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11. 02
두 바퀴로 시장을 점령하다!
세그웨이-나인봇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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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기념식이 천안문 광장에서 거행되었다. 첫 번째 순서로 400명의 연기자가 호버보드(Hoverboard, 본래는 공중에 떠 서 움직이는 탈것을 이르는 말이지만 사진과 같이 전동 휠로 움직이는 것도 호버 보드라고 불린다)를 타고 화려한 조명 사이를 춤추듯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행사 제작진의 엄격한 선발을 통과해 대중의 앞에 선 호버보드는 바로 세그웨이-나인봇 (Segway-Ninebot, 九號公司) 회사의 대표작이었다.
호버보드의 인기에 비해 세그웨이-나 인봇 회사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회사는 인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세그웨이-나인봇의 가오루펑(高祿峯) 회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조용한 홍보 방식에도 불구하고 세그웨이-나인봇은 창립 3년 차에 전 세계 호버보드 분야의 챔피언으로 성장했고, 8년 차에는 커촹반(科創板: 과학혁신판) 에서 시가총액 500여 억 위안(약 9조원)이 넘는 업계 거물로 거듭났다. 가오루펑에 따르면 조용하고 진지한 팀 분위기 때문에 회사 홍보도 비교적 점잖은 편이다. 두 설립자가 베이징항공 항천대학교(北京航空航天大學) 출신이라는 문화적 배경도 있다. 베이징의 한 임대주택 지하실에서 시작해 샤오미 생태계의 구성원이 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세그웨이-나인봇은 힘든 시기를 여러 차례 거쳐왔다. 작은 회사에서 몸집을 키워 업계 강자를 인수하고 커 촹반에서 상장하기까지 여러 차례 곤경에 빠졌다. 이때마다 가오루펑은 줄타기를 하는 기분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손에 땀을 쥐는 치열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상병벌모’(上兵伐謀)라는 말은 가오루 펑이 회사 내부 회의에서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용병의 최상책은 지략으로 이기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손에 병권을 쥐고 있는 장군으로서 가오루펑이 도모하는 것은 향후 3~5년 사이의 시장 기회와 추세이다. 시장의 기회를 알고, 기회를 식별하고, 기회를 포착하고, 기회를 쫓는 것. 세그 웨이-나인봇의 4가지 발전 단계에서 가오루펑은 확고한 태도로 시야를 멀리 두면서, 스마트 모빌리티의 미래를 묵묵히 그려왔다.
기회를 알다
1998년 19살이었던 가오루펑은 베이징 항공항천대학교의 입학통지서를 들고, 다롄(大連)에서 베이징으로 왔다. 그는 항공기 제조과 전공을 이수하며 꿈의 여정을 시작했다. 1998년은 매우 특별한 해였다. 중국이 개혁개방 20주년을 맞이했고,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인터넷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네티즌’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하고 야후가 중국에 진출했으며, 인터넷 포털 소후(搜 狐)와 시나(新浪)가 잇달아 설립되었다. 가오루펑이 대학교 2학년 때 인터넷 회사들은 베이징의 주요 대학에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홍보에 열을 올리는 그들의 모습은 가오루펑의 뼛속깊이 자리한 불안 유전자를 건드렸다. 그는 강의실을 뛰쳐나와 초창기 인터넷 물결 속으로 뛰어들었다. 대학교 2학년 때, 가오루펑은 당시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FanSo.com’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입사해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했다. 여기서 그는 대학교를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영상으로 편집하는 일을 맡았다. ‘FanSo’ 설립자는 칭화대학교를 휴학하고 창업한 루쥔(魯軍)이었다. 당시 그는 ‘중국판 빌 게이츠’로 불리며 660만 위안의 벤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명해졌다. 실제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가오루펑은 인터넷 산업의 여러 가능성을 느꼈고, 자신의 가치관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는 ‘모범생’이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비즈니스와 인터넷에 대한 흥미를 구체화시켰다. 인터넷 세계는 장기적인 비전과 창조력, 광적인 환상을 부추긴다. 그는 1년 후배 왕예(王野: 현 나인봇 컴퍼니 공동 설립자 겸 CEO)와 대학 홈페이지를 함께 만들고 프로그래밍 북을 집필하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다. “나는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고, 늘 무언가 할 일이 있어야 했다.” 가오루 펑은 학창시절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이들이 가오루펑처럼 IT산업에 대한 동경 속에서 살아가던 2000년, 나스닥 지수가 갑자기 폭락하고 과학기술 주들이 급락하면서 벤처 캐피털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FanSo.com을 비롯한 스타 사이트들이 순식간에 흔적을 감췄다. 창업 스타부대가 눈앞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가오루펑의 마음 속에는 깊은 위기의식과 깨달음이 찾아왔다. 몇 년 동안 프로젝트 관리자로 일한 후, 가오루펑은 2008년부터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교육 서비스 검색 사이트와 공동구매 사이트를 잇달아 설립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창업은 구사일생의 일이다.” 2010년 말, 가오루펑은 웨이보에 이같이 적었다. 졸업 후 왕예는 줄곧 로봇 개발에 종사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던 가오루펑은 왕예를 만나 대학시절의 로봇 꿈을 실현해보자고 그를 설득했다. 그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한 건 싼야(三 亞) 해변에서 시간당 몇 위안으로 빌릴 수 있는 호버보드였다. 호버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유지하는 자이로 스코프(gyroscope) 기술이다. 항공기 제조과를 졸업한 두 사람에겐 익숙한 기술이었다. 이틀 동안 4륜 소형차의 바퀴 두 개를 잘라내고 자이로스코프를 설치한 결과 실제 셀프 밸런싱(self-balancing)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 가오루펑과 왕예는 현재의 호버보드가 여전히 기계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로봇 연구를 축적하고 스마트화하면 인기 있는 스마트 하드웨어가 되지 않을까?’라는 데에 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들은 바로 지하실이 있는 집을 임대해 ‘나인봇’(Ninebot, 鼎力聯合)이라는 회사를 등록하고, 대대적인 준비를 거쳐 호버보드를 상품화했다.

당시 그들 손에는 200여만 위안이 있었는데, 반년 정도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1세대 호버보드 제품을 개발했을 때, 돈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당시에는 호버 보드를 아는 투자자도 많지 않았고, 그들에게 투자하려는 사람도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이제 막 출시된 호버보드가 스타 효과로 ‘반짝 인기’를 얻는 일이 생겼다. 2012년 배우 황샤오밍(黃曉明)이 영화 를 촬영하다 부상을 입어 발에 골절상을 입었다. 스텝진은 나인봇의 호버보드를 구입해 그의 활동을 도왔고, 의도치 않게 호버보드가 관심을 받게 되면서 판매도 호조를 띠게 되었다. 자금난에 처해 있던 나인봇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2014년 덩차오(鄧超)의 영화 ‘펀서우다 스’(分手大師)의 주요 장면에서도 나인봇제품이 등장했다. 또한 가수 후하이취안 (胡海泉)이 호버보드를 들고 주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나인봇의 주주가 되면서, 제품은 스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스타 마케팅은 기업 초기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2013년부터 호버보드 프로젝트가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투자기관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프리-A 라운드 투자 (pre-A round, 시드 투자 이후 이뤄지는 투자)를 유치한 후 나인봇의 예상 가치 가 6천만 위안에 달했을 때, 가오루펑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바로 가능한 빨리 평가 가치를 10억 위안으로 만들어 2017년경 상장한다는 목표였다.
기회를 식별하다
가오루펑과 동료가 되는 것은 편안하면서도 긴장되는 체험이다. 그는 평등과 효율을 강조한다. 회사에서는 누구도 ‘사장님’ 호칭을 쓰지 않고, 자신의 작은 사무실에는 조그마한 책상과 책장 그리고 2인용 소파만 비치해 약간 좁아 보일 정도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사실만 말하고 틀에 박힌 말은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관리에 엄격하고 직접적이며 심지어 약간 거칠기도 하다. “루크(가오루펑)의 비서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너무 불쌍하다”라며 가오루펑의 비서를 동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오루펑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단지 저급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가로루펑은 머리 회전이 빨라서 회의 속도가 빠르고 논점이 옆으로 새는 일도 없다. 회사 직원들은 그와 회의할 때, 반드시 사전에 자세하게 회의 내용을 준비하고 바로 핵심부터 전달해야 한다. 문제 지적을 할 때도 타인을 배려해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논쟁은 회의에서 늘 발생한다. 나인봇의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끝까지 논쟁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전면적이고 공정한 집단적 의사 결정 덕분에, 나인봇은 9 년의 발전 과정에서 한 번도 치명적인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우리는 회사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자신을 겁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예민함과 위기의식은 가오루펑과 임직원의 일관된 업무 스타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인봇은 지금까지 생사를 가르는 시련을 몇 차례 이겨내 왔다. 2013년 말 샤오미의 모바일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인터넷 모델이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당시 샤오미는 ‘샤오미 생태계’ 플랜을 발표하고, 5년 내에 100 개 AIoT(Artificial Intelligence on Things, 사물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기술, 사물지능이라고도 함)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샤오미의 인터넷 마케팅 시스템과 생태계 계획을 분석한 후, 가오루펑은 전에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당시 나인봇은 이미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었지만, 샤오미와 손을 잡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전략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라.’ 이는 정확하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운 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오루펑은 두 가지 전략을 생각했다. 하나, 샤오미와의 제휴, 둘, 샤오미의 마케팅 전략 벤치마킹. 전자는 나인봇이 샤오미의 류더(劉德)팀 과 신사업을 전개하며 제휴 파트너가 되는 것이고, 후자는 나인봇 내부에서 샤오미 모델을 열심히 벤치마킹해 온라인 마케팅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나인봇 온라인 사업부가 새로운 리테일 시대에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다. 샤오미가 나인봇에 투자를 결정한 후, 레이쥔(雷軍) 회장은 호버보드 제품의 사업 추진을 직접 챙겼다. 제휴 초기, 모두 샤오미의 가격 경쟁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레이쥔이 호버보드 가격으로 1,999 위안을 제시했을 때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나인봇의 호버보드는 1만~1만5천 위안 대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대량 구매’를 통해 박리다매로 판다고 해도 최소 3천여 위안에 팔아야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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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품 연구개발의 전 과정을 극단으로 밀어붙 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R&D팀은 기존의 설계 방안을 완전히 뒤집고 대량 생산에 적합한 기술과 재료를 사용해 ‘죽기 살기로’ 새로운 제품 공급망을 구축했다. 1위안 단위로 비용을 절감했고, 그 결과 1년 반이 지나자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의 호버보드 제품이 탄생했다. 2015년 10월 19일, 레이쥔은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서 ‘나인봇 미니’를 정식으로 공개했다. 그는 ‘차세대 장난감’이라면서 판매가를 1,999위안으로 설정했다. 나인봇 미니는 샤오미의 모든 채널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순식간에 핫 아이템이 되어 시장을 휩쓸었다. 그렇게 나인봇은 처음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경험을 했다. 2014년 나인봇은 샤오미, 세쿼이아캐 피털, 순웨이(順爲) 펀드 등 각종 투자자로부터 8천여만 달러의 A라운드 투자를 유치하고, 샤오미 생태계의 정식 구성원이 되었다. 이는 나인봇 발전사에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인 2020년, 나인봇의 기업공개를 축하하는 동영상에서 레이쥔은 “나인봇은 샤오미 생태사슬에서 가장 열정적인 기업이자 투자액이 수천 만 달러에 달하는 최대 투자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오늘날 샤오미 생태계는 여러 상장사를 탄생시켰다. 가오루펑에게 나인봇이 독립적인 상장사로서 샤오미와의 관계를 관리하며 ‘탈샤오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가오루펑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인봇은 ‘샤오미는 가장 좋은 주주이자 파트너, 친구이자 협력사이고, 나인봇은 탈샤오미를 고려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가오루펑은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창업의 길에서 레이쥔과 선난펑 (沈南鵬) 세쿼이아캐피털 대표와 같은 많은 ‘귀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직접 나서 협상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이들은 전우이자 파트너로서 나인봇에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가오루펑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기회를 포착하다
1인용 전동 모빌리티의 상징이었던 세그웨이는 2001년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 (Dean Kamen)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발표한 호버보드 제품은 단거리 모빌리티의 혁명으로 불리며 호버보드의 대명사 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이조스도 이 제품의 팬으로 세그웨이 호버보드의 비즈니스 발전 토론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가오루펑의 마음 속에서 세그웨이는 존경하는 기업이었다.

그해 시장에 출시된 세그웨이의 제품들은 고가로 책정되며 부자들의 사치성 장난감이나 중요 장소의 보안 도구로 포지션을 잡았다. 창업자의 기대처럼 광범위하게 응용되거나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못한 것이다. 세그웨이가 바랐던 ‘개인 모빌리티’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인봇으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이 개발한 호버보드는 작고 가벼우며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기술과 스마트 기술이 더해져 미국에서 상당 규모의 시장을 점령해 가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세그웨이는 회사 특허 침해를 이유로 나인봇 등 5개 중국 기업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고발하고 337 조사(미국 관세법 제337조)를 신청했다. 337 조사에서 패소한 기업은 미국 시장 진출이 막히는데, 모바일 기업 ZTE와 화웨이 모두 이 문제로 좌절을 겪은 바 있다.

미국 측 조사가 나인봇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면 미국 시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었다. 상장을 계획하고 있던 회사로서 이는 수익 하락이자 성장 좌초를 의미하며 회사의 가치도 크게 떨어진다. 나인봇이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공교롭게도 가오루펑은 미국 에 도착해 구글, 페이스북을 참관할 계획이었다. 당시는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상장한 때라 호텔 룸으로 배달된 신문에는 마윈의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 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가오루펑은 곧 바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동부로 날아가서 세그웨이 임원과 협상을 벌이며 가능한 솔루션에 대해 논의했다. 먹구름이 뒤덮인 337협상에서 가오루펑은 세그웨이의 주요 주주가 M&A 전용펀드이고, 회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역량이 못 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세그웨이 경영진 중 일부는 세그웨이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진지하게 기업을 운영할 의향이 있었다. 세그웨이 주요 주주와 경영진의 생각이 서로 달랐다. 가오루펑은 다시 한 번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 나인봇의 핵심 팀에서 세그웨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이 제안이 비공식으로 제시되 었을 때, 예상대로 경영진은 관심을 보였지만 주주 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험난한 과정이 예상됐다. 협상에 실패한다면 나인봇이 진행 중인 337 소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고, 최악의 경우 미국 시장을 영원히 떠나야 할 수도 있었다. 반면 성공한다면 나인봇은 글로벌 호버보드의 왕이 될 수 있었다. 반드시 시도하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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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탐색 분위기 속에서 양측은 몇 차례 전화회의를 가졌고, 나인봇은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가격을 제시했다. 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자 세그웨이 경영진은 얼굴을 보며 대화하기 위해 가오루펑 일행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보스턴 인근 세그웨이 본사에 도착해 가오루펑과 그의 팀이 이제 막 자기 소개를 끝냈을 때, 플로리다에서 세그웨이 대주주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기 저 편에서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 회사를 팔지 않겠다.” 인사말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한 말이었다. 10여 시간 여정의 피로와 뒤섞여 당혹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며 회의장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그러나 매너와 격식을 지켜야 했다. 회의장에 앉은 지 5분도 되지 않아 가오루펑과 동료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영진과 악수를 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때 대주주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다시 생각해 봤는데,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떻겠나.”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인 것이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집중 협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중국과 미국은 12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나인봇은 성의를 표하기 위해 매번 미국 시간에 맞춰 회의를 열었으며, 밤 12시에서 새벽 3시까지 회의를 하곤 했다. 당시 양측의 협상은 긴박하고 통제불가능한 요소가 많아 가오루펑도 내심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는 당시 베이징 차오양구(朝陽區)에 살고 있어 자주 장푸(將府)공원을 찾아 기분전환을 했다. 그는 공원에 갈 때마다 같은 나무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의 나무가 잎이 무성했다가 점점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지고 다시 새싹이 돋아났을 때 최종 적격 판정을 받았다.

6개월의 고된 협상은 전화 한 통을 기점으로 나뉘었다. 처음 4개월 동안 나인봇은 매우 유화적인 협상 태도를 유지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주주들에 대응 하면서 자신의 확고한 태도와 기업 실력 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주주의 불확실성은 가오루펑에게 골칫거리였다. 한번은 대주주가 다시 조건을 내걸며 “동의하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겠다”라고 위협한 적이 있었다. 4개월 동안의 논쟁을 통해 가오루펑은 이미 상대방의 수를 간파했다. 이번에는 가오루펑도 끌려가지 않고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이성적 사고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렇게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다시 방해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이번에는 가오루펑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이 일 이후 이 대주주는 더 이상 제멋대로 하지 않았고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2015년 3월 31일, 약속한 나인봇의 세그웨이 인수 최종 승인일이었다. 미국 동부가 새벽일 때, 베이징은 심야에 들어갔다. 가오루펑은 저녁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사실 거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어떨지 몰라 휴대전화를 벨소리로 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밤은 평온하게 지나갔고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4월 1일 오전 6시, 잠에서 깬 그는 변호사 사무소와 감사 측에서 보내온 이메일과 중개 측의 축하 서신을 보았다. “나인봇은 공식적으로 세그웨이의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날 세그웨이라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와 글로벌 시장 채널, 400여 개의 호버 보드 관련 특허가 나인봇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인수협상 초기, 가오루펑은 세그웨이 글로벌 CEO가 되는 것을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장장 6개월의 협상을 거쳐 이 일이 진짜 실현됐을 때는 예상과 달리 담담한 느낌이었다. 처음의 설렘과 동경이 복잡한 논쟁을 거치며 희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CEO라는 직위에 대한 열망은 이미 또 다른 원대한 목표로 바뀌었다.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인수하려는 계 획은 회사의 핵심 인사 몇몇만 알고 있었다. 나중에 가오루펑은 인수안 기밀 유지가 정확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인수 후 한 글로벌 유명 자동차 회사의 핵심 고위인사가 십여 명의 팀원을 데리고 나인봇으로 찾아와 나인봇의 라이선스를 얻고자 했다. 그들도 호버보드 유형의 상품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 일은 가오루펑의 마음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만약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너무 일찍 공개됐다면, 이 회사는 기꺼이 배 이상 가격을 내고서라도 가로채려 했을 것이다.” 인수안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주도권을 쥔 나인봇은 피고에서 원고로 바뀌어 미국의 337소송에서 완전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는 나인봇과 세그웨이 브랜드의 호버보드 외에 어떠한 특허 관련 다른 브랜드 제품도 미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나인봇이 독점 판매의 공식 승인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커촹반 기업공개를 일궈내다
2020년 10월 29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로드쇼 센터에서 로봇 한 대가 커촹반의 징을 울렸다. 나인봇이 정식으로 커촹반에 등록되었음을 알리는 퍼포먼스였다. 나인봇의 상장은 중국 자본시장에서 몇 가지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A주(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 전용 주식)에서 처음으로 로봇이 징을 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것과 중국 내 상장 기업 중 VIE(변동이익법인)로서 CDR (Chinese Depository Receipts, 중국주식 예탁증서)로 상장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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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는 중국 IT기업이 해외 자본 유치나 상장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취하는 형식이다. 역외 금융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페이퍼컴퍼니가 홍콩에 100% 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 회사가 중국 내에 100% 자회사를 만든다. 그 다음으로 이 회사가 중국의 지주회사(VIE)와 계약을 맺고 자금을 대출하는 형식이다. 이 순간을 위해 그들은 수년 동안 역량을 축적해 왔다. 2014년 가오루펑은 세그웨이의 소송 건을 처리할 때, 나스닥 대형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가오루펑이 나인봇을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2018년 말, 증권거래소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커촹반이 VIE와 레드칩 기업(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이 최대주주인 기업)의 상장을 허용할 것이며 구조조정이 필요 없다는 내용이었다. 가오루펑은 설레는 마음으로 곧장 증권회사와 접촉하고 커촹반을 향해 적극 나아갔다. 정식 신청 시기는 2019년 4월이었다. 나인봇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중국 최초의 VIE+CDR 상장사로서 어떠한 선례도 없었다. 커촹반과 나인봇이 함께 여러가지로 모색을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가오루펑은 상하이와 베이징을 자주 오갔고 증권감독위원회와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직원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나인봇은 18개월에 달하는 마라톤 심사에서 자료를 계속 보완해 제출했고, 재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며 추가 심사만 4차례 받았다. 2019년 7월, 커촹반이 정식으로 개장했다. 나인봇의 심사 상태는 여전히 ‘심사 중’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계속해서 물밑 작업을 해갔다.

2020년이 되자 정책의 혁신과 함께 나인봇에게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초 신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18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시점에 나인봇은 원하던 대로 커촹반에서 상장했고 그렇게 힘찬 질주가 계속되었다. 과거 많은 이들이 나인봇을 호버보드를 생산하는 제조회사로만 여겼다. 그러나 나인봇 1층에 있는 LED 전광판에 가면 이러한 생각이 바뀐다. 이 전광판에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완성차, 네트워크 연결 사용자 수, 글로벌 누적 주행거리, 차량 구역 상황 등 데이터가 계속해서 업로딩되고 있다. 숫자 뒤에는 나인봇이 구축 한 제품, 서비스, 데이터로 이루어진 ‘철의 삼인조’가 있다. 현재 나인봇은 호버보드와 전동 킥보드 외에도 배달 로봇, 하이브리드 전지형 차량, 전기 스쿠터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작업 항목도 날로 확대되고 사업 라인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말, 나인봇의 전기 스쿠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전기 스쿠터는 첫해에 10 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중국 전기차 기업 첫해에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가오루 펑은 “전기차 업계는 여전히 기능성 기계 시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스마트로 전기차를 재정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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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잠금해제, 스톱앤고, OTA 무선 업그레이드 등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여전히 그 모습이지만, 나인봇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사실 로봇의 의미는 인간의 외형이 아니라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 능력에 있다. 예를 들어 나인봇의 공유 킥보드에는 반자율주행 기능이 있으며 자발적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경로를 조정할 수 있다. 운영자는 백그라운드에서 지하철 입구, 버스정류장 등 사용 장소의 킥보드 공유 분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나인봇은 이러한 스마트 공유시설이 현재의 공유 자전거보다 더욱 스마트하고 편리한 단거리 모빌리티 환경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나인봇의 미래
나인봇의 발전 경로를 분석해 보면 3가지 기회가 선명하게 보인다. 각각 스마트 하드웨어, 스마트 단거리 모빌리티, 로봇이라는 시장 기회이다. 이것이 나인봇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즉 호버보드와 전동 킥보드만 생산하는 제조 기업이 아니라 스마트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움직이는 과학기술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인봇의 R&D센터에는 검정 비닐 시트로 덮인 장비가 다수 눈에 띈다. 테스트 중인 로봇이자 미래를 향한 기술 준비이다. 나인봇이 커촹반에 상장되던 날, 징을 울린 것 역시 나인봇의 로봇 ‘팡탕’(方 糖)이었다. 2018년 나인봇이 발표한 배송 로봇은 안정성과 장애물 회피 능력에서 이미 요구치를 충족했다. 가오루펑에 따르면 이 배송 로봇은 최종 배송을 책임진다. 배달원과 택배 센터로부터 도시락이나 택배를 넘겨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 사무실 밖에서 수령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전달한다. 문제는 로봇과 엘리베이터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와 같았다. 엘리베이터 회사가 협조를 원하지 않고 관리사무소는 엘리베이터 개조로 인한 안전상의 위험을 우려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나인봇과 엘리베이터 업체의 협력을 통해 전면적으로 로봇과 엘리베이터를 연결했다. 이로써 로봇과 자동개찰기 출입관리와 같은 전체 시스템의 무장애 통신을 실현했으며, 로봇과 생활이 연결된 모든 경로를 열었다. 현재, 가오루펑은 인내심을 가지고 소위 ‘잭팟’이 터지길 기다리고 있다. 일단 로봇 비용이 배달원 비용보다 낮아지면, 나인봇 배송 로봇이 빠르게 자리잡는 시기가 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필연적인 추세이다. “이는 조 위안 단위의 대형 비즈니스이다.” 가오루펑은 향후 3~5년 내에 배송 로봇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나인봇은 사무실 도어를 모두 개조해 로봇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 었다.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물건을 옮길 수도 있다. 가오루펑은 이것이 미래라고 믿는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샹제(商界)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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