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INFORMATION
2023. 03. 21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상의 근무시간을 찾아라
근무시간 실험
img
전 세계가 최상의 근무시간을 찾는 실험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범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주 69시간 근무제 논의가 한창이다. 근무시간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시대가 원하는 방향성은 있다.
지난 1년간 재택근무를 해온 김한국 씨는 최근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하면서 팀원들과 손발을 맞추고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이 없던 그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일의 효율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일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해왔다. 재택 근무, 원격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을 진행하면서 ‘어떤’ 가능성을 체감하기도 했다. 즉 근무시간보다는 성과와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미덕인 때를 지나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포데이 위크 글로벌4Day Week Global’은 올해 일의 변화 키워드로 ‘실험’을 꼽았다. 일하는 방식과 시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고, 어떠한 조합이 각 산업과 직업에 적합할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img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모든 주말이 3일 연휴가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 비영리단체 포데이 위크글로벌의 캠페인 삽화
최대 규모의 주 32시간 실험
포데이 위크 글로벌이 주도한 실험은 전 세계 73개 기업, 3,300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참여 기업은 지난해 6월부터 급여 삭감 없는 주 32시간 근로제를 시범 도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 보스턴 칼리지 등과 함께 준비 단계부터 집행 및 평가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이 단체는 프로젝트 기준으로 다음 세 가지를 상정했다. ‘임금 100% 유지’, ‘근무시간 20% 감축’, ‘생산성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다.

중간 평가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과 근로자 모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전반적인 효율성과 생산성에 만족하며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었다. 그리고 직원 대부분은 주 4일 근무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스트레스가 개선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주목할 것은 근무시간이 단축되었음에도 ‘업무 생산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매출’이 실험 이전보다 44%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낸 주된 요인은 ‘불필요한 업무 감축’으로, 임직원은 주간 업무의 20%를 차지하던 미팅과 출장 등의 업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갔다.
잘 가! TGIF, 웰컴! TGIT
이미 주 32시간 근무제가 정착한 국가도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회사원과 유치원 교사 및 병원 종사자 등 여러 직군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현재는 근로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근무제로 일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2014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하루 6시간 근무시간을 2시간 더 단축하는 실험을 했다.

최근에 시범 단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2년 1월 공무원을 대상으로 금요일 오후부터 쉬는 주 4.5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벨기에는 같은 해 2월 유럽연합 최초로 노동법을 개정해 주 4일제를 공식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가 주 4일 근무제 법제화에 나섰다. 직원 500명 이상인 기업의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자·중공업 대기업 히타치Hitachi는 직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총근로시간과 급여를 삭감하지 않으면서도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고,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파나소닉Panasonic도 57년 만에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직장인들은 “TGIF!Thank God It’s Friday!”가 아닌 “TGIT!Thank God It’s Thursday!”를 외치고 있다.
img
일본에서 처음으로 주 5일제를 시행한 파나소닉은 57년만에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노동시장의 특수성에 따른 변화 불가피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카카오, 우아한형제, 휴넷 등의 기업이 주 4일 혹은 주 4.5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중요한 식당, 카페, 상점과 근로시간이 곧 생산량으로 연결되는 제조업에서는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논의 중인 ‘최대 주 69시간 근로’는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이 초래한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고 산업·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제’나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축적해 휴가로 전환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각 주체 간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 있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각각의 입장을 최대한 맞춘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움직임의 핵심은 기존과 달리 일하는 것에 있다. 어떻게 하면 일에 집중하고,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없앨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이유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는 기존의 전통적 근무 체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이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워라밸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추구에 있으며, 그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무엇이 자신의 행복을 담보해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기다.
img
img
img
현재 우리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만들기를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의도 그중 하나다.
클릭하시면 같은 키워드의 콘텐츠를 모아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트렌드 #라이프
글. 김대종(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COPYRIGHT 2021(C) MIRAE ASSET SECURITIES CO,.LTD.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