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로 보는
디지털 헬스의 미래
2022년 CES 기조연설에서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Abbott가 처음 등장한 이래 디지털 헬스는 CES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에는 처음으로 디지털 헬스를 전시하는 공간이 ‘노스홀North Hall’에 따로 마련될 정도였다. ‘CES 2024’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의 트렌드를 꼽아보았다.
바이오 웨어러블Bio Wearable은 우리 몸에 부착해 몸의 특정 생체 지표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다. 가장 대표적인 장비로는 당뇨 환자에게 사용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있다. CGM은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당뇨 환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세계 5대 의료 기기 회사 애보트는 2028년에는 자사의 CGM 매출이 1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뇨 관리의 표준을 선도하는 미국당뇨학회ADA는 2023년 지침에서 체중 감량에 대해 혈당 조절, 심혈관 질환, 심부전 및 신장 질환과 동일한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당뇨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2형 당뇨 환자와 나아가 더 큰 시장인 전당뇨 인구에서 시장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CES 2024에서는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CGM과 더불어 혈당 정보와 연동된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 업체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2024년에는 주요 국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GM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며, 해당 기업은 혈당 외 케톤, 젖산, 알코올 등으로 측정하려는 생체 지표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CES 2024에서는 디지털 헬스를 비롯한 모빌리티, 스마트 홈 등 다양한 첨단 ICT 및 제품이 대거 소개됐다.
CES 2024에서는 침대, 안경, 반지 등 일상생활에서 접근성이 좋은 기기와 건강관리 솔루션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침대와 의자가 대표적인데, 국내 기업 세라젬CERAGEM은 척추 온열 안마기, 안마 의자, 스마트 메디컬 침대 등 건강관리 기능을 접목한 다양한 생활 기기를 선보였다. 다만, 이러한 영역은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 곧바로 다수의 제품이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에서 어떻게 해자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안과 관련 기업 에실로Essilor는 보청기 및 3D 비전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공간과 시야를 인식해 내가 바라보거나 대화를 시작하면 더 잘 보이고 들을 수 있으며, 일반 안경과 무게나 크기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경증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장을 만들어갈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형화, 가격 경쟁력, 속도를 개선한 진단 장비들도 눈에 띄었다. 위딩스Withings는 심전도, 산소 포화도, 디지털 청진기, 체온계를 하나로 합친 진단 기기를 공개했다. 실시간 데이터가 아닌 측정 시점의 데이터만 얻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생체 지표의 데이터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원격의료와 연계될 경우 시너지가 클 듯하다.
위딩스가 선보인 가정용 진단기로 심전도와 산소 포화도, 디지털 청진기, 체온계를 일체화시켰다.
Co-Dx는 기기 가격을 300달러로 확 낮춘 가정용 PCR 장비를 선보였다. 전처리가 필요 없고 30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비슷한 용도인 신속 항원 키트라는 대안이 존재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Co-Dx는 기기 가격 300달러, 시약 가격 2달러를 목표로 저가격대의 가정용 PCR 장비를 공개했다.
한편 이번 CES 2024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의료 기기도 만날 수 있었다.
애보트에서 공개한 심장박동기 ‘어베어AVEIR’는 기존 심장박동기와 달리 배터리와 배터리 연결선을 일체화해 건전지 수준으로 소형화한 제품이다. 세계 최초로 2개의 체임버(우심실, 우심방)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설계해 전체 심장박동 관련 환자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5대 의료 기기 회사 애보트는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심장박동기와 뇌 손상 검사 기기를 선보였다.
또한 애보트의 ‘i-STAT mTBI’는 뇌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를 검사함으로써 경미한 외상성 뇌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CT 외 의사의 구두 질문에 의한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장비를 통해 불필요한 CT 검사에 따른 의료 비용과 환자의 방사선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혁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심혈관, 중추신경, 뇌혈관, 만성질환을 진단·치료하는 첨단 의료 기기들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보트가 선보인 심장박동기와 뇌 손상 검사기 ©Abb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