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2. 04. 26
러스틱 라이프의
시작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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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라고 하면 나이 들어서 혹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었다.
이제는 인식이 달라져 ‘촌캉스’, ‘논밭뷰’ 등을 따지며 MZ세대도 눈을 돌리는 곳이 되었으며, 코로나19로 밀집한 도시 주거 환경보다 인구가 적은 시골이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찾는다. 이러한 새로운 생활양식을 ‘러스틱 라이프’라고 말한다.
시골로 향하는 도시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 관광지가 아닌 시골로 말이다. 마을과 농가로 사람들이 찾아간다. 오지 캠핑장은 자리가 없고, 으슥한 곳에는 차박을 하려는 이들이 몰린다. 조그만 소읍에 맛집이다 싶으면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다. 요즘 시골 농로에는 카페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아예 눌러앉은 이도 많다. 한두 달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은 전국에 퍼졌고, 귀농·귀촌 인구는 50만 명 안팎이다. 귀농·귀촌 관련 강좌는 일찍 모집이 마감되기까지 한다. 수십 년 전 ‘제발 농촌으로 와주세요’라고 외칠 때는 그렇게도 무심하더니 지금은 알아서 갈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시골에 가는 것이 유행이기는 한가 보다.
시골로 향하는 사람들
예전에는 농어촌 출신들이 도시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회귀의 개념인 유턴형 귀농·귀촌이 많았지만, 점점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지역을 찾아가는 추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는 달라진 상황 때문이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안전함을 보장받기 위해 시골을 찾는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봄 이후 안전을 이유로 도시에서 벗어난 가구가 상당히 늘었다. 아예 농촌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머무는 가족도 늘어났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주거와 생활환경이 열악해지며, 사람과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농촌으로 향하는 현상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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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직접 밭에서 키우고 갓 딴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은 건강을 선사할 뿐 아니라 시골 생활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지금의 시골은 작은 불편함이 있을 뿐 즐기다 가는 분위기가 돋보인다. 유튜브에 화려한 리조트 리뷰보다 고즈넉한 시골 영상의 조회 수가 더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럭셔리한 호텔과 관광지가 주제였던 방송 프로그램도 시골에서 소소하게 밥을 지어 먹고 자는 프로그램이 더 인기다.

<바퀴 달린 집>, <해치지 않아>, <안 싸우면 다행이야>, <어쩌다 사장>, <시고르 경양식> 등 힐링 예능 프로그램이 시골 라이프를 내세우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섬과 산골에서 몸뻬를 입고 구시렁대며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모습에 더 열광하며, 이제는 다들 시골 생활에 대한 재미를 솔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농촌에 가서 논만 바라봐도 힐링이 되고, 시골 밥상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농민들은 치유 농업을 배우는 데 한창이다. 치유농업사가 국가 자격증으로 나올 예정이라니 분위기가 다르다. 이제는 촌스러움을 찾아 경험하고, 촌스럽게 직접 살아보려는 노력이 보인다. 촌스러움이 트렌드가 되는 세상이 왔다.
촌스러움=개성의 표현
촌스럽다는 것은 도시처럼 세련되지 않은 것들을 의미한다. 전에는 유행에 뒤처졌거나 뭔가 하이 레벨의 규칙이나 프로토콜에 맞지 않았을 때 촌스럽다고 했다. 조금은 격식이 있는 자리에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를 입고 나오거나, 누군가 지나치게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나오면 촌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성의 표현이라고 한다. 무릎이 나온 바지는 빈티지고, 붉은 립스틱은 그녀가 좋아하는 색일 뿐이다.

시골 생활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도시와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도시와 대비해 상하 우월의 개념보다 수평적인 동등한 개념으로 다가온다. 이제 촌스러움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영국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프Kiko Kostadinov가 서울 동묘시장의 아재 패션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동묘시장을 방문한 뒤 자신의 SNS에 “세계 최고의 거리. 스포티Sporty함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믹스 매치 정신”이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동묘시장에서 찍은 매우 힙하고 스웨그가 넘친다는 아재 패션이 올라와 있는데, 참으로 보기에 가관이다. 가관可觀이 아니다. 아름다울 가를 쓴 가관佳觀이다.

스웨그 넘치는 아재 패션은 정말 재미있다. 촌스러움은 단순하다. 그리고 유치하다. 극한의 유치함은 굉장한 웃음을 유발한다. 고도의 계산된 드라마보다 한 편의 짤이 더 감동을 주는 것처럼 촌스러움은 대단한 유머 코드이자 엔터테인먼트 소재다. 그래서 사람들은 놀 때 촌스러움을 추구한다. 그 모습은 여행에서 많이 나타난다.
MZ세대가 즐기는 러스틱 라이프
촌스러움을 통해 나타난 여행 트렌드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다. 러스틱은 ‘시골 특유의, 소박한’이라는 뜻으로, 즉 시골 생활이 뜬다는 얘기다. 최근 도시를 완전히 떠나 시골에 자리 잡고 사는 ‘이도향촌離都向村’이 아닌, ‘5도2촌’, ‘4도3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4~5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2~3일은 시골에서 여행하듯 생활한다는 의미다.

또 열흘이든 한 달이든 체류하며 살아보는 한 달 살기로 시골을 즐기고, 시골로 떠난 여행에서 이곳이 나에게 맞다고 여겨지면 그곳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이때 ‘벼세권’, ‘불멍맛집’, ‘노을뷰’, ‘논밭뷰’ 등을 따지며 또 다른 시골 생활을 구현하기도 한다.

러스틱 라이프를 가장 선두에서 실현하며 즐기는 이들은 MZ세대다. 답답한 회사 생활에 지칠 때면 과감하게 휴가나 사표를 내고 시골살이를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떠돌고 있다. 열차에는 여행자로 짐작되는 MZ세대가 1년 내내 가득하다. 그들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출근하는 듯한 정장을 입고 알록달록한 여행용 트렁크를 밀고 다니며,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들은 하루나 이틀 정도 묵으면서 유명 관광지보다는 보기에 예쁜 곳을 찾아 즐긴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관조하며 즐긴다. 움직임을 보면 우왕좌왕이 없다. 미리 검색해왔기에 많이 와본 곳인 양 거침없이 다닌다. 예쁜 디저트 카페부터 골목길, 논길에서까지 자주 눈에 띈다. 그러곤 촌스러운 곳을 갈수록 뿌듯함을 느낀다. 시골에 있는 자신만의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를 SNS에서 자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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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을 다니다 보면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여유로운 환경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풍경에 이끌려 시골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연과 시골의 매력을 즐기는 동시에 도시 생활의 여유와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 새로운 삶의 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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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즐긴다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려면 우선 제대로 알아봐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골에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중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인 ‘농촌에서 살아보기’가 대표적이다. 농가나 체험마을 숙소에 묵을 수 있으며, 요즘은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해졌다. ‘귀농인의 집’은 원하는 영농 기술을 배우고 농촌을 체험하는 동안 머물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집과 함께 영농 실습장을 빌려주고, 영농 창업 훈련을 해주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라는 곳도 있다. 1년 단위로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당장 시골에 살지 않더라도 교양 과목을 듣는 셈 치고 간접경험을 하며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이렇게 농촌 살기를 체험해본 후 지역에 정착하고 싶거나, 세컨드 하우스를 가지고 싶다면 원하는 지역의 지자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빈집정보를 살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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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기 위해 찾기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찾는 것이 요즘 귀촌의 트렌드다.
도시의 촌스러움이 싫어 시골의 촌스러움을 찾아가는 세상이다. 그저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마음에 이끌린다면 잘 알아보고 시골로 가자. 시골의 일상에서 오는 푸근함을 느끼다 보면 러스틱 라이프가 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고, 소소한 자신감과 행복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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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글. 김성주(슬로우빌리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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