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4. 06. 10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비싸도 괜찮아, 펀플레이션
소비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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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다. 보통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지만, 최근엔 레저 같은 재량 항목에 대한 지출은 더 늘어나고 있다.
경기 불황이지만 여가 물가는 여전히 상승하는 ‘펀플레이션’ 시대, 우리의 소비 형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즐거운 곳에서 지갑이 열린다
콘서트, 놀이동산, 스포츠 등 생활 속에서 즐기던 여가 활동의 비용이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비용이 급등하면서 일반 미국 가정이 여가 활동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멈췄던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재개되면서 가격 역시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일컬어 재미를 뜻하는 ‘Fun’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을 조합한 ‘펀플레이션Funflation’ 이라고 한다.

펀플레이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공연 분야다. 2023년 북미 지역에서 개최된 콘서트 티켓 가격은 2022년보다 7.4%나 오른 평균 120달러(약 16만2,700원)로, 이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27% 오른 수치다. 특히 최근 <타임>이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인물’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콘서트 입장권의 액면가 평균은 254달러(약 34만4,000원)에 달하고,
재판매 암표 티켓은 평균 1,095달러(약 148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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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는 티켓 가격이 120달러(약 16만 원)로 집계됐고, 매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NFL Official
스포츠 분야에서도 가격 상승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2024 슈퍼볼’ 입장권은 1만 달러(약 1,300만 원)를 돌파했고, 2023년
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NFL의 티켓 가격 역시 전년 대비 8.6% 오른 120달러(약 16만 원)로 집계됐다. CNN에 따르면 4인 가족의 스포츠 관람을 위한 비용은 티켓 가격과 부대 비용(식비, 기념품 구매비, 주차비등)을 모두 합쳐 약 631달러(약 84만 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놀이동산, 영화, 호텔 등 여가 활동 전반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펀플레이션은 왜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여가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의 상관관계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놀 수 있을 때 놀자’는 방향으로 열리고 있다. 한 빅데이터 연구소에서 공개한 2023년 연령대별 카드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20대는 오락 서비스, 40대는 테마파크, 50대는 스포츠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체 카드 매출에서 오락 서비스 업종의 매출 증가가 눈에 띄는데 보드게임 카페나 코인 노래방, 무인 사진관 같은 여가 업종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경제분석국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은 미국인이 2023년 콘서트, 영화, 스포츠 행사 등의 티켓 구매에 전년보다 23% 증가한 약 950억 달러(약 127조1,290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시장 매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총비용 상승뿐 아니라 여가 소비 자체가 많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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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지만 보드게임 카페, 코인 노래방 같은 여가 업종은 매출이 증가했다 ©mageclick
이러한 현상은 답답하고 제한된 삶에 지친 자신에게 스스로 보상하는 일종의 ‘보복 소비’ 현상과 연관 있다.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단절과 고립을 겪은 소비자가 그동안 목말랐던 여가 활동에 기꺼이 지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늘어나면서 그간 느꼈던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 활동에 대한 니즈가 증가했다. 특히 제약이 많던 콘서트, 스포츠 등 현장성이 강한 여가 활동의 수요가 급증해 전반적인 문화 부문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코노럭스의 부상
최근의 펀플레이션 현상에는 ‘이코노럭스Econo-lux’ 문화 소비 경향이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다가Economically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을 안겨주는 소비에 망설이지 않는Luxuriously 사람을 ‘이코노럭스’ 소비자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자신이 원하고 경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가 지금 여가 소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20%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등 참석하고 싶은 이벤트가 있을 경우 빚을 내서라도 입장권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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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들과 편히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CGV ‘프라이빗 박스’ ©CGV
팬데믹과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위기에 봉착한 영화 산업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 증가에 발맞춰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극복하고 있다. 독립된 소규모 상영관에서 가족, 친구들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프라이빗 박스’나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퍼피 시네마’ 등의 특별관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위해 투자하는 소비패턴의 변화가 영화관 이용에서도 나타났으며, 이는 평균 영화 티켓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코노럭스 소비자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에 따라 소비하며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최근의 여가 활동이 전통적 인기 분야인 여행, 스포츠, 공연 관람 외에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확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팝업 스토어나 체험형 전시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으며, 경험과 재미를 주는 소비 활동에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경험을 주는 여가 활동
온라인 예매가 보편화되면서 인기 있는 공연의 경우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티켓 가격이 올라도 그 기세는 쉬이 꺾이지 않는다. 이제는 여가 활동이 단순히 휴식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 여가 소비가 높은 티켓 가격을 감당할 만한 ‘물질적 여유’와 관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춘 동시에 열성적으로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문화적 이해’를 갖춘 사람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공연 관람 사진이나 경기장 사진을 올려 여가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공유한다. 이와 같은 소비 성향도 펀플레이션을 강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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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 이런 체험형 전시는 특별한 경험과 재미를 주는 여가 활동으로 사람들의관 심을 많이 받고 있다. ©TMONT
여유로운 일상에 대한 갈망과 즐길 거리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는 한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펀플레이션 현상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다.
이는 여가 활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상관있다. 경제적 합리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을 안겨주는 활동에 주목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기준으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 결국 펀플레이션은 나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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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취미/취향
글. 박지현(<2024 문화 소비 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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