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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27
증강현실의 생활화
곧 현실?
스마트 글라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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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글라스를 둘러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애플, 메타 등이 연이어 스마트 글라스를 시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스마트 글라스 시대가 곧 다가오는 걸까?
증강현실 파트너, 스마트 글라스
지난 5월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이사회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시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같은 달 열린 ‘구글 I/O개발자 콘퍼런스 2022’에서도 AR 글라스를 이용해 외국인과의 대화를 실시간 번역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열린 ‘인사이드 더 랩Inside the Lab’ 행사에서 개발 중인 가상·증강현실VR·AR 헤드셋 여러 대를 소개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3월 사내 전략 방향 설명회에서 올해가 끝나기 전 AR 글라스를 사업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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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GO’ 게임에도 다양한 증강현실 기능이 쓰인다.
스마트 글라스를 알려면 먼저 증강현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다. ‘포켓몬 GO’ 게임이 인기를 끈 이후 다양한 증강현실 기능을 이미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증강현실을 경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셀카 앱으로 사진을 찍을 때 쓰는 여러 가지 효과도 증강현실, 즉 AR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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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헬멧처럼 컴퓨터그래픽을 현실에 덧입혀 보는 모습이 바로 스마트 글라스로 세상을 보는 모습이다.
스마트 글라스는 쉽게 말해 이런 AR을 더 자연스럽게 보기 위한 장치다. 아직 쓰는 사람은 없지만, 이걸 쓰면 어떻게 보이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다. 고전 영화 <터미네이터>나 <로보캅>을 본 적이 있다면 로봇이 세상을 바라볼 때 로봇 눈에 다양한 정보가 컴퓨터그래픽 형태로 입혀지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날 때 주인공은 헬멧을 통해 컴퓨터그래픽 형태로 보이는 정보를 습득한다.

바로 그렇게 컴퓨터그래픽을 현실에 덧입혀 보는 모습이 스마트 글라스로 세상을 보는 모습이다. 아이언맨이 헬멧을 통해 본 것을 우리는 안경을 쓰고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치,
스마트 글라스의 역사
스마트 글라스 아이디어는 꽤 오래전에 나왔다. AR이란 단어는 1990년 미국 항공 회사 보잉에서 일하던 톰 코델Tom Caudell이 만든 단어인데, 당시 톰은 항공기 배선 조립에 쓰는 값비싼 마킹 장치의 대안을 찾다가 고글 형태의 디스플레이 장치를 고안해냈다. 그 기기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가 증강현실이다. 이 아이디어가 지닌 혁신성은 금방 눈에 띄었고, 여기에 기반한 몇몇 프로젝트가 기획되었다. AR과 웨어러블 기기를 접목한 프로젝트 ‘AR 카르마AR KARMA’나 최초의 스마트 글라스 ‘나비캠NaviCAM’이 대표적 예다.

본격적인 변화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어났다. 비록 개발에 실패했지만 2012년에 공개한 구글 글라스가 큰 역할을 한 것. 이 제품은 공개한 즉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후 AR 기술은 채팅 앱 스냅Snap의 카메라 필터(2015), 포켓몬 GO 게임(2016)의 대히트로 익숙해졌지만, 아쉽게도 스마트 글라스는 여전히 개발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목을 끌어낸 구글 글라스가 크게 실패했고, 2014년 무렵부터 가상현실 헤드셋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떠났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스마트 글라스 기술의 현재
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스마트 글라스와 AR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애플의 관심은 남달라서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AR 기술을 찬양 수준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은 2017년에 에이알키트ARkit와 에이알코어ARCore라는 개발자용 도구를 출시한 이후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개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선 머리에 쓰는 AR 기기 홀로렌즈HoloLens를 내놨다. 구글 글라스처럼 안경 형태는 아니지만, 마치 홀로그래피Holography, 3차원 형상 이미지를 보는 것처럼 현실에 컴퓨터그래픽을 입혀서 볼 수 있다. 구글 글라스보다 큰 만큼 성능도 더 뛰어나다. 이후 홀로렌즈2(2019)를 공개했고, 이는 주로 산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군사용 기기를 만들던 뷰직스Vuzix나 일본 엡손Epson에서도 산업용 스마트 글라스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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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마이크와 스피커 기능을 더한 아마존의 ‘에코 프레임’.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 글라스는 없을까? 여럿 나와 있긴 하다. 구글 글라스나 MS 홀로렌즈와 달리 소비자가 필요한 일부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Amazon에서 만드는 에코 프레임Echo Frames이나 미국의 음향 기기 회사 보스Bose에서 만드는 보스 프레임Bose Frame은 AR 기능이 아예 없다. 뿔테 프레임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혼자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마이크를 이용해 전화 통화를 하는 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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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연결해 AR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엔리얼의 ‘엔리얼 라이트’.
중국 기업 엔리얼Nreal에서 만든 엔리얼 라이트Nreal Light, 엔리얼 에어Nreal Air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스마트 글라스다. 자체 개발한 AR 게임 등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게임 화면이나 동영상을 마치 대형 TV를 보듯 간편하게 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기업 코스모 커넥티드Cosmo Connected에서 개발한 코스모 비전Cosmo Vision은 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스마트 글라스다. 안경을 끼면 내비게이션이 표시되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길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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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코스모 커넥티드의 ‘코스모 비전’. 안경 렌즈에 내비게이션 지도가 펼쳐진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도 스마트 글라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안경형 디스플레이보다는 머리에 쓰는 VR 스타일에 더 가까울 거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VR 헤드셋에 카메라를 달고, 카메라에 찍히는 영상을 헤드셋 디스플레이에 투영해 마치 현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패스 스루Pass Through AR이나 혼합 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 부른다. 2023년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애플 AR 글라스는 우선 이런 방식으로 먼저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 글라스의 미래
스마트 글라스는 기본적으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현실에 CG를 덧입혀 보여주는 장치다. 이런 AR 기능은 스마트폰으로도 쓸 수 있지만 불편하고, 대형 모니터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무겁고 현실감이 떨어진다. 따라서 아직 AR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주로 쓰고 있다. 시제품을 홀로그램처럼 AR로 띄운 다음 여럿이 그걸 둘러보며 평가하는 식으로. 스마트 글라스를 사용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건축물을 실제 크기로 보거나, 터널 설계도와 함께 터널 상태를 점검하면서 안전 진단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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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오그메딕스의 ‘엑스비전 스파인 시스템’. 의사가 수술하면서 환자 몸 상태 등을 AR로 겹쳐서 볼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스마트 글라스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오그메딕스Augmedix에서 개발해 FDA 인증을 받은 엑스비전 스파인 시스템Xvision Spine System을 이용하면 의사가 수술하면서 환자의 몸 상태 등을 AR로 겹쳐서 볼 수 있다.

그 밖에 직업 훈련이나 재난 훈련, 작업 현장을 비롯해 의료 산업, 교육, 게임, 광고, 내비게이션, 프레젠테이션 등에 스마트 글라스를 쓸 수 있고, 사용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관련 기술 또한 발전했다. AR 기술에 주로 쓰는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도 많이 팔리고 있고, ‘공간 오디오’ 같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에 꼭 필요한, 입체감을 지닌 음향기술을 채택한 기기도 많아졌다.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러 글로벌 기업이 눈치 게임을 하듯 선출시하며 시도는 하고 있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편의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앱 개발, 기술력 보완 등 갖춰야 할 조건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스마트 글라스가 가져올 세상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라는 것. 그날이 언제일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시작만으로도 유의미하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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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트렌드 #글로벌
글. 이요훈(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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