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는 직접 자금 조달에도 나섰다.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다. 아직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반도체 개발에 민간기업이 솔선해 자금을 대주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래서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2021년 5월부터 자민당 반도체전략추진 의원연맹회장) 중의원 의원과 상의했다고 한다.
한편 경제산업성은 2021년 3월에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회의’를 만들었다. 의장에는 히가시 테츠로, 이 외 멤버에는 덴소 CTO 가토 요시후미(加藤良文), NTT 사장 사와다 준(澤田純), NEC 부사장 모리타 다카유키(森田隆之), 기오쿠시아 사장 하야사카 노부오(早坂伸夫) 등 후일 라피다스에 출자하게 되는 기업의 대표들이 있었다. 이 전략회의에서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이 주로 논의되었다.
미·일 반도체 협력의 기본을 합의한 2022년 5월 24일 미·일 정상회담에서의 바이든과 기시다.
라피다스 구상이 본격적으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미일 정상회담이 있었던 2022년 5월부터다. 5월 4일에 하기우다 고이치 당시 경제산업상과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 상무장관 사이에 ‘반도체 협력 기본 원칙’이 합의되었고, 13일에는 IBM의 수석부사장, 다리오 길(Dario Gil)이 일본을 방문하여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났다. 이때 기시다는 “혁신을 추구하는 여러 분야 가운데 특히 차세대 반도체의 실용화에 대담하게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에 의한 연구 개발의 촉진에 대해서도 “논의를 더욱 빨리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5월 23일에는 이미 합의한 ‘반도체 협력 기본 원칙’에 근거하여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의 태스크포스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어서 7월 29일에는 미일 경제정책협의위원회(양국의 외교, 경제 장관이 참석하는 2+2 협의체)에서 중요·신흥기술의 육성·보호를 위해서 미일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일본도 미국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와 파트너로 협력할 연구개발 조직의 발족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라피다스 설립을 위해 히가시와 고이케는 토요타자동차 임원 야마모토 게이지, 자동차부품회사 덴소CTO 가토, 통신사NTT 회장 사와다 등에게 출자를 호소했다. 이외에도 소니, NEC, 소프트뱅크, 기오쿠시아(반도체기업), 미쓰비시UFJ은행 등 총 8개사가 라피다스 출자를 수락했다.
출자금액은 소니와 토요타자동차, 덴소 등 7개사가 각각 10억 엔, 미쓰비시 UFJ은행이 3억 엔을 출자하고 정부가 700억 엔을 투입했다. 라피다스는 8월 설립되어 회장에는 히가시, 사장에는 고이케가 취임했다. 곧바로 라피다스는 경제산업성 소관의 국립연구개발법인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가 공모한 ‘포스트 5G 정보통신 시스템 기반 강화 연구개발 사업/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개발’에 응모했다.
경제산업성은 11월 11일 ‘차세대 반도체의 설계·제조 기반 확립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경제산업성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 조직으로 ‘최첨단 반도체기술센터’(Leading-edge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LSTC)를 만들기로하고, 그 협력선을 라피다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STC의 이사장에는 히가시가 취임했으며, 국내외 학술연구기관·기업과 제휴하여 라피다스는 제조를 맡고, LSTC는 첨단기술이나 첨단장치, 소재기술의 연구개발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으로 윤곽을 정했다. 또 일본 정부는 11월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거점 정비를 위해 1조 3천억 엔을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