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REND
2020. 12. 28
배움의 본질을 찾아서
: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수단으로서의 공부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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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은 자신의 저서 젊음의 탄생을 통해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이 작은 책을 오늘의 젊음을 위해 바친다”고 말했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요즘, 가장 근본적인 배움으로 돌아가 기대본다.
배움이 있는 삶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서 제도 교육을 마친 성인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성인용 학습지를 신청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외국어 공부를 하고, 원어민과 전화로 외국어 회화를 공부한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곳인 줄로만 알았던 방송대에, 학사 학위 이상의 학력을 가진 어른들이 정식으로 입학해 자신이 전공한 과목 이외의 과목을 다시 공부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 대학에서 개설한 온라인 코스에 등록한 사람도 드물지 않다.
사회 곳곳에 공부하는 어른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여러 공공 기관과 사설 기관에서 각양각색의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생각도 못 했던 여러 분야에서 원데이 클래스가 열린다.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독서 토론 클럽이 유료로 열리면서 크게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추세는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수업이나 토론 등이 잠깐 주춤하는 듯했으나 다들 비대면 수업과 토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과거 직장인의 자기 개발은 특정 외국어 공부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용 분야에 한정되었는데, 최근 등장한 어른들의 공부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공부. 청소년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켜서 하던 공부는 재미없고 힘들더니, 어른이 되어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해 하는 공부는 재미있기만 하다고 한다.
공부로 이겨내는 팬데믹
오늘날 어른들의 공부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자기 경영에 가깝다. 자기 개발형 공부는 타율적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자기 경영형 공부는 자율적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를 세우는 것도, 공부의 속도와 분량을 정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남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닦아나가는 수양에 가깝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공부하는 어른들에게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 같다. 외향성·활동형의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심하게는 우울증에 빠져 있지만, 자기 경영형 공부를 해온 내향성·성찰형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 시기를 ‘공부하기 딱좋은’ 때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팬데믹 발생 이후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질문은 독서로 이어진다. 일차적으로는 전염병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데이비드 콰먼의 저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등 전염병의 시대를 다룬 책이 많이 읽히기도 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팬데믹 이후 이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질문에 대답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한편 종교나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 역사나 문학에서 답을 찾으려는 사람, 소위 인문학에 몰두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명상에 몰두하기도 한다. 자신 안에서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다.
어른들의 공부는 이 순간을 변혁하거나 바꾸어놓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공부를 통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견뎌야 하는지를 배울 수는 있지 않을까. 더 나은 것, 더 높은 차원의 어떤것이 존재한다는 믿음만으로도 인간의 삶은 한결 견디기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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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조류독감,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의
세계를 다룬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02
1947년에 나온 소설 《페스트》는
팬데믹으로 새삼스러운 인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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