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루펑과 동료가 되는 것은 편안하면서도 긴장되는 체험이다. 그는 평등과 효율을 강조한다. 회사에서는 누구도 ‘사장님’ 호칭을 쓰지 않고, 자신의 작은 사무실에는 조그마한 책상과 책장 그리고 2인용 소파만 비치해 약간 좁아 보일 정도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사실만 말하고 틀에 박힌 말은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관리에 엄격하고 직접적이며 심지어 약간 거칠기도 하다. “루크(가오루펑)의 비서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너무 불쌍하다”라며 가오루펑의 비서를 동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오루펑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단지 저급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가로루펑은 머리 회전이 빨라서 회의 속도가 빠르고 논점이 옆으로 새는 일도 없다. 회사 직원들은 그와 회의할 때, 반드시 사전에 자세하게 회의 내용을 준비하고 바로 핵심부터 전달해야 한다. 문제 지적을 할 때도 타인을 배려해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논쟁은 회의에서 늘 발생한다. 나인봇의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끝까지 논쟁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전면적이고 공정한 집단적 의사 결정 덕분에, 나인봇은 9 년의 발전 과정에서 한 번도 치명적인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우리는 회사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자신을 겁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예민함과 위기의식은 가오루펑과 임직원의 일관된 업무 스타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인봇은 지금까지 생사를 가르는 시련을 몇 차례 이겨내 왔다. 2013년 말 샤오미의 모바일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인터넷 모델이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당시 샤오미는 ‘샤오미 생태계’ 플랜을 발표하고, 5년 내에 100 개 AIoT(Artificial Intelligence on Things, 사물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기술, 사물지능이라고도 함)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샤오미의 인터넷 마케팅 시스템과 생태계 계획을 분석한 후, 가오루펑은 전에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당시 나인봇은 이미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었지만, 샤오미와 손을 잡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전략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라.’ 이는 정확하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운 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오루펑은 두 가지 전략을 생각했다. 하나, 샤오미와의 제휴, 둘, 샤오미의 마케팅 전략 벤치마킹. 전자는 나인봇이 샤오미의 류더(劉德)팀 과 신사업을 전개하며 제휴 파트너가 되는 것이고, 후자는 나인봇 내부에서 샤오미 모델을 열심히 벤치마킹해 온라인 마케팅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나인봇 온라인 사업부가 새로운 리테일 시대에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다. 샤오미가 나인봇에 투자를 결정한 후, 레이쥔(雷軍) 회장은 호버보드 제품의 사업 추진을 직접 챙겼다. 제휴 초기, 모두 샤오미의 가격 경쟁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레이쥔이 호버보드 가격으로 1,999 위안을 제시했을 때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나인봇의 호버보드는 1만~1만5천 위안 대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대량 구매’를 통해 박리다매로 판다고 해도 최소 3천여 위안에 팔아야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 상황이었다.
가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품 연구개발의 전 과정을 극단으로 밀어붙 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R&D팀은 기존의 설계 방안을 완전히 뒤집고 대량 생산에 적합한 기술과 재료를 사용해 ‘죽기 살기로’ 새로운 제품 공급망을 구축했다. 1위안 단위로 비용을 절감했고, 그 결과 1년 반이 지나자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의 호버보드 제품이 탄생했다. 2015년 10월 19일, 레이쥔은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서 ‘나인봇 미니’를 정식으로 공개했다. 그는 ‘차세대 장난감’이라면서 판매가를 1,999위안으로 설정했다. 나인봇 미니는 샤오미의 모든 채널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순식간에 핫 아이템이 되어 시장을 휩쓸었다. 그렇게 나인봇은 처음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경험을 했다. 2014년 나인봇은 샤오미, 세쿼이아캐 피털, 순웨이(順爲) 펀드 등 각종 투자자로부터 8천여만 달러의 A라운드 투자를 유치하고, 샤오미 생태계의 정식 구성원이 되었다. 이는 나인봇 발전사에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인 2020년, 나인봇의 기업공개를 축하하는 동영상에서 레이쥔은 “나인봇은 샤오미 생태사슬에서 가장 열정적인 기업이자 투자액이 수천 만 달러에 달하는 최대 투자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오늘날 샤오미 생태계는 여러 상장사를 탄생시켰다. 가오루펑에게 나인봇이 독립적인 상장사로서 샤오미와의 관계를 관리하며 ‘탈샤오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가오루펑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인봇은 ‘샤오미는 가장 좋은 주주이자 파트너, 친구이자 협력사이고, 나인봇은 탈샤오미를 고려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가오루펑은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창업의 길에서 레이쥔과 선난펑 (沈南鵬) 세쿼이아캐피털 대표와 같은 많은 ‘귀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직접 나서 협상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이들은 전우이자 파트너로서 나인봇에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가오루펑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