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 판매대를 돌면 어디서든 ‘LOW’, ‘ZERO’, ‘FREE’ 등의 표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조림 가공품, 음료, 스낵, 주류, 간편식 등 각양각색의 제품이 어디에서나 보인다. 로우 푸드가 식품업계 전반에서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고 있는 로우 푸드 시장에 대해 조명해봤다.
건강을 위해 설탕과 소금 등 불필요한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로우 푸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로우 푸드Low Food는 말 그대로 나트륨, 당, 칼로리, 글루텐보리·밀 등 곡류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 알코올 등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첨가물 함량을 낮춘 음식을 말한다. 사실 이는 새로운 콘셉트는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반짝 인기를 모았다가 사라진 전례가 있다. 일례로 칠성사이다 제로는 2011년 출시해 4년 만에 생산이 끊겼지만, 지난해 1월 재출시된 후 1년간 1억 캔이 넘게 팔렸다.
이렇듯 로우 푸드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위메프에서 지난 6월 한 달간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더니 각종 품목에서 급증한 것이 확인됐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판매량은 396%, 무카페인 제품은 96%, 무알코올 맥주는 1,816%, 무염 버터와 무지방 우유는 각각 30%, 114%, 무가당 요구르트는 78% 늘었다. 로우 푸드 마케팅이 넓은 범위의 품목에 고루 적용될 정도로 성공한 것이다. 반대로 설탕 소매 매출액은 감소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5년 2,198억 원에서 2019년 1,614억 원으로 5년 새 26% 떨어졌다. 각종 몸에 해로운 음식을 덜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확연히 보인다. 시장의 판도도 소비자 심리를 따라가고 있다. 로우 푸드 제품을 낸 회사들이 수익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관련 생산에 뛰어들거나 확장하는 회사가 늘었다. 칼로리, 색소, 설탕, 보존료를 모두 첨가하지 않은 동아오츠카의 음료는 매출이 증가했고, 나트륨 함량을 줄인 캔 햄의 인기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로우 푸드의 인기가 커진 것에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운동량과 활동량이 줄어 살찐 사람이 늘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체중이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칼로리, 당, 지방 등이 적은 식품을 선택, 판매량 증가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대 푸드비즈랩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섭취 영양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단백질 섭취는 늘리고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는 줄이고자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이왕이면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자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라이프스타일 유행도 맞물렸다. 이전에는 다이어트를 아예 덜 먹는 엄격한 식단 관리로만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스트레스와 불안이 만연해지면서 굳이 먹고 싶은 것을 참기보다 건강을 고려한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가 확대됐는데, 맛과 건강을 모두 잡는 로우푸드는 MZ세대의 수요와 부합하면서 시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펩시코는 제로슈거 탄산음료를 선보이며,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식음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슬레는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초콜릿 킷캣 V를 내놓았다.
현재 글로벌 로우 푸드 시장은 펩시코PepsiCo, 네슬레Nestlé, 카길Cargill, 다논Groupe Danone, 아지노모토Ajinomoto 등이 이끌어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이 기업들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맛’과 ‘영양’을 함께 잡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2019년 배재대 연구팀에서 소비자들은 저칼로리 식품을 고를 때 맛(45.5%) 다음 영양정보(21.6%)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년 전만 해도 코카콜라가 독점했다. 점유율이 2019년 92.1%, 2020년 91.9%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펩시코가 라임이 첨가된 제로슈거 탄산음료를 출시하자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코카콜라 점유율이 57.3%로 급락한 것이다. 세계 최대 곡물업체 카길은 약 20년 전부터 맛과 영양을 잡기 위한 대체 감미료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낙농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식음료 기업 다논은 고단백·저지방 그릭 요구르트에 고메 치즈 등으로 다양한 향을 추가했다. 조미료 기업인 아지노모토는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회사인 카길은 천연 허브 추출 감미료를 개발, 인공 감미료를 대체하고 있다.
로우 푸드 열풍은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소장은 “현재 제로 탄산음료 시장이 전체 탄산음료 시장의 4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봤을 때 3~4년 내로 제로 탄산음료가 시장의 절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리서치 발표 자료에서도 로우 푸드 시장은 파란불이다.
퍼시스턴트 마켓 리서치Persistence Market Research는 저칼로리 식품 매출이 2021년부터 2031년까지 거의 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봤고,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Maximize Market Research도 2022년부터 2029년까지 6.2% 성장해 185억4,000만 달러25조 8,44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시장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요 증가의 이유로는 가장 먼저 소비층의 확대다. 현재 로우 푸드의 주 소비층은 MZ세대지만, 제품 라인이 확장되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던 중·장년층과 노년층까지 새로운 소비층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MZ세대가 주로 소비하던 제과·스낵류에서 소비 연령대가 다양한 가정대용식HMR으로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로우 푸드가 케어 푸드 시장에 진입한다면, 이 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자와 환자를 위해 제공되는 식품인 케어 푸드 시장은 이미 3조 원에 달한다. 제품 확장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즐겁게 건강을 챙긴다’는 소비 패러다임 변화로까지 이어진다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두 번째로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면서 ‘더 오래, 건강하게 살기’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각종 감염병, 계절병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져 건강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종 헬스케어 사업도 확장되는 추세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식食’, 로우 푸드 사업은 다른분야보다 전망이 밝다. 이에 우리가 접하는 모든 식품이 로우 푸드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