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2. 04. 05
삶을 더 이롭게,
청소 로봇이 만드는 세상
로봇이 지키는 지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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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쓰레기 더미가 지구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땅과 바다, 산 어디에나 사람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쌓인다.
이를 없애고자 환경보호 단체들이 나서고 있지만, 이미 쌓여버린 쓰레기를 사람의 손으로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역부족이다.

지구의 환경을 위해, 인간의 삶을 위해 로봇이 나섰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삶을 더 이롭게 만드는 청소 로봇이 그 주인공이다.
해양 쓰레기의 80%는 플라스틱
2019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바닷가에 죽은 향유고래가 떠내려왔다.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배 속에서 100kg에 이르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와 충격을 안겼다. 고래 배 속에는 밧줄, 플라스틱 컵, 장갑, 포장용 줄, 배관 등 사람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다. 고래만이 아니다. 바다거북, 앨버트로스 등도 위와 창자에 일회용 라이터, 비닐 등으로 가득 찬 채 죽은 사진이 보도돼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연간 10만 마리가 넘는 해양 포유류, 1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가 폐기물 등 해양 쓰레기로 폐사하거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현대인은 과거에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편리한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과 그늘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갈수록 늘어나는 쓰레기 처리 문제다. 더욱이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서 음식 배달 문화가 늘어나고, 개인위생 의식이 높아지면서 생활 쓰레기는 급증세다.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지대에 있는 해양 쓰레기의 면적은 180만km2로 대한민국 면적의 16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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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이 늘어나면서 폐기물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고, 그 대안으로 청소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지상에서는 몇 년마다 쓰레기 매립장이 가득 차 새로운 후보지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고, 깊은 바닷속까지 문명이 만들어낸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으며, 안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이 해양 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 생활은 플라스틱과 비닐 없이 잠시도 유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단기간에 플라스틱을 없애거나 생분해성 대체 물질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일도 쉽지 않다.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심해 공간에 접근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류의 골칫거리에 첨단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이 희망의 빛을 던지고 있다.
힘들어도 꿋꿋하게, 청소 로봇의 임무
청소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꺼려온 대표적 3D 업무다. 하지만 로봇은 위험하고 더럽고 힘들다는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가 없다.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고층 아파트의 유리창과 침대 밑도 청소 로봇에겐 두렵고 꺼리는 구역이 아니다. 아무리 찾아가기 힘들고 구석진 곳이라 해도 로봇은 에너지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치지 않고 쓸고 닦는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가정이 청소 로봇을 통해 그 요긴함과 고마움을 확인하고 있다. 바닥 청소용 로봇, 유리창 청소용 로봇 등은 가장 대중화한 로봇이기도 하다. 물걸레 청소 로봇은 만족스러운 ‘허드렛일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처음 사용한 ‘로봇Robot’이란 단어의 어원은 체코어 ‘로보타Robota’이다. 로보타는 허드렛일 또는 노예 상태를 뜻하는 말로, 청소 로봇이 사실상 가장 로봇의 원래 이미지에 가까운 셈이다.

과학기술은 청소 로봇을 드넓은 바다로 보내 현대 문명의 골칫거리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양 쓰레기 청소 로봇은 이미 업무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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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주변을 돌며 그물에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젤리피시봇
프랑스 기업 이야디스IADYS가 개발한 해양 청소 로봇 ‘젤리피시봇JellyfishBot’은 항구 주변을 떠다니며 그물로 바다 쓰레기를 수거한다. 원격 조종 모터를 이용해 항구에 떠 있는 비닐과 스티로폼, 음료수병 등을 모아 담는다. 여행용 트렁크 크기의 젤리피시봇은 프랑스 남부의 카시스 항구를 비롯해 수십 개 항구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로 수출돼 전 세계 항구를 깨끗하게 만들 예정이다.

젤리피시봇을 개발한 해저 로봇공학박사 니콜라 카를레시Nicolas Carl´esi는 “해변에서 시간을 보낼 때마다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많아지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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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에서 플라스틱과 잔폐기물을 수집하는 아쿠아 드론, 웨이스트샤크.
네덜란드의 해양 기술 기업 란마린 테크놀로지RanMarine Technology가 개발한 ‘웨이스트샤크WasteShark’ 로봇은 해상에서 플라스틱과 잔폐기물을 수집하는 아쿠아 드론이다. 항만이나 운하에서 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었으며, 로테르담 항구에서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상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소 임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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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클린업은 거대 쓰레기 지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환경 단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해결책을 지원한다. 청소 로봇에 필수적인 인공지능 이미지 식별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Earth’ 프로젝트를 통해 비영리 기업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의 해상 쓰레기 수거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오션 클린업은 강과 바다를 떠다니는 부유물을 촬영한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류하고 식별해 수거하는 기업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기업 테크틱스TechTics가 개발한 ‘비치봇BeachBot’의 머신러닝 학습을 위해서도 이미지 학습용 사진 데이터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비치봇은 해변을 자율주행하는 로봇으로, 장착된 카메라 2대를 통해 모래사장에 박혀있는 담배꽁초 같은 작은 쓰레기도 찾아낸다. 쓰레기를 찾아내면 주행을 멈추고 로봇 팔을 뻗어 수거한 뒤몸통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넣는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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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를 원활하게 이동하며 3,000㎡ 상당의 면적을 청소하는 비봇.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를 위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까지 해양 쓰레기를 9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외에도 캐나다 해양 기업 포랄루 마린Poralu Marine이 제작하고, 미국 로봇 개발 기업 포오션4Ocean이 구매한 ‘비봇BeBot’은 플로리다주 해변에 총 29대 투입돼 모래사장과 리조트 주변을 청소한다. 모래 안에 숨어 있는 담배꽁초, 병뚜껑, 플라스틱 폐기물, 일회용 쓰레기를 선별해 수집할 수 있게 제작했다.
환경을 넘어 인류를 위한 선한 존재
청소 로봇은 해양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환경을 위해 일하고 있다.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 분류에도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동원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2019년 촉각을 이용해 쓰레기를 분류하는 ‘로사이클RoCycle’ 로봇을 개발했다.

기존 재활용 센터에서는 자석과 공기필터를 이용해 각각 철과 종이 등을 분류해왔는데, 이물질이 묻거나 혼합된 쓰레기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아 사람들의 수작업이 필수였다. 로사이클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손이 지각하듯 촉각을 통해 쓰레기를 분류하는 능력을 지녔다. 미국의 AMP 로보틱스, 국내의 이노버스 등 스타트업 기업들도 인공지능 이미지 처리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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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잔디밭을 오가며 반려견 대변을 처리하는 로봇 비틀.
캘리포니아주 스타트업 비틀 로보틱스Beetl Robotics가 개발 중인 반려견 대변 처리 로봇 ‘비틀Beetl’은 넓은 잔디밭을 오가며 스스로 발견한 개 배설물을 회수한다. 이는 마치 로봇 청소기가 집 안을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 흡사하다. 비틀이 출시되면 아무 데나 배설하는 반려동물의 뒤를 쫓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의 각 시도에서도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에 청소 로봇을 보내 곳곳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며 깨끗한 거리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인류를 위협하거나, 직장에서 나의 일자리를 빼앗는 두렵고 무자비한 존재가 아니다. 편리함에 이끌려 도외시하던 환경문제를 로봇이 해결해줄 수 있다.

로봇은 우리가 어떻게 설계하고 쓸모를 정하느냐에 따라 인류 모두와 지구를 위한 선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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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ESG) #IT기술 #라이프
글. 구본권(디지털 인문학자,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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