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트 허브로 거듭나다
미술 하나로 서울이 들썩였다. 지난 9월 10일 막을 내린 아트 페어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 이야기다. 따로 또 같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진행된 아트 페어가 서울과 진하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런던, 바젤 등 도시를 사랑한 아트 페어는 사랑과 함께 성장한다. 아트 페어가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지난 9월, 많은 수집가와 관람객이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찾았다. 프리즈 서울은 9월 6~9일, 키아프 서울은 하루 뒤인 10일까지 각각 8만 명, 7만 명의 관람객과 만났다. 올해 2회째인 키아프 서울에는 총 20개국에서 온 210여 개 갤러리가, 프리즈 서울에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121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해외에서도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울의 아트 페어를 찾았다.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아시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닉 시무노빅Nick Simunovic은 서울에 이렇게 많은 갤러리가 몰린 것은 서울 아트 페어가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평가했다. 프리즈 서울은 2년 만에 10년의 ‘아트 홍콩’이 차지한 위상을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홍콩은 2008년부터 홍콩 아트 페어가 열렸고, 2013년부터 아트 바젤 홍콩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아트 페어가 열리면서 홍콩은 국제 비즈니스 도시라는 명성을 넘어 세계 각국의 수집가가 모이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격상했다.
아트 바젤은 해마다 개최되는 국제 아트 페어로,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작가가 많이 참가한다. 2021년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아트 바젤 행사 중 독일 작가 마리오 클링게만의 NFT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아트 페어는 그해에 주목받는 작가들과 떠오르는 작품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모이는 ‘미술 장터’다.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는 스위스의 ‘아트 바젤’이다. 아트 바젤은 1970년에 시작해 2002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 2013년 아트 바젤 홍콩으로 범위를 넓히고, 2022년 파리+아트 바젤을 시작해 전 세계 아트 페어를 이끌고 있다.
아트 바젤이 상업화되면서 수집가들만의 행사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1991년 미술 잡지 <프리즈Frieze>에서 이름을 따온 아트 페어 프리즈는 1988년 ‘누구나 올 수 있는 아트 페어’를 슬로건으로 런던의 허름한 창고에서 좀 더 젊고 실험 정신이 강한 아트 페어를 시작했다. 프리즈는 2012년 프리즈 뉴욕과 거장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 마스터스 런던, 2019년 프리즈 LA, 아시아 최초로 선택한 2022년 프리즈 서울까지 확장하며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미술 시장의 주도권은 서울이 아닌 홍콩이 먼저 선점했다. 홍콩은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인 아트바젤을 개최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다만 홍콩이 다시 중국 본토에 반환되고, 시스템 등이 중국으로 흡수되면서 미술 시장의 큰손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등 문화 예술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서울이 프리즈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다.
키아프 서울에 참가한 독일의 디 갤러리 대표 페터 펨페르트는 “홍콩은 앞으로도 중국의 폐쇄적인 정치 영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고, 싱가포르 미술 시장은 좀 더 폐쇄적이다. 일본은 고미술 중심의 시장이라 현대미술 시장이 작다. 한국인이 훨씬 더 개방적이고 새로운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앞으로 아시아의 아트 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트 페어와 도시의 성장은 상관관계에 있다. 아트 페어 자체가 단순한 미술 투자자들만의 행사를 넘어 아트 페어를 기점으로 도시가 발전하고 문화가 폭발하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수집가들이 아트 페어를 기점으로 도시에 몰려들며 여행업 및 관광업계도 특수를 맞게 된다.
올해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아트 페어뿐 아니라 서울 자체를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변모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리즈가 개최되는 한 주를 ‘서울아트위크’로 명명하며, 각종 갤러리에서 한국 작가와 외국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 등을 개최했다. 또 올해는 ‘한남 나이트’, ‘청담 나이트’, ‘삼청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지역 갤러리와 박물관이 야간 개장을 해 손님을 맞았다. 프리즈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서울을 만나고 체험하는 것이다.
프라다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서울 인사동 코트에서 문화 행사 ‘프라다 모드 서울’을 진행했다.
아트 페어는 미술계뿐 아니라 패션, 건축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프리즈 기간에 맞춰 9월 4~5일 인사동 복합 문화 공간 코트KOTE에서는 ‘프라다 모드 서울’이 열렸다. 프라다 모드 서울은 루이비통 쇼, 구찌 쇼에 이어 서울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세 번째 행사다.
프라다 모드는 2018년부터 홍콩·마이애미·런던·파리·두바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및 창작자와 감독들과의 협업을 통해 로컬 문화와의 문화적 확장을 추진하는 현대 문화 시리즈다.
보테가 베네타도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를 개최했다.
또한 보테가 베네타는 프리즈 기간을 맞아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를 후원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버드나무 사이를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도시와 아트 페어의 사랑은 도시에 열기를 불어넣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들은 아트 페어와 함께 전시와 공연을 펼친다. 프리즈와 키아프는 5년간의 협업을 약속하고 시작했다. 이제 약속한 5년 중 2년이 지났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형태로 이루어진 만남은 남은 3년 동안 어떤 모습을 선보일까? 행복한 그들의 만남이 향후 어떤 유산을 남기고 성장할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