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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07
생존을 위한 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경제 질서의 출현
재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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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위기 후 제자리를 찾아가던 세계경제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대미문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생존을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노력은 시작되었고, 이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중
2023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세계경제는 그다지 밝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 산업 전반에 엔데믹은 도래하지 않았고, 장기간의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화의 시대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 CEO뿐 아니라 학계와 여러 전문 기관에서는 세계경제가 ‘탈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세계는 전쟁과 전염병,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등 다방면에서 일어나는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중이다. 복합적인 위기 가운데 자국에 생산 시설을 두는 ‘온쇼어링Onshoring’,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통제 가능한 인접 국가로 아웃소싱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동맹국에 공장을 짓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다국적기업들이 새로운 지정학적 도전에 적응하기 위해 세계무역 시스템을 조정하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일으키고 있으며,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는 지식 등 무형재와 서비스, 인재가 만들어내는 세계무역이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세계는 탈세계화라는 큰 물결로 나아가고 있지만 세계화를 향한 회귀는 분명 다시 일어날 것이며, 회귀의 형태를 달리하더라도 ‘재세계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위기에서도 기회는 피어난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국가 간 경쟁에서 안보 영역이 매우 중요했지만, 세계화 시대에는 경제가 더 우선시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이 중요해질까? 이미 동맹국 혹은 우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의 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동맹국들과 협의체를 결성하고 있으며,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프렌드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갖게 되는 것은 기회일 수 있지만, 그동안 한국의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중국이었다는 점은 위험 요소가 된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경제적 이익을 위한 균형 있는 외교력이 필요한 이유다. 탈세계화 기조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위기와 기회가 양날의 검처럼 공존한다. 무조건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공급망으로의 재편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가치사슬 구조상 허브 국가를 발굴하며, 대체 가능한 공급선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던 유형자산 기반에서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한 무형자산 기반의 ‘뉴 노멀’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있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영향력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와도 직결된다. 이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기술 패권 경쟁, 초격차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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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과 같은 초격차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인공지능(AI) 데이에 발표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는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추격을 넘어 초격차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육성할 12대 국가 전략 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 항공·해양, 수소,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 로봇·제조, 양자를 선정했다. 이 중에서 대다수 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기술적 특이점이 올 것으로 예상하는 인공지능·첨단 로봇 기술은 인류의 사회상을 전환할 중요한 분야다. 이들은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성장 동력으로 갖춰야 할 초격차 기술 중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서 기술적 특이점이란 205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수가 인류의 수보다 많아진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지난해 열린 ‘AI 데이’에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발표하면서 “2050년이면 사람들이 로봇 친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왔고, 직간접적으로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자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목표로 치열한 개발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제조업과 소비 산업은 물론이고 교육과 의료 등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전문 인력의 업무 고도화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재난 안전 대응 등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도 인공지능이 혁신을 촉진하는 중이다.
유망한 시장의 무궁무진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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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초격차 기술 분야인 모빌리티는 자동차에서 지하, 항공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가 항공 모빌리티 행사에서 선보인 개인용 비행체
인공지능·첨단 로봇 기술에 이어 첨단 모빌리티 기술은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을 통해 전기 자율주행차 사업에 전념해온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미래 차의 핵심 기술로 자율주행을 꼽으면서 “자율주행차는 로봇”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또 ‘로보틱스로 구현하는 메타모빌리티’를 미래 비전으로 상정한 현대차는 로봇이나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보여주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해 모빌리티 간 경계를 파괴하겠다고 나섰다.

모빌리티의 영역은 이동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항공 모빌리티, 땅 밑 지하 모빌리티로까지 확대된다. 먼저 오늘날 전 세계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범주를 넘어선 ‘미래 항공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AAM’로 확장되고 있다. AAM은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2028년에는 LA 올림픽 기간에 하늘을 나는 ‘에어 택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인류는 ‘메가 크라이시스Mega Crisis에 직면해 있다. ‘재앙 위에 새로운 재앙’이 더해진다는 뜻으로, 지난해에 이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생존 위기의 절박함으로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낡은 지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없다”고 말했듯,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확인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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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IT기술
글. 박영숙(유엔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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