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12. 07
“코로나가 끝나면
요란한 20년대가 다시 온다!”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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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의사이면서 사회학자인 크리스타키스 교수에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경제학 교과서엔 위기의 원인으로 홍수와 가뭄, 전쟁, 전염병, 경제 불균형, 자산 부실화 등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좀 더 정확하게 말해 1820년대 이후 경제위기는 주로 경제 내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이코노미스트와 펀드 매니저, 투자자가 최근까지 불균형과 부실자산, 금융과잉 등 경제 내적인 변수에 주목한 이유다. 그런데 지난해 외생 변수가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19다. 코로나19 사태는 올해 12월이면 3년째로 접어든다. 언제쯤 일상이 회복될까? 이 궁금증은 투자 구루나 이코노미스트가 풀어줄 수 없다. 원인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있지 않아서다. 그래서 의사이면서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예일대 휴먼네이처연구소 소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이번 팬데믹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인 “신의 화살”을 최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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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즉 의학과 사회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지식 인이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물론 (두 가지를 다 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대에 들어갈 땐 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의사가 효율적인 직업이기는 하지만, 한 번에 한 명만 치료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의대에 들어가자마자 깨달았다. 내가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더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왜 대규모로 아픈 일이 발생할까?’, ‘아픈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사회과학을 추가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때 난 하버대 의대를 다니고 있었다. 1989년 의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95년에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시기에 네트워크 이론을 배웠는데, 이는 컴퓨터로 하는 분석과 수학적 능력이 필요한 분야였다.”
네트워크 이론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시카고대에서 강의하기 시작한 95년 이후 네트워크 분야를 열심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이론 분야를 연구한 지 25년이 넘어가는데,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진화생물학 그리고 유전학과 관련있는 모든 현상을 살핀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속으로 어떻게 사물이 유입되고 네트워크 내에서 왜 사물이 확산되는가에 대한 수학적 분석 등이 네트워크 이론에 속한다.”
이제 현재 진행 중인 팬데믹,
즉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팬데믹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주 낯설다. 동시대인들은 지구적 차원으로 전염되는 질병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전염병에 대한) 역사 기록이 남아 있다. 아마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고대 한국에도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역병은 우리 인류에게 새롭지 않다. 1500년 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시대에 로마제국을 뒤흔든 전염병 기록이 있다. 그 기록은 기독교 성자인 에베소 요한이란 사람에 의해 씌어졌다. 그는 역사가이면서 성직자였다.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록했다. 모든 것이 멈춰섰고, 사고파는 일이 중단됐다고 했다. 또 엄청나게 많은 물건으로 가득한 상점과 대부업자 점포 등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마침내 도시 전체가 소멸된 것처럼 멈춰섰다. 이들이 1500년 전 발생한 역병의 결과다. 팬데믹은 우리 인류에게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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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신의 화살”에서 팬데믹의 단계를 설명했는데,
한국 투자자를 위해 단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길 바란다.
“심각한 팬데믹은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생물학적이고 전염병적인 충격이다. 바로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처음 들어온 때다.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어떤 섬에 침입종이 퍼지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쥐가 새로운 섬에 들어가 그곳을 장악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섬이고 바이러스가 쥐인 셈이다. 인간은 이런 새로운 종에 대해 면역을 갖고 있지 않다. 그 종은 텃밭(몸)을 가득 채울 때, 달리 말해 집단 면역의 중요한 문턱을 넘어설 때까지 퍼지고 퍼진다.”
방금 아주 중요한 말, 즉 집단 면역이란 말을 언급했다.
이번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집단 면역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집단 면역의 조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면역을 갖추지 않아도 사회 전체가 어떤 질병에 대한 면역을 가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홍역 백신을 사회 구성원 96%가 맞으면 나머지 맞지 않은 4%가 홍역에 걸려도 다른 사람에게 퍼지지 않아 더 이상 창궐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집단 면역의 문턱은 어느 정도인가?
“우한에서 발생한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67%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후 네트워크 이론상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67%는 너무 높게 계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는 그보다 낮았다. 변이가 발생하기 전 오리지널 바이러스의 집단 면역 조건은 50% 정도였다. 그러나 첫 번째 단계에 들어서고 나서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또 퍼지고 있고, 여러 변종이 발생해 (집단 면역의) 문턱이 83% 정도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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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이 단계가 언제쯤 끝날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퇴치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해를 끼치고 있다. 전염시키는 힘이 무너지면 첫 번째 단계가 끝난다. 2년 전 나는 첫 번째 단계가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렇다면, 두 번째 단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두 번째 단계는 언제 끝날까?
“전염병의 첫 번째 단계는 곧 막을 내릴 것이다. 백신을 맞거나 전염병을 직접 앓아서 면역이 생긴 사람들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중간 단계에 들어선다. 쓰나미가 해안가를 휩쓸고 지나간 뒤처럼 잔해가 나뒹군다. 이제 잔해를 치워야 한 다. 파도가 잦아들었지만 집은 파괴돼 있다. 도로는 무너져 있다. 전염병의 후폭풍과 사회적·정치적·심리적·의료적 결과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중간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2년 정도 이어진다. 2024년까지 이 단계가 지속될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어떤가?
신종바이러스가 섬에 들어오는 것과 같은 새로운 팬데믹의 시작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호화로운 파티와 같은, 기본적으로 1918년 스페인독감 사태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요란 한 2020년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요란한 2020년대? 무슨 뜻인가.
금융 역사에서 ‘요란한’이란 말은 버블을 의미하는데.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발생한 이후 요란한 1920년대가 열린 사실을 알 것이다. 내가 보기에 1920년대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현재 사람들은 집에만 머물고 있다. 사회적으로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다. 역병이 돌고 있는 사이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을 비축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소비가 감소한다. 그러다가 역병이 끝나고, 전 사회 경제가 되살나 난다. 사람들이 모이고 돈을 쓰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과 레스토랑, 술집, 스포츠 이벤트 장소에서 미친 듯이 만남을 추구 할 것이다. 심지어 성적으로 문란해지는 일을 볼 수도 있다(웃음). 기존 성적 윤리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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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되돌아 보면, 중세 흑사병 이후 잇따라 역병이 발생했다.
이번 팬데믹이 혹시 팬데믹 시리즈의 시작이지 않을까?
“글쎄. 팬데믹 발생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팬데믹은 확률적인 사건이다. 최근 100년 또는 200년, 300년 기간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10~20년마다 호흡기 팬데믹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때그때마다 달랐다. 어떤 때는 2년마다, 어떤 때는 15년마다 발생했지만, 평균적으로 10~20년이란 얘기다. 그리고 50~100년마다 ‘심각한’ 호흡기 팬데믹 사태가 발생했다. 몇몇은 심각한 팬데믹 주기가 50~100년 에서 20~50년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신의 말이 맞다. 우리 생애에 코로나만큼 심각한 또 다른 팬데믹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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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1962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학위와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통섭한 학자다. 하버드의대에서 13년간 교수로 일하다 지금은 예일대 휴먼네이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9년 크리스타키스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또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2009년과 2010년에 그를 '세계 100대 지성'으로 뽑았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강남규 글로벌머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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