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5. 18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러 관계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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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이후 전 세계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되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미·중 신냉전의 세상은 하루 아침에 미·러 신냉전의 시대로 바뀌었다. 2월 26일, 서구 사회는 ‘금융 핵무기’(Financial Nuclear Option)라고 불리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러시아 추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달러 결제를 통해 무역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준동맹 관계에 있는 중국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시간
먼저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날 오후 3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38번째 중· 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쐐기를 박았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평화의 제전 기간에는 절대로 평화를 해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

회담 중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 측은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태도를 “중국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미국과 EU로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당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러시아에게 중국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해 중·러 무역액은 2020년 대비 26.6%나 증가하며 1,517억 달러에 달했다. 러시아에게 있어 중국은 12년 연속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2월 4일 회담에서 중·러 양국은 모두 15개 조항의 협정에 서명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향방이다.

최근 EU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감축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20년 EU의 러시아 의존도는 원유 29%, 석유제품 39%, LNG(액화천연가스) 15%, 천연가스 37%였다. 특히 발트해의 해저를 통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직송하는 파이프라인인 노르드 스트림 2(Nord Stream 2) 운영사업의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무척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20년 기준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독일이지만, 러시아를 용서할 수 없다는 여론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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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중국 측에 방출하기로 한 것이다.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4년 5월 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12월부터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보내는 30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을 100억㎥ 늘려 매년 480억㎥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향후 10년간 1억 톤의 원유를 중국에 판매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런 조치가 EU 감축분을 완전히 상쇄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로서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는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향후 이를 취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매력적이다.

거래 가격에 대해 중·러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중국 측에서 꽤 많은 금액을 약속했으리라 예상된다. 2014년 5월 상하이에서 계약을 체결할 당시, 중국 측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5월 20일과 21일 사이에 밤샘 협상이 벌어졌다. 양측이 팽팽하게 거래가격을 타진한 끝에 총액 4천억 달러에 이르는 중·러 무역 사상 최대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향후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것을 감안하면, 중국 입장에서도 나쁜 쇼핑은 아니었다. 외교전략상으로 볼 때 중국이 러시아 경제를 쥐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중국에게 100년의 꿈이기도 했다.”

'100년의 꿈'이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인 2021년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소련 공산당 상하이 지부 형태로 탄생했다. 이후 인사도, 활동 자금도 모스크바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1949년 신중국 건국 후에도 체제 정비에 구소련의 인사들이 관여했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스탈린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시진핑 정권 출범 이듬해에 맺은 4천억 달러 계약에 따라 마침내 중국이 러시아보다 우위에 선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향후 러시아가 위안화 경제권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작한 2월 24일 이후 루블화 약세, 러시아 증시 약세, 채권 약세 등 트리플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루블화로 거래하려는 교역 상대가 거의 다 사라졌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어느 정도 위안화 거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2022년을 디지털 위안화 원년으로 삼고 있다. 미국이 디지털 달러를 주저하는 사이 기선을 제압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꾀하려는 의도다. 이런 상황에서 난감해 하고 있는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좋은 돌파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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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실수와 중국의 선택
세 번째 주목할 점은 베이더우-글로나스(北斗-GLONASS) 위성 시스템 제휴다. 베이더우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중국이 미국의 GPS에 대항하기 위해 21세기 들어 필사적으로 구축한 위성 시스템이다. 2020년 7월에 완성되었는데 정확도가 GPS를 능가한다. 반면 글로나스는 소련 시절인 1976년 개발을 시작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자금 부족에 빠졌다. 미국, 인도와의 제휴를 모색해 왔지만 결국 중국과의 제휴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즉 우주·군사 분야에서도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안는 형세다.

익명의 중국 외교관계자에게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속셈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전쟁은 러시아 푸틴 시대의 종결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푸틴의 역사관에 대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는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경험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다. 덧붙여, 향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대책에 집중하느라 중국에 대한 격렬한 공세를 멈출 것이다. 이는 중국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그 시간은 모든 면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에 소비될 것이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결국 어부지리를 얻는 쪽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유럽도 러시아 설득을 위해 중국에 접근하려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중·러 관계는 물론 중국의 위상도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이 틀림없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곤도 다이스케 고단샤 중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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