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04. 05
나만의 정원을
가꾸다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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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과 마음의 힐링이 필요한 올해는 식물이 더욱 우리 생활 가까이로 들어올 예정이다.
겨우내 가드닝의 기초를 습득하고, 다가오는 봄에는 나의 정원에 감각을 발휘해 스스로 가든 디자이너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적 가든 디자인의 트렌드와 함께 가든 디자인 코칭을 소개한다.
아직은 긴 겨울을 지나고 있지만 이제 얼마 안 있어 입춘과 경칩이 오고, 정원은 다시 힘을 내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할 것이다. 지난 한 해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지나왔고, 그런 과정에서 더 자연을 찾고 식물을 가까이하려는 마음이 간절해져 사람들과는 언택트였지만, 자연이나 식물과는 콘택트가 더 많아지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하기도 하지만, 정원을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정원이 있는 삶’에 대한 욕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원에 나가서 꽃을 살피고 물을 주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고, 정원 생활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극복했다는 정원주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식물과 자연이 주는 위로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을 확실히 느낀다.
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면 세계적인 정원의 흐름을 살펴보고, 우리 집에 어울리는 정원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어떤 식물을 고를 것인지 알아보면서 하나하나 정원 디자인을 준비해 보자.
자연에 온듯한 감성을 담은
자연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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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우저 앤드 워스 미술관 중정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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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 앤드 워스 미술관 정원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뉴욕의 명소로 알려진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는 폐 산업 철도 위 총 2.4km 길이에 꾸며진 자연 풍경을 담은 정원으로, 사계절에 걸쳐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을 만끽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정형화된 혹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많이 가미된 정원이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어왔다면, 현재 자연주의 정원naturalistic Garden, New Perennial Movement(정원에 주로 숙근초-겨울 동안 식물체의 지상부가 말라죽고 뿌리만 남아 있다가 봄에 생장을 계속하는 초본식물 -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가 대세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자연주의 정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네덜란드 출신 핏 아우돌프Piet Oudolf라는 인물인데, 그는 77세의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영국·미국·스페인 등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연주의 정원을 의욕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국내 정원계에서도 이미 많은 영향을 받아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도 2019년에 상영되었고, 아우돌프 정원을 만들기 위한 숙근초 대부분이 국내에서 재배·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꽃이 만발한 계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새싹이 트는 생명력 가득한 봄 정원, 정원의 색깔이 스러지면서 형태가 드러나는 갈색의 가을 정원, 마른 씨앗과 줄기 그리고 그라스의 잎들이 바스락거리는 겨울 정원. 이 모든 사계절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 자연주의 정원의 가장 기본이다. 사람이 만든 정원이지만 자연에 온 듯한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생태적인 면까지 배려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우돌프는 본인의 다큐 영화 <파이브 시즌스Five Seasons>에서 ‘인생과 정원은 닮은 점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인생에서 중년이 가장 멋진 시기이고, 정원도 가을 정원이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우나, 다만 다른 것은 정원에는 봄이 다시 돌아오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가 만든 아름다운 정원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나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있는 루리 가든Lurie Garden 이외에 영국의 서머싯Sommerset에 있는 하우저 앤 워스Hower & Wirth 미술관, 네덜란드의 훔멜로Hummelo 작가 자택 정원, 싱거라렌Singer Laren 미술관과 블린더호프Vlinderhof 정원 등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홋카이도에는 영국의 정원 작가 댄 피어슨Dan Pearson이 디자인한 ‘천년의 숲Millenium Forest이 자연 속에 조성한 자연 정원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닛코산맥 기슭에 자리해 어스 가든, 메도우 가든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숲과 초지 형태를 최대한 살려 정원을 만들었으며, 특히 메도우 가든은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자연주의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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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자연주의 정원인 홋가이도 ‘천년의 숲’ 메도우 가든
식물에서 출발하는
정원 디자인
대표적 자연주의 정원들의 특징을 이해했으니 자연스러움과 계절감을 느끼는 정원을 우리 집에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지금부터 봄 정원의 디자인을 시작해보자.
아래 사진에서 보듯 같은 정원인데, 4월 4일 심은 직후와 한여름 7월 30일의 모습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식물 구입 전 식물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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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이른 봄 정원(장소: 양평덜꿩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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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한여름 정원(장소: 양평덜꿩정원)
식물 쇼핑 리스트 만들기
꽃 시장에 가기 전, 정원에 어떤 식물을 심을지 책이나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본다. 아름다운 꽃에 취해이것저것 사서 심다 보면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정원이 되기 십상이다. 꽃 시장에 가기 전에 꼭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아름다운 정원 사진을 보고 식물을 선택하는 방법도 활용한다.
식물에 대해 미리 알아보기
구입하고자 하는 식물이 양지와 그늘 어느 쪽에서 잘 자라는지, 얼마나 성장하고 어떻게 꽃을 피우는지 미리 알아보고 구입하면 좋다. 관심 있는 식물은 미리 검색해보면 식물의 특성과 관리 방법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원의 즐거움 숙근초
매년 봄 꽃 시장에 들러 봄꽃을 사는 즐거움도 있지만 비용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한번 심으면 매년 그 자리에서 다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숙근초는 정원의 즐거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4월 정원에서는 아직은 차가운 흙을 헤치고 싹을 틔우는 숙근초를 발견하는 것이 이른 봄 수선화, 튤립꽃을 보는 것만큼 즐겁다. 최근 인기가 있는 숙근초를 보면 숙근샐비어, 숙근제라늄, 좁쌀풀, 자엽펜스테몬, 톱풀, 에키네시아, 베르가모트, 아스터, 센트란투스 등 다양하다. 허브 중에서는 중부 지방에도 월동 가능한 러시안세이지, 네페타, 잉글리시라벤다 등은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땅에 심으면 가을까지 보라색 꽃을 볼 수 있다. 이들 숙근초 중에는 장마 전에 줄기를 한 번 잘라주면 초가을에 꽃이 다시 한번 피는 종류도 많다.
정원에 심기 좋은,
적당한 키의 떨기나무
주택 정원을 리모델링 작업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중 하나는 너무 커버린 큰키나무를 정리하는 것이다. 처음 정원을 만들 때 작은 나무를 심었는데, 몇 년이지나니 정원에서 거인처럼 커버려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데, 좀 더 살펴보면 정원에 어울리는 그리 키가 크지 않은 나무(떨기나무)들도 매우 다양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떨기나무는 풍년화, 수국, 박태기나무, 명자나무, 수수꽃다리, 모란, 말발도리, 낙상홍, 조팝, 히어리, 앵도나무, 화살나무, 국수나무, 개시땅나무, 댕강나무, 안개나무, 국수나무, 철쭉 등이다. 초화 류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며, 이른 봄부터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여름 내내 녹색 잎을 즐기며 가을에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떨기나무는 필요한 만큼 전정을 해도 다시 잘 자라고, 꽃이나 줄기가 아름다워지기도 하며, 관리하기도 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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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목조 주택을 배경으로 심은 자엽안개나무와 병아리꽃나무(장소: 양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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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 힐링을 선사하는 파니쿰
정원에 깊이를 더해주는 그라스
최근에는 공공 정원이나 테라스 정원에서도 다양한 그라스grass 식물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라스는 다른 식물이 배경이 되게 만들기도 하고, 숙근초와 혼합해 심어정원에 깊이를 더해 주기도 한다. 가을 정원에서 그라스는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려서 보는 이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시중에 모닝라이트, 그린라이트, 실새풀, 파니쿰, 스티파, 털수염풀 등 다양한 품종이 나와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그라스류는 매년 2월경에 마른 잎들을 잘라주는 것 외에는 키우기 매우 수월한 식물 중 하나다.
정원을 풍성하게 하는 오브제·예술작품
이번 봄, 정원에 좀 더 큰 변화를 주고 싶다면 정원 일부분에 구조물을 만들어보거나, 공간에 어울릴 만한 화분이나 오브제를 골라보는 것도 좋고, 가능하다면 예술품을 설치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런 시도는 정원에 개성을 불어넣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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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고벽돌 담장과 빈티지한 화분을 오브제로 활용해 공간감이 생긴 장미 정원.(장소: 전주힐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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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본격적인 옥상정원으로 꾸미기 어렵다면 플랜터로 휴식공간을 꾸밀 수 있다.
플러스 가드닝 팁
1. 정원에 그늘이 많다면 햇볕을 많이 보지 않아야 꽃도 예쁘고 성장이 좋은 식물도 있가. 헬레보러스, 목수국이나 산수국, 풍지초, 휴케라, 노루오줌, 카렉스류, 고사리나 바위취 등은 반그늘 정도에서 아주 잘 자라는 식물이다.

2. 꽃보다 아름다운 잎 실제 정원에서 2~3주 정도 꽃이 피고, 잎을 보는 시간이 훨씬 길다. 서로 어울리는 식물 잎들의 칼라, 형태, 텍스처 등을 잘 조화시키는 것도 정원 식물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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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취미/취향
글. 김원희 가든 디자이너·엘리그린앤플랜트(www.ellygreens.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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