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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20
이제는 '소식'이 대세!
필요한 만큼 건강하게 먹자
소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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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장수를 논할 때 ‘소식다작小食多嚼’이라고 했다. 적게 먹고 많이 씹으라는 뜻으로, 어떤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섭취하느냐가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최근 들어 소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 단순히 적게 먹어서는 안 된다. ‘이것’도 필요하다.
대식이 가고 소식이 온다
일명 ‘먹방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주요 채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대식大食프로그램이 적은 양을 꼭꼭 씹어 먹는 ‘소식좌’ 프로그램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 한글 ‘먹방’은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되었을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콘텐츠로, 이제는 먹방의 주요 주제가 대식에서 소식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식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기존 먹방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만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물가 상승 그리고 다양한 식습관 인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특히 소식이 건강에 미친 영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어떻게 소식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회춘을 부르는 소식의 힘
새해가 되면 많은 이가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단숨에 목표 달성이 되지않아 좌절하는 이도 많다. 이는 작심삼일에 그치는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운동과 식이 어느 한 가지만 충족해서 살이 빠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강도 높은 운동만 지속할 경우 오히려 근육이 늘어나 체중 감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살을 효과적으로 빼려면 덜 먹어야 한다. 소식은 필요 칼로리의 70~80% 정도 칼로리 음식만 섭취하는 식사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잉여 에너지가 몸 안에 쌓이는 것을 막으면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이 소식을 꾸준히 실천하면 살이 빠지면서 혈압·콜레스테롤·혈당 등 각종 생리 지표가 개선되고, 대사 질환 위험성이 뚝 떨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소식’이라고 답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소식이 노화 방지에 탁월하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추가로 밝혀졌다.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2월 <사이언스>를 통해 소식을 하면 가슴샘흉선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백혈구 중 하나인 T세포가 분포하는 가슴샘은 면역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가슴샘은 중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면역력도 함께 서서히 떨어지는데, 소식을 하면 가슴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소식이 몸의 염증 수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일컫는 PLA2G7 단백질의 수치가 낮아지면서 소식이 가슴샘과 지방조직, 대식세포만성 염증 관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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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PLA2G7 단백질의 수치를 높이지만 소식을 하면 수치를 낮춰 면역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장수 효과까지 높이는 시간의 비밀
소식을 했을 때 나타나는 체중 조절 효과는 장수로 이어진다는 반가운 소식에 이어 자신의 생체 시계에 맞춰 소식을 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생체 시계란 식사, 수면, 활동 등 각기 다른 상태에 우리 몸의 세포가 최적으로 대비하도록 하는 내부의 시간 측정 장치를 말한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는 쥐를 이용해 생체 시계와 소식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칼로리와 시간 제한 없이 식사하는 실험군과 칼로리만 제한한 대조군 A, 낮과 밤을 나눠 칼로리를 제한한 대조군 B로 나누었다. 각 대조군에는 동일한 사료량과 칼로리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대조군 A는 실험군에 비해 수명이 10% 연장되었고, 대조군 B는 수명이 35% 연장되었다. 여기서 실험을 한 쥐의 활동량이 많은 시간대를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현대인의 대다수는 칼로리 제한 없이 아무 때나 맘껏 먹을 수 있는 실험군과 같은 조건에 있다. 소식을 하고, 건강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자신의 생체 시계를 파악하고, 하루 중 활동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하루 섭취량의 30% 정도를 제한 한 칼로리 제한식을 하는 것이 소식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만약 밤에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칼로리 제한식을 낮이 아닌 밤에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만의 생체 시계 찾아야
생체 시계에 맞춘 소식이 중요한 이유는 포유동물의 생존에 중요한 과정인 열 발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열 발생은 ‘짝풀림 반응’이라고 해서 똑같이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찌지 않는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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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체 시계에 맞춰 소식을 하면 열 발생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에서 그 비밀에 대한 답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생쥐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그룹, 비활동기에만 먹을 수 있는 그룹, 활동기에만 먹을 수 있는 그룹으로 나눠 고지방 먹이를 주고 체중 변화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체중 증가 폭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그룹이 가장 컸지만, 비활동기에만 먹은 그룹의 체중 증가 폭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 활동기에만 먹은 그룹의 체중 증가 폭은 두 그룹에 비해 훨씬 적었다. 즉 활동 시간대에만 먹는 음식이 설사 기름진 음식이더라도 살찌는 것을 꽤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세기 철학자이자 천문학자, 의학자인 마이모니데스Maimonides“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귀족처럼, 저녁은 소작농처럼” 먹으라고 권했다. 거의 1,0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가 옳았음을 과학이 입증한 셈이니 대단한 선견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필수영양소 결핍을 초래하지 않는 소식이다. 무조건 소식하고 절식하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정보를 습득하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소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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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취미/취향 #라이프 #건강
글. 강석기(한겨레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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