대학교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아시아계가 아니더라도 미국사회 주류 구성원이 될 이들이 학창 시절 친구를 통해 접해본 아시안 푸드를 친숙하게 여길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아이비리그 출신에 월스트리트 금융계에서 일하다 요리 오디션 프로로 스타가 된 한국계 미국인 셰프 주디 주에게 쏟아진 관심만 보아도 이들이 미국 기성세대의 부르주아적 가치를 충족하는 K-푸드의 또다른 외교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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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 조리법을
설명한 농심의 해외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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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표지를 장식한 BTS
K-푸드의 한국 문화 존중 받아야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한국 식당의 오픈을 준비하는 셰프들도 나타났는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8월 유명 셰프이자 여러 개의 레스토랑 체인점을 운영하는 미국판 백종원이라 일컫는 마이클 슐슨은 필라델피아에 Char Kol이라는 한국식 숯불구이 한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내부엔 일본식 종이등 조명과 삿포로 맥주 브랜드가 붙은 우산, 교자로 표기한 메뉴 등 온통 일본 스타일로 가득했다. 코로나 19 탓에 사업이 어려워지자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음식메뉴에 자신의 일식 레스토랑 경험을 섞어 대충 문을 연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 빠진 이 가게 앞에 어느 용기 있는 한국계 미국인이 1인 시위를 함으로써 이슈가 되자, 결국 슐슨은 문을 닫고 충실히 준비하여 재오픈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지자 한국의 고유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우기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제대로 올바르게 알리지 않으면 수년간 쌓아온 노력으로 드디어 꽃피운 K-푸드와 한국 열풍을 오롯이 우리의 것으로 즐길 수 없을지 모른다. 인기는 즐기되 다른 나라에서 잠시 잠깐의 액세서리로 소모되지 않도록 한국 문화를 어설프게 이용하는 걸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는 이제 외국에서 만두는 gyoza가 아닌 mandu로, 떡볶이는 stir-fried rice cake가 아닌 tteokbokki로 꼬박꼬박 한글로 표기한다는 점이다. 작은 차이가 모든 것을 바꾼다. 할 때는 철저히! 언제나 신은 디테일에 있다.
글. 김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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