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많은 정보를 편리하게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누구나 알아버린 그 정보는 나만의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모두의 것이 되어버려 유일무이한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없다. 그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통찰을 가져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정보의 시대를 넘어 통찰의 시대로 가야 하는 때다.
역사적으로 부유한 자들과 권력자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지식과 정보였다. 이들은 기존에 쌓인 지식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고,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최신 정보를 공유했다. 이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고, 부와 권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개방하지 않고 독점하려 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했던 대중은 이들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는 마치 칼을 무기로 가진 이들이 총을 무기로 가진 이들을 이길 수 없었던 것과 같다.
인쇄술의 발명과 발달은 지식 확산과 정보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를 혁신화한 첫 번째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인쇄술의 발명이었다. 책을 필사에 의존해 만들었던 시기, 대중은 이를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쇄술의 발명으로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대중의 정보 접근성은 크게 향상되었고, 대중은 조금씩 지식과 정보를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핵심 정보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많은 핵심 정보가 영어로 작성돼 있거나 폐쇄적으로 공유되어 여전히 이를 구하고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독점화되었다.
두 번째 획기적인 사건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등장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대중의 정보 접근성은 가히 혁신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스마트폰 혁명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대중은 언제 어디서든 과거 특권층만 접할 수 있었던 고급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유튜브와 SNS에는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검색 몇 번만으로도 고급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 잘하는 법, 재테크에 성공하는 법 등 방법론뿐 아니라 지금 글로벌 트렌드가 어떠한지, 경제 상황이 어떠한지 실시간으로, 클릭 몇 번으로 얻게 되었다.
정보가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에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고 쉬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과 정보 자체의 보유로 인한 경쟁력은 점점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다양하게 경험하고, 통념을 의심하며, 글로 표현할 것
스티브 잡스는 다양한 경험을 연결해 스마트폰이라는 통찰을 이루어냈다.
통찰은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첫 번째 열린 마음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다양하게 경험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전문가에게 배우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통찰은 다양한 경험이 융합될 때 나타난다.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지질학과 생물학을 연결함으로써 진화에 대한 통찰을 발견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인도 여행, 서체 연구, PC 경험, 픽사Pixar에서의 경험 등 다양한 점을 연결해 스마트폰이라는 통찰을 이루어냈다. 다양한 학습과 경험은 동일한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한다. 이러한 것이 융합되면 감추어진 본질을 드러내기도 한다.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기존의 통념을 의심하며 새로운 통찰을 얻어냈다.
둘째, 기존의 통념을 의심하는 것이다. 누구나 옳다고 하는 상식, 통념이 과연 옳은지 질문해보고 증거를 찾아보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누구나 지구는 평평하고, 움직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의심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통념과 상식이 있다. 물론 이들 중 많은 것은 진실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경우 또한 많다. 증거가 충분한 과학 분야조차도 통념이 깨지고 있는데,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인문·사회·경영·경제·인생 영역에서는 기존의 많은 상식과 통념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또는 일부 사실이지만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어떤 특정한 면을 보며 진실이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학습을 통해 기본기를 튼튼히 하되 의심하고, 또는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글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때 이를 다룰 수 있다. 수정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다. 흥미롭게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머릿속에 분산된 많은 경험과 지식이 융합되어 지혜를 얻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통찰이 나오기도 한다. 논리적 생각을 하고, 디지털 도구를 잘 활용한다고 통찰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도구에만 의지하면 숨어 있는 핵심보다 드러나 있는 데이터나 숫자들에 집중할 위험도 높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에 더해 타 영역의 융합, 다양한 경험과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결합할 때 통찰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옛 한국 설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고려장이 있었던 시대, 한 신하가 어머니를 산에 내다 버리는 대신 몰래 숨겨놓았다. 중국에서 사신이 와 왕에게 어려운 문제를 내고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재물과 땅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 문제 중 하나는 재로 새끼줄을 꼬라는 것이었다. 젊은 대신들이 아무리 논의해도 재로 새끼줄을 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그 신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그거 쉬운 문제 아니냐. 새끼줄을 꼰 후 그걸 태우렴.” 어머니는 오랜 경험을 통해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는 젊은 엘리트와는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본 것이었다. 통찰이란 이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