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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22
Bonjour Paris
올림픽이 바꾼 파리의 새 얼굴
2024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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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부터 프랑스의 수도로 역사를 쌓아온 파리가 100년 만의 올림픽을 맞아 새롭게 태어났다. 변화를 불편해하던 파리 시민들의 불평불만도 서서히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대대적인 도시 재생 작업으로 새로 짓는 건축물은 모두 친환경 자재와 공법을 적용했고, 수질 악화로 물속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 센강도 사람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새로운 파리와 만나보자.
파리의 변할 준비는 끝
지난 6월 17일, 프랑스 파리의 센강 동쪽 편에 이른 아침부터 50여 척의 배가 무리를 지어 등장했다. 수십 척의 유람선과 바지선 그리고 소형 보트까지 각양각색의 배들이 수백 미터에 걸쳐 늘어섰다. 올림픽 개막을 39일 앞두고 개회식에서 펼쳐질 ‘수상 퍼레이드’를 리허설하기 위해 모인 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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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올림픽과 달리 센강 위에서 유람선을 타고 개막식에 등장할 선수단을 그린 조감도 ©Paris 2024
이번 올림픽 개회식은 근대 올림픽 128년 역사상 최초로 스타디움이 아닌 야외, 그것도 강 위에서 펼쳐진다. 약 100대의 배에 5,000여 명의 선수들이 나눠 타고 약 6km의 뱃길을 행진한다. 이날 리허설에 나선 배들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지휘 아래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Austerlitz 다리부터 서쪽 이에나Iena 다리 사이를 두 번 왕복하며 배들 간 안전거리는 잘 유지되는지, 또 각 배에서 송출되는 중계 영상은 잘 전달되는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과 ‘변화’를 추구한다. 익숙한 그림의 올림픽을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사상 최초의 수상 개막식에서부터 역대 최고 수준의 저탄소·친환경 올림픽, 또 문화와 스포츠가 어우러지는 ‘문화 올림픽’을 만들고, 엘리트 체육 선수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개방된 올림픽’, ‘참여하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도시로
파리시는 100년 만에 돌아올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1만500명의 선수와 연인원 1,500만 명의 관광객에게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파리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우선 새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했다. 올림픽에 사용되는 경기장의 95%가 기존 시설 혹은 임시 건물이다. 그리고 파리 곳곳의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한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아래 샹드마르스 광장, 프랑스대혁명의 역사를 품은 콩코르드 광장, 20세기 초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그랑팔레, 나폴레옹이 잠들어 있는 앵발리드와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베르사유 궁전 등 파리의 대표 명승지 10여 곳이 1년여의 준비를 통해 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육상, 양궁, 레슬링, 복싱, 펜싱, 근대5종경기 같은 종목들이 치러진다.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Ugo Gattoni가 섬세하게 그려낸 파리 올림픽 공식 포스터는 파리의 수많은 광장과 건물이 이번 올림픽에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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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가 그린 파리 올림픽 포스터와 패럴림픽 포스터. 2개의 포스터를 하나로 붙인 것이다. ©Paris 2024
임시로 마련된 경기장은 대부분 목재를 활용했다. 파리시는 “목재는 나무가 자라는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재활용이 쉬워 뛰어난 친환경 재료”라고 강조한다. 몇 안 되는 신축 시설 중 하나인 선수촌에는 에어컨 대신 자연 통풍을 이용한 온도 조절 시스템을 채용했다. 도쿄 올림픽에 사용했던 ‘골판지 침대’도 더 튼튼하게 업그레이드되어 등장한다. 모두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발생량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심지어 선수촌 식단도 가공식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저탄소·친환경 메뉴를 제공한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조리 과정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프렌치 프라이감자튀김도 나오지 않는다.

조직위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탄소발생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선수촌과 새 수영 센터 등 완전히 새로 짓는 건물은 파리의 ‘도시 재생’에 적극 활용된다. 이 건물들은 중동·아프리카 이민자가 집중 거주하는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 지역에 들어섰다. 올림픽이 끝난 후 청년층과 혁신 기업을 대거 끌어들이는 주상복합건물로 바뀔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낙후된 파리 변두리 지역, 이른바 ‘방리유Banlieue’가 젊은이와 신기술 기업들이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로 바뀔 것으로 파리시는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라는 자부심
8월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기간 내내 파리시에서는 스포츠 경기와 문화 공연을 다양하게 연결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루브르박물관의 요가 프로그램, 파리 20개 구 대표들이 출전하는 구 대항 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또 시내 전역에서 2,300여 개의 공연과 문화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도미니크 에르비외Dominique Hervieu 문화 올림픽 프로그램 디렉터는 “올림픽 안에 문화와 예술의 자리를 보존하고자 했던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비전을 실현하려 한다”고 밝혔고,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은 “경기를 관람하고 나오면 바로 근처 광장과 공원,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무료 공연과 문화 행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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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유서 깊은 공간은 선수들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질 전망이다. 승마와 근대5종경기가 치러질 베르사유 궁전. ©Paris 2024
파리의 상징인 센강의 변화도 큰 기대를 낳고 있다. 조직위는 남녀 철인3종 수영 경기를 센강에서 열기로 했다. 파리시도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무료 강수욕장 3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센강을 ‘수영 가능한 강’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파리 시민들의 기대치는 낮은 편이다. 센강은 수백 년 된 낡은 하수도관과 우수관 등을 통해 유입되는 오수와 폐수 때문에 이미 100년 전인 1920년대부터 수영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파리시는 총 14억 유로(2조1,000억 원)를 투자해 대대적 수질개선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교통 체계에도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하철과 광역급행전철RER 노선, 버스 노선을 대폭 확충했다. 이로 인한 비용 때문에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 시내의 대중교통 요금은 2.15유로(약 3,200원, 지하철 1회 탑승 기준)에서 4유로(약 6,000원)로 2배 가까이 인상된다. 더불어 자전거길을 기존의 2배 수준인 1,400km로 크게 늘렸다. 올림픽을 계기로 파리를 자동차가 아닌 대중교통과 자전거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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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펜싱 종목이 열리는 그랑팔레 미술관 ©Paris 2024
올림픽을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파리가 씻어야 할 오명은 또 있다. 바로 ‘노상 방뇨’ 문제다. 공공 화장실이 드문 파리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식당이나 카페를 부러 이용하거나, 최소 1유로(약 1,500원)를 내고 유료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노상 방뇨를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데다 이를 해결하고자 도입했던 소변기Uritrottoir 역시 흉물스럽다는 악평을 받은 바 있다. 파리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센강 주변에 1,400여 개 간이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 또 지하철역의 직원용 화장실과 100여 개 상점 화장실을 개방하는 한편, 현재 750개 수준인 공공 화장실 중 약 40%를 수리하고 소변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역량을 전 세계에 뽐낼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문화예술적인 올림픽. 파리는 이를 목표로 올림픽에 대한 고정관념을 하나하나 허물어가려 한다. 이를 통해 도시 재생과 수질 개선, 교통 체계 개선 등 파리라는 도시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올림픽이 파리라는 세계적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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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환경(ESG)
글. 정철환(조선일보 유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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