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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1
스마트한 시니어
‘쏠드족’ 등장
투자엔 은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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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쏠드sold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스마트smart’와 ‘올드old’의 합성어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며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적극적으로 은퇴자산을 관리해나가는 ‘스마트 시니어’를 의미한다. 자산 관리에 관한 한 은퇴란 없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런 쏠드족이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경제 공부다.
2020년 한국의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경제 공부로 무장한 개미들이 그 주역이다. 과거 개미들은 시장의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 비해 자본력도, 정보력도, 투자 지식도 모두 밀렸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주식을 계속 팔아치우는 가운데 개인들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DART에 올린 공시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숫자로 확인된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지분율이 1% 미만인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145만4,37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6만8,313명이던 것이 반년만에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액면 분할 이전인 2017년 말(6만891명)과 비교하면 23배 넘게 폭증한 규모다. 소액주주, 개인투자자가 이만큼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한 개미로
거듭난 개인 투자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월 개인들은 국내 주식 51조2,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28조2,709억원,기관이 22조8,583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정반대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매물을 개인이 모두 받아내면서 주가를 떠받쳤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벗어나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西學개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 잔액은 올 들어 123% 급증해 8월 말 322억 달러에 달했다. 서학개미는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미국 기술주를 많이 샀다. 테슬라의 경우 한국인지분율을 모두 더하면 10대 주주 수준이다. 예전에 비해 투자 절차가 한결 더 간단해졌다는 변화 역시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했다고 보인다.
존재감이 높아진 동학개미들은 상장사의 IR 활동은 물론 금융 당국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9월로 끝내려 했던 ‘공매도 금지’를 6개월 더 연장한것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지난달 배터리 사업 분사를 전격 발표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기관과 외국인만 모아놓고 콘퍼런스 콜을 연 것도 개미들을 더욱 자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상장사들이 개인투자자와의 소통에 이전보다 더욱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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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쏠드족(스마트 시니어)이 오히려 바뀐 현실에
더 잘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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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공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개인투자자를 강하게 만든 원동력은 ‘공부의 힘’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제 흐름을 어떻게 읽는지, 종목은 어떻게 분석하는지 등을 차근차근 익혀가는 개인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 관련 책이 주류를 이루던 서점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코너를 요즘은 주식 관련 책이 점령하고 있다. 예스24의 경제 실용서 판매 증가율(전년 동기간 대비)은 지난 6월 59.2%, 7월에는 76%까지 치솟았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은 해외 상장사와 관련한 뉴스와 리포트도 직접 찾아 읽는다. 현지 투자자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무 정보 제공 서비스인 ‘S&P캐피털IQ 플랫폼’, 실시간 뉴스를 알려주는 ‘구글 얼러츠’, 대가들의 거래 동향을 소개하는 ‘구루 포커스’ 등을 활용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공짜로 접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가 늘어난 점도 동학개미 운동을 더욱 활성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유튜브에서 주식·재테크 전문 채널은 ‘먹방’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에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투자전문 유튜버는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움직임에 쏠드족, 즉 스마트 시니어들이 결코 빠지지 않는다. 과거의 노년층과 달리 요즘의 시니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편이다. 스마트 시니어들은 자신의 공부와 개발을 위해 이런 스마트 지식을 활용하는 한편, 그 지식과 정보를 주변과 공유하는 데에도 게으르지 않다.
넘쳐나는 투자정보
옥석을 가려라
투자나 재테크와 관련해 공부할 만한 매체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시중에 쏟아지는 정보를 과신하는 것은 당연히 금물이다. 특히 인터넷 세상에서 공짜로 쏟아지는 주식 콘텐츠는‘투자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범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검증된 채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꾸준한 학습’과 ‘장기 투자’ 습관을 다져야 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의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는 2020년 10월 30일 기준 구독자 7만 명을 돌파했다. 투자 전문가들이 직접 출연해 투자 포인트와 주의 사항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연금, 세금 등과 관련한 재테크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대면 상담을 대신해 웨비나webina, 온라인 세미나도 늘리고 있다. 이제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화상회의 방식으로 간편하게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그 편리함에있어 세대의 차이는 좁아졌다.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직구족’을 겨냥해 확대하고 있는 투자 리포트도 세계 증시의 산업별·종목별 정보를 얻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사들이 내놓은 해외 종목 보고서는 1,052건으로 하루 평균 8.5건에 이를 만큼 증가했다. 해외 종목 보고서를 자사 고객에게만 비공개로 발간하는 증권사까지 모두 합치면 총 2,0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경제 매체들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국내 중소형 유망주나 해외종목을 발굴하는 분석 기사를 확대하는 추세다.
비대면 금융거래
적극적인 쏠드족
신한은행이 발표한 ‘미래설계보고서 2020’에 따르면 최근들어 50대와 30대를 비교했을 때 50대가 30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비대면 채널을 이용해 다양한 금융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쏠드족이 오히려 바뀐 현실에 더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펀드 상품 관리 시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50대의 비율은 58%로 30대(50%)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을 관리할 때도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50대의 비율은 67%로 30대보다 높았다. 금융기관 홈페이지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정보를 얻는 비율, 자산 포트폴리오 설계를 조정할 때 비대면 채널을 경험했다는 비율 역시 50대의 응답률이 다른 세대에 비해 결코 낮지 않았다. 시니어라고 해서 조용히 소극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는 추측 역시 선입견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결과다. 이전 세대에 비해 오늘날의 시니어들은 훨씬 더 건강하고 부유하며 인구 비중도 커졌다. 그런 만큼 금융 정보나 투자 부문에서도 쏠드족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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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를 강하게 만든 원동력은
공부의 힘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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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투자
글.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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