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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 04
지금은
빅블러 시대
빅블러,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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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각 분야의 혁신이 융합해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오로지 하나로만 승부하려 했던 기업들이 영역 간 경계를 넘나들며 산업계 전반에 자리 잡아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뜻을 지닌 ‘빅블러Big Blur’ 현상을 기업들을 통해 들여다본다.
쿠팡은 소매 기업일까, 물류 기업일까, IT 기업일까? 모두가 정답이다. 이렇게 업종이 헷갈리는 대기업이 출현하는 현상을 ‘빅블러’라 부른다. 위드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비즈니스와 삶에서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상이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이 융합되고, 과거 명확했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사람과 인공지능AI, 제조와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현실과 가상세계, 금융기관과 빅테크 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고, 파이프라인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 핵심 산업의 중심축이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속에서도 지속성장하고 있는 아마존과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경계를 무너뜨리고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유통을 구현했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빅블러 현상과 관련된 사회현상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빅블러 현상의 가속화
온라인쇼핑몰과 오픈마켓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거의 모든 온라인쇼핑몰이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와 신세계가 만나 사업을 의논하는 것도 빅블러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습이다.

편의점은 음식점, 커피숍 그리고 택배 픽업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만물상Everything Store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를 도입하여 핀테크 기능도 수행하게되었다. 실제로 2018년 스타벅스는 아르헨티나은행과 제휴해 커피뱅크를 출범시켰다. 수신액만 3조원에 육박하는 실제 중형 규모의 은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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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은행과 협력해 커피뱅크를 오픈했다.
일반스타벅스 매장처럼 커피를 주문하고 마실 수 있는 동시에 금융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기업들은 ESG 경영으로 비재무적 성과에도 바짝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업무였다면, 이제는 기업의 몫이 되고 현업이 되는 영역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기업의 효율성과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도움 없이는 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세계 리더들의 절박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 간의 빅블러 현상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경영의 혁신,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시대
스마트 팩토리 등 생산기술이 발달하고, 정보기술과 플랫폼 유통 기업들의 성장으로 백인백색의 제품을 주문·생산·소비하는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이란 대량생산Mass Production과 고객화Customization의 합성어로, 기업경영의 혁신적인 패러다임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해 생산자에게 상품을 주문 할 수 있는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진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몰과 더불어 미국 전역의 유기농 오프라인 슈퍼마켓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 무인점포 아마존 고Amazon Go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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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식품 체인 홀푸즈 마켓을 인수하고, 무인점포 아마존 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옴니채널 운영을 통해 1년에 120달러의 회원비를 내는 프라임 고객에게는 익일 배송과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생산자와 유통업자 그리고 소비자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나이키는 2020년 아마존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와 자사 몰을 통해 D2CDirect to Consumer 채널을 구축해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 개입 없이 직접 소비자를 일대일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소위 ‘D2C 혁명’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발전은 일대일 마케팅을 구현하는 빅블러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빅테크 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애다
작년 한국 소매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던 이커머스 비중이 이제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 가능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되면서 우리 앞에 충격적 현실이 펼쳐졌다. 국내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쇼핑의 시장가치가 3조원인 데 반해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쿠팡의 시장가치가 60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놀라운 현실이다. 30년 전 미래학에서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되었던 수치가 이미 실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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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이커머스로 시작해 배송, 음식 배달, OTT 등 다양한 영역의 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와 O4O Online for Offline,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같은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데이터 기반의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의 소매 산업을 잠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의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금융산업에도 빅테크 기업들이 진입해 금융 업무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석화 되고, 기존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
집에만 머무는 '코쿤족'의 등장
5G 시대,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업무와 오락이 가능한 세상이다. 포스트 백신 시대에도 많은 산업 분야에서 재택근무는 뉴노멀New Normal,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로 자리 잡을것으로 보인다.

회사 일과 가정 일의 블러가 발생하고 출퇴근 대신 산책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대신 홈트를 하는 놀라운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휴가도 랜선 여행으로 대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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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아가며 가정에서도 회사 일과 가정일의 블러가 발생한다.
이 같은 변화는 ‘집콕 경제’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탄생시켰으며, 집에만 머물면서도 생계가 유지되는 새로운 코쿤Cocoon 라이프스타일이 대세가 되고 있다. 나 홀로 즐기는 코쿤족은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의 성장, 긱Gig 경제의 성장 역시 빅블러와 연결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 각자의 시간은 더욱 부족해지는 시간 부족Time Poverty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등 각종 OTT 시청에 몰입하는 절대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실제 1인당 가처분 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회가 등장하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행하면서 소유 경제가 공유 경제, 구독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은 특성상 서비스 제공자가 소비자로 전환되는 양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1초 만에 자리바꿈이 가능해졌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는 향후 전 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의 생태계Ecosystem를 구축해 점점 더 많은 서비스를 붙여나가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 기존에 상세 구분된 한국표준산업분류와 같은 전통적인 산업 구분은 그 유효성이 점점 약해질 것이다. 오히려 카카오 생태계, 쿠팡 생태계처럼 주요 플랫폼 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 보다 유효한 방법론이 되고 있다.

빅블러는 기존 세상을 정의하던 많은 개념을 파괴시키고 있다.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패러다임에서는 명확한 입지와 역할이 있었다. 반면 플랫폼 비즈니스는 무형자산이 지배하고 24시간 무수한 사람이 출입하는 살아 숨 쉬는 복잡계적 특성을 가진다. 결론적으로 빅블러 시대에서는 과거의 모든 고정관념을 버려야 생존과 성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솔린 자동차 생태계에 적용했던 익숙한 모든 사고를 버려야 전기 자동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연결해보고, 사고의 속도를 높여야 성장할 수 있다. 변화의 충격을 이겨내는 ‘적응력’과 ‘속도’가 최고의 미덕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시작은 미국과 중국 등에 밀려서 늦었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사업 혁신성은 현재 한국인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빅블러 시대, 업무와 본업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과 연결해보며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콘텐츠를 개발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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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빅블러 시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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