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하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에 가장 그리운 건 맑고 따뜻한 여름 날씨.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호주에서는 그리운 그 날씨를 만끽할 수 있다. 광활한 대양과 원시림, 사막과 도시를 넘나들며 호주 곳곳을 감각적으로 즐기는 법이 여기에 있다.
호주 제2의 도시라 일컫는 멜버른Melbourne에서는 호주의 개성 넘치고 세련된 문화와 예술, 음식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멜버른의 구시가지에는 19세기에 들어와 급격히 개발된 도시답게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와 완벽한 대비를 이루는 신시가지의 고층 빌딩 군락과 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야라arra강, 그 주변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풍경이 이곳을 상징한다.
멜버른만의 특징적 풍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하늘 위로 올라가보자. 멜버른에서는 도시 상공을 유유히 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의 시내 중심가에는 ‘글로벌 벌루닝Global Ballooning’이란 이름이 새겨진 승합차가 다닌다. 해 뜨기 직전과 직후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를 눈에 담기 위해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승합차는 멜버른 서쪽, 야라강 하구의 뉴포트 항구로 향하고, 바로 그곳에서 풍선 비행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숙련된 솜씨로 풍선에 공기를 채우는 기장의 솜씨를 넋놓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열기구가 두둥실 떠오른다. 멜버른의 랜드마크 건축물인 유레카 타워를 비롯해 고층 빌딩들을 발아래로 조망하다가 남태평양으로 흐르는 야라강의 웅장한 물줄기, 그 곁으로 펼쳐지는 야라밸리Yarra Vally의 초록빛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사우스뱅크의 드넓은 광장과 레스토랑 및 카페를 품은 건물들, 플린더스 거리의 한적한 산책로,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멜버른 사람들의 주택 안뜰까지 샅샅이 살펴보며 멜버른 여행을 미리 상상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겉핥기가 아닌 제대로 즐기기
건축 투어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제대로 즐겨보자. 오페라하우스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항구는 시드니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Sydney를 넘어 호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명한 탓에 오페라하우스를 그저 예쁜 풍경 중 하나로 눈에 담고 사진 한 장 달랑 찍고 가는 경우가 많다. 기왕 시드니를 방문했다면 오페라하우스의 안쪽 깊숙이 들어가보자.
방문자 센터에는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갖춘 공식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547석 규모의 오페라극장과 2,679석의 음악당을 비롯해 여러 개 극장·도서관·전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대극장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관객이 휴식을 취하는 라운지 통창으로 펼쳐지는 시내와 바다 풍경 등 인상적인 순간과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더 알고 싶다면 백스테이지 투어를 선택해보자. 관람객이 아닌 공연자의 영역에서 오페라하우스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다.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리허설 공간을 비롯해 백스테이지 곳곳을 둘러본 후 공연자와 제작진만 들어갈 수 있는 ‘그린룸’에서 조식을 즐기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되는 각종 공연을 관람하는 일은 이곳의 진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오페라 하우스의 2024년을 여는 가장 큰 이벤트. 사라 자밀스 감독과 ‘오페라 퀸즐랜드’,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주립 오페라’, ‘서호주 오페라’가 공동제작하는 대형 공연으로 진행된다. ‘소리의 아름다움’에 헌신하는 건축물의 매력을 십분 누릴 수 있다.
쿠란다, 원시적 분위기 가득한 열대우림을 관통하는 법
쿠란다 숲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레인포레스트 스테이션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수륙양용차 아미덕을 타고 희귀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호주는 지구 그 자체다. 지구에 산소가 유입되기 시작한 억겁의 세월 전부터 형성된 철광 지층의 붉은 암벽부터 아직도 발견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는 오지의 광야까지, 우리가 자연에서 기대하는 모든 풍경과 감흥을 다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퀸 즐랜드주의 쿠란다Kuranda 숲은 100만여 년의 세월을 지나온 원시림이다. 120만 년 전 이 땅을 뒤덮었던 녹색 생명체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왈라비·악어 등 야생동물이 그 안에서 살아간다.
원시적 분위기로 가득한 쿠란다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여행을 좀 아는 이들은 레일 위에 오른다. 땅에 깐 레일 위를 달리는 쿠란다 열차와 하늘을 가로지르는 레일 위에 매달린 스카이 레일 레인포레스트 케이블카가 그것이다.
쿠란다 열차는 숲을 관통한다. 이 열차의 역사는 고원지대의 금과 주석 같은 광물을 캐려고 이곳을 찾은 광부들의 생필품을 조달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빈티지 분위기의 열차는 케언스에서 출발해 약 30~40km/h의 느릿한 속도로 쿠란다 숲으로 달린다. 75km 여정, 15개 터널과 37개 다리를 지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사탕수수밭,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원시림을 지나 배런 폭포에 이르면 기차 안에서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쿠란다 타운으로 향하자. 역에서 10분 거리로, 애버리지니Aborigine 조합에서 운영하는 흥미로운 공간들이 도로 양옆에 늘어서 있다. 레인포레스트 스테이션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수륙양용차 ‘아미덕Army Duck’을 타고 열대우림 한복판으로 들어가면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새를 비롯해 코알라, 캥거루, 왈라비 등의 야생동물과 마주할 수 있다.
골드코스트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바닷속 세계 탐험
호주 바다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들려면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초 군락에서 즐기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이 제격이다. 하트 산호초라도 만난다면 낭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호주의 바다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골드코스트Gold Coast로 향하자. 수족관과 동물원, 테마파크 등이 모여 있는 시 월드 크루즈Sea World Cruise는 바닷속에 들어가기 전 호주대륙에 면한 태평양의 해양 생태계를 살펴보기 좋은 베이스캠프다. 수족관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야생 돌고래·물개·펭귄을 관찰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바다 생명체들의 ‘삶’을 만나고 싶다면 시 월드 크루즈가 좋은 선택이다. 이 크루즈는 5월 초부터 골드코스트 해안을 찾는 야생 고래를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뱃길 위로 육지의 인간들을 실어 나른다. 해수면 위로 슬쩍모습을 드러내는 고래의 빛나는 등과 조우하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다에 몸을 적시고 싶은 이들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로 가길 추천한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로 면적 20만km², 길이 약 2,300km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900여 개 이상의 산호섬과 대륙도로 구성된 이곳에선 1,600종 이상의 물고기, 215종 이상의 해조류와 바다거북 6종, 고래 30종 등이 서식한다.
이곳을 즐기는 최적의 방법은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이다. 최근에는 바닷속 박물관도 추가한다. 뮤지엄 오브 언더워터 아트MOUA로 부르는 이곳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해양공원 안에 위치한다. 해안가 부두 끝자락에서 보이는 조각상 ‘오션 사이렌’은 MOUA의 상징 중 하나. 바닷물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이 조각상은 해수 온도상승이 산호초에 끼치는 영향을 일깨우려는 작가의 의도 아래 탄생한 작품이다. MOUA의 하이라이트 코럴 그린하우스는 스테인리스스틸 구조물 안, 산호초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22개 조각상과 그 사이를 채우는 물고기 및 해초가 만들어내는 장면이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다이빙으로만 만날 수 있으며, MOUA에서 안내하는 보트 위에 오르는 것이 가장 쉬운 경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